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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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8. 03:47

   숙희는 자리에 앉자마자 손목시계부터 들여다 봤다. 
그녀는 아무래도 집에다 밥 먹고 들어간다는 말을 해야겠다고 자리에서 다시 일어섰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오운진이란 사내가 맞은 편 자리의 남자와 얘기하다가 그녀가 일어서는 걸 보고 제 바지주머니에다 손을 넣고는 동전을 꺼내는 것이었다.
   "이 집은 공중전화가 저기 화장실로 가는 복도에 있어요."
그의 그 말에 숙희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으며 동전을 가졌다. 이 사람이 마치 내 생각을 읽어?
그녀는 마침 동전이 없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는 공희모에게 먹고 들어간다고 공중전화로 말했는데 부친이 의논할 게 있으니 빨리 오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여섯시까지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음식이 지금이라도 나와서 몇분 만에 빨리 먹더라도 집에까지 이십분이 걸리니까 모든 진행이 늦어도 한 시간 안에는 이루어져야 주문하고 먹고 하는데, 음식은 주문 조차 안 됐다. 
그래서 마음이 조급해진 숙희는 주문을 빨리들 했으면 하고 자꾸 웨이추레스들이 왔다갔다 하는 걸 쳐다봤다. 
그랬더니, 웬걸, 목사의 성가대를 치하하는 한 말씀이 있고, 지휘자의 감사의 한 말씀 그리고 초대한 장로의 자랑 한 말씀 하다보니 이삼십분이 후딱 지나고 그제서야 주문이 시작됐다. 
주문도 일사불란하게 돌아가지않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들 때문에 숙희에게 주문 차례가 왔을 때는 근 십여분이 더 허비된 후였다.  
그래서 숙희는 실례한다고 말하고 또 일어서려 했다. 
그런데 그러는 그녀를 운진이 말로 붙잡았다. 
   “아, 저기요. 바쁘시면 제꺼 금방 나오니까 그거 드시고 가시죠? 금방 나올 거예요.”
   “네?” 숙희는 비록 말이지만 그녀를 제지하는 그를 경계하며 얼굴을 굳혔다. 
   남의 간섭이 딱 질색인 숙희는 그가 참견한다고 여겼다. 비 오던 날 주차장에서 우산 씌워주고 도와준 일로 시작해서 안면 튼 사이이지만 이렇게 남들 앞에서 은근히 노골적으로 참견까지 하는 건 싫다. 
숙희는 의자를 뒤로 밀고 일어섰다. 
몇몇 성가대원이 쳐다봤지만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때 웨이터가 쟁반에 큼지막한 그릇을 받쳐들고 나타났다. 
   “여기 짬뽕 시키신 분요?” 그 웨이터가 소리를 질렀다. 
운진이 팔을 높이 들었다. “여기요!”
숙희가 미처 나가기도 전에 웨이터가 쟁반을 들고 의자 사이로 비집고 왔다. 
덕분에 숙희는 자연적으로 그 웨이터를 피해서 의자에 도로 앉게 됐다. 
사람들이 “와아, 홍길동이네!” 하고, 감탄을 했다. 
운진이 자기 앞에 놓인 짬뽕 그릇을 숙희에게 밀었다. “혹시 짬뽕 같은 거  좋아하세요?”
숙희는 반쯤 일으킨 자세에서 어쩌지 못하고, “네?” 하고 그를 쏘아봤다.
   “좋아하시면 먼저 잡수세요. 난 또 시키면 돼요.”
숙희는 헛! 하고 헛웃음을 치며 일단은 도로 앉았다.
운진이 주문을 받는 웨이추레스한테, “짬뽕 하나 더요!” 하고, 소리쳤다.
   "이걸..." 숙희는 짬뽕 담긴 그릇을 도로 밀려 했다. 
   “괜찮아요. 잡수세요. 빨리 가 보셔야 되나 본데.”
   “정말요?” 숙희는 운진을 똑바로 쳐다봤다.
   “녜! 어서 잡숫고 가세요.” 운진이 식 웃었다.
그래서 숙희는 다른 성가대원들의 시선을 느끼며 그가 양보한 짬뽕을 들었다.
그녀는 난생 처음 가슴 울렁임을 경험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가까이 앉아 그걸 다 본 사람들이 조용한 것이었다. 운진은 그렇다고 제 것을 먹는 숙희에게 자랑 삼아서라도 보는 그런 것도 없었다. 
그는 되려 몸을 뒤틀어서 옆자리의 남자와 얘기했다. 
성렬이 언제 자리를 바꿨는지 숙희와 대각선 되는 자리에 앉아 그녀를 보고 있었다.
아마도 누가 귀띔했는지 운진이 틀었던 뭄을 바로 해서 몇 칸 떨어져 있는 성렬을 봤다. 그 주위의 눈들이 일제히 성렬에게로 날아가 고정되었다.
숙희는 수저로 국물을 떠 가며 면을 부지런히 넘겼다.
그 때부터 주문한 음식들이 여러 사람에 의해 옮겨져 왔다.
   "여기 짬뽕 시키신 분요!" 아까의 웨이터가 또 소리를 질렀다.
운진은 팔을 번쩍 들었다. "여기요!"
웨이터가 짬뽕 그릇을 내려주며 아까 시키지 않았나 하는 기색이었다. "아니, 또예요?"
숙희는 하마터면 웃음이 나오려 해서 입을 꽉 다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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