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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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3. 08:00

   얼른 보기에 아이 하나 탄 케이블카가 몇칸 지나 대롱대롱 흔들리며 다음 교환 장소로 가고 있었다. 
운진은 그 다음 도착한 빈 칸에 서둘러 올라앉았다. 허둥지둥 벨트를 묶으니 탄 것이 한번 빙그르 돌려다가 하늘로 떴다. 발이 허공에 떴다. 
사람들의 머리가 내려다보이고 인공호수를 향해 간다는 것을 알고 운진은 앞을 열심히 살폈다. 아이가 미끄러지거나 무서워서 내리려 하면 일나는 것이다.
어디선가 아이의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렸다. 
   설이! 
몸을 움직여 이리저리 보니 몇칸 앞에서 가고 있는 설이가 조그만 머리를 뱅글뱅글 돌리며 또 발을 까불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저게 저러다 떨어지면!’ 
그러다 더 멀리를 보니 케이블카 줄이 왼쪽으로 트는데 민이의 손을 잡고 흔들어주는 숙희가 보였다. 
한살반짜리도 발을 까불며 가고 있었다.
그제서야  운진은 정신을 차리고 아래를 내려다 봤다. 
어쩌다 눈길이 마주치는 사람들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갑자기 케이블카들이 섰다.
운진은 공중에 멈춰서서 흔들거리는 케이블에서 떨어질 까 봐 양손으로 몸체를 움켜쥐었다. 느낌에 케이블이 느슨해지는 것 같았다. 
   케이블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며 좌우로 마구 흔들거렸다.
운진은 목을 빼고 앞을 살펴봤다. 케이블카들이 내려가느라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두번째 교환 장소에서 설이를 어떤 사람이 내려줬다. 
운진은 아차차 위험하다 하고 케이블카가 지붕 안으로 들어서자 황급히 벨트를 풀고 뛰어내렸다. 미처 안전한 높이에 닿기 전에 미리 뛰어내린 바람에 헛발을 딛고 넘어졌다.
   “Watch out! (조심해!)” 하는 고함소리와 동시에 어떤 우직스런 손이 운진을 잡아주었다.    
낭떠러지에서 불과 한발 차이였다. 
운진은 창피스럽고 무안해서 얼른 여조카를 안아올렸다. 
앞전에서 숙희의 ‘땡쓰!’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아래로 내려와서야 운진은 숨을 돌렸다.
숙희가 민이를 안은 채로 계단을 내려왔다. “괜찮으세요?”
   아이들 놓고 그렇게 무댓보로 행동하면 어떡합니까!
그러나 그 말은 그의 머릿속에서 외쳤을 뿐이다. 
운진은 무안감에 대꾸를 못 하고 아이만 봤다. 
운진은 할 말이 없어, “그만 가시죠?” 했다.
   “벌써 가시게요? 반도 안 돌았는데?”
   “아이들이 힘들어 할 텐데요.”
   “애들은 이제 신이 나기 시작하는데, 가실려구요?”
   “그럼, 좀 더 돌던가요.”
   “그러고 보니 안색이 안 좋으시네요?”
운진은 겸연쩍기도 하고 창피스런 마음도 들어 마실 것을 찾는 양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한 살반짜리에게 핫도그를 먹이며 일일히 시중드는 숙희는 누가 보더라도 아이들을 여러 명 낳아 키워본 엄마의 행동을 보였다. 적어도 운진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녀를 애 엄마라고 해도 아무도 의심치 않을 것 같이 보였다.
   "드링크! 드링크 마셔야 목이 안 메이지?"
   "에유, 착해라!"
   "또 쉬 마려우면 나한테 말해?"
   "설이는 또 뭐 타고 싶어?" 등등 숙희가 아이들에게 그럴 때 삼촌이 오히려 남 같이 느껴지는 순간순간들이었다.
설이가 하늘 까마득히 올라가는 페리휠을 타고 싶다 했을 때, 운진은 키가 미달이라 못 타는 민이를 데리고 물러나야 했다. 천천히 돌아가기는 하지만 가끔씩 최고 꼭대기에서 정지할 것을 연상하니 설이를 말리고 싶었는데 숙희가 달랑 들고 올라탔다.
운진은 민이를 번쩍 들어서 안고는 줄을 빠져 나갔다.
그 날따라 페리휠이 중도에서 자주 섰다. 
운진은 까마득히 높은 칸에서 보이는 지 손을 흔드는 여조카와 숙희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민이도 무턱대고 손을 흔들었다.
설이가 땅 가까이 내려오면 동생에게 손을 마구 흔들어 보이며 올라갔다.
그 여인도 무섭지않은지 계속 올라가면서도 손을 일부러 내젓는 것이었다.
   네 살짜리가 페리휠을 내려서는 재미있었다고 얼마나 좋아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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