숙희의 일제 혼다 차로 가자는 걸 운진이 부득부득 우겨서 그의 추럭에 조카 둘을 태우고 펜실배니아 주에 위치한 허쉬 파크로 가다가 도중에서 차가 섰다.
차 앞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오고 역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운진은 차 후드(hood)를 열어 김이 다 빠져나가게 하고 트럭 뒤 짐 싣는 칸에서 빈 우유통들을 꺼냈다. 사방을 둘러보니 차들이 씽씽 달리고 그 고속도로를 건너야 주유소가 하나 보인다.
운진은 하나둘 하나둘 하고 기회를 보다가 찻길을 뛰어건넜다.
숙희는 그의 무모함에 속으로 놀랬다.
주유소에서는 두말않고 물을 주었다고. 80년대의 흔한 풍경이었다. 비싼 부동액은 겨울이 다가와야만 물과 섞어 사용하고 평상시는 물만 채우고 다니던 그런 시절이었다.
차에 물을 붓고 잠시 기다렸다가 시동을 거니 몇번 푸득거리다가 엔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때 서너살백이 설이가 예이! 하고 좋아했다.
한살반백이 민이는 시트에 앉아 징징 짜고 있었다.
당시 허쉬 파크는 지금처럼 무섭게 높은 롤러코스터니 여러가지 타는 놀이기구가 없었다.
당시는 쵸코렛 공장을 견학오는 사람들을 위해 조금씩 설치한 놀이기구가 점차적 상업성으로 바뀌어 가던 때였다.
끽 해야 2, 3 층 높이 정도의 회전 바퀴가 있었다.
제일 인기 많은 것이 기차였다. 공장 일대를 겉으로 돌아보도록 소형 증기차가 끄는 기차를 타면 멀찍멀찍 흩어진 농가도 보고 풀을 뜯는 소도 보고 개인 집들이 일부러 가꿔놓은 꽃밭을 구경하던 시절이었다.
드디어 파크에 도착해서 입장료를 숙희가 우겨서 내고. 운진과 숙희가 설이와 마잌의 손을 하나씩 잡고 양 옆으로 나란히 걷는데 어떤 미국인 노인 부부가 운진과 숙희를 번갈아 보며, “They are so beautiful! How old are your children? (개네들 참 예쁘다! 너희의 아이들 몇살이냐?)” 하고, 물었다.
숙희는 어이가 없어 얼른 손을 놓고 웃었고, 운진은 정정할 필요 없이, “Girl is four and boy is one and half. (여아는 네살이고 남아는 하나 반)” 하고, 대답했다.
“One and half what?(하나반이 뭐야?)” 남자가 되물었다.
숙희가 얼른, “One year and six months. (한살과 육개월.)” 하고, 대답했다.
“Oh!” 노인 부부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지나쳤다.
“내가 뭐 말을 잘못했읍니까?”
“어떤 미국 사람들은 해프(half)라는 말을 싫어해요. 흔히들 8, 9 개월째면 일년의 사분의 삼, 쓰리 쿼터(Three quarters) 라고들 하는데 안 그러는 사람들도 있어요.”
“쓰리 쿼터는 좀 그러네요.”
“쓰기 나름예요.”
거기서 운진은 숙희보다 영어도 딸린다는 것을 느꼈다.
숙희는 사람들 사이로 다니며 익스큐즈 미(excuse me) 소리를 하나도 부자연스럽지 않게 썼다.
운진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 소리가 안 나왔다. 차리리 피해서 지나갔다.
그랬더니 오히려 미국인들이 익스큐즈 미 하며 비켜줬다.
‘익스큐즈는 십할 나지, 왜 너냐. 미국놈들 꽤나 오지랖이네!’
운진은 그가 기분 나빴다.
숙희는 주로 민이를 달래주며 데리고 다녔다.
아이가 안아 달라면 안아주고 쉬한다 하면 화장실도 그녀가 여자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그녀는 마치 애를 키워본 여자처럼 능숙하게 다루었다. 아니.
그녀가 민이를 다루는 것이 마치 엄마가 그렇게 하는 것 같았다.
운진은 네살짜리 설이의 손을 꼭 잡고 다녔다.
설이도 행여 놓칠새라 삼촌의 손을 절대 놓지 않았다. 설이가 행여 동생과 여인을 놓칠새라 연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삼촌을 끌었다.
주로 운진이 숙희의 뒤를 쫓아다녔다.
둘이 타는 케이블카를 숙희가 민이를 데리고 얼른 올라탔다.
설이가, “Me, too! (나도!)” 하고, 그 다음 것을 탔을 때 운진은 어떤 사람의 새치기 때문에 그것을 놓치고 말았다. 네살짜리가 혼자 앉아 떠났다.
운진은 그 다음 것 탈 생각을 못 하고 공중으로 가로질러 가는 케이블카를 쫓아 정신없이 뛰었다.
케이블카는 하늘 높이 솟아 물 위로 지나가고 숲으로도 사라졌다가 나타나고 보기 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운진은 그 케이블카의 진행을 살펴보고는 지름길을 찾아 뛰었다.
첫번째 교환 장소로 뛰어올라가니 아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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