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찬양 예배가 성공적으로 치뤄진 것을 축하할 겸 또 고생한 것을 격려한다고 어떤 장로 한 사람이 성가대원 중 젊은 층과 청년회원을 교회 근처에 자리 잡은 어떤 한국 음식점으로 초대했다.
그 장로란 이는 아주 큰 리커 스토어를 경영하는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삼십명도 넘는 인원을 모두 먹이려면 일인당 평균 십불어치씩만 시킨다 해도 삼백불이 넘는데 이민가정 웬만한 부자도 밥 한끼에 삼백불은 꽤 큰 돈이었다. 게다가 마실 거라든지 애피타이저라든지 등등이 추가되면...
음식점은 미리 예약을 받아 놓은 고로 테이블들을 한쪽으로 길게 늘여 놓고 의자들을 한 테이블에 둘씩 나란히 앉도록 사십석을 마련했다. 청년회원 중 성가대원들은 들어서는대로 웨이츠레스의 안내를 받아 안에서 부터 차곡차곡 앉아 나왔다.
그런 다음 몇사람이 각각 합의하에 일어나 자리를 바꿨다.
운진의 옆에 앉았던 여자가 건너편의 동료 여자대원과 같이 앉고 싶어서 그 쪽 옆에 앉은 여자와 자리 바꿈을 했는데, 그 젊은 여자가 하필 숙희였다.
운진은 은근히 반가워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숙희는 싫은 기색은 아니었지만 조그맣게 ‘네!’ 하고 옆자리에 앉았다.
둘은 남들 앞에서 서로 내색할 수 없는 처지였다고 봐야 옳았다. 남들의 입이 무서워서.
바로 이틀 전 빗속에서의 해프닝으로 무슨 연관이 생긴 것도 아닌데. 그랬다고 아는 체를 했다가는 우선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테너 파트의 남자가 숙희에게 다가왔다. "합석해도 됩니까?"
숙희는 그 남자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아뇨."
그 남자는 즉 성렬은 숙희 옆의 빈 의자를 잡은 채 우물쭈물거렸다.
숙희가 일어나 나가 버렸다.
사람들이 뭐야 저 여자 하고 웅성거렸다.
운진은 그 소리를 뒤로 하고 숙희를 쫓았다. 그는 음식점 주차장을 뛰어다니며 숙희를 찾았다.
숙희는 하늘색 소형 세단에 마악 다가가려던 참이었다.
"잠깐만요!" 운진은 주차장이 떠나가라고 소리질렀다.
허걱!
숙희는 문자적으로 놀랬다.
"왜 그냥 가세요?"
운진의 그 말에 숙희는 미간을 좁혔다. "무슨 참견이시죠?"
"집에는 어떻게 가시려고..."
"이 차가 눈에 안 보이세요?"
"그리고 이대로 그냥 가버리시면 저 사람들이 앞으로 계속 입방아 찧을텐데요?"
"상관 안 합니다!"
숙희는 차 열쇠를 넣고 다니는 백이 수중에 없음을 그제서야 알았다. 그녀는 방금 나온 곳의 문을 돌아다봤다. 한 남자의 귀찮은 접근 때문에 발끈하느라 백을 깜빡 잊은 것이다.
운진이 뒷짐에 쥐고 있던 백을 앞으로 내밀었다.
숙희는 고개를 꾸뻑 해보이고 그 백을 가졌다.
"들어가시죠. 앞으로 저 사람들 안 볼 거면 몰라도."
"안 볼게요." 숙희는 백을 열었다.
"만일 아까 그 친구가 계속 치근거릴 것 같아서 나오신 거면 제가 막아드릴게요."
운진의 그 말에 숙희는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빗나가시네요."
"저 친구 버지니아에서 오는데요. 여자들한테마다 괜히 쓸데없이 선심 쓰려들고 치근거리는 걸 봤거든요. 오늘도..."
숙희는 백 안을 아무리 뒤져도 차 열쇠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제서야 열쇠꾸러미를 식탁에다 놓았던 것이 기억났다. 그녀는 허탈한 한숨을 내뱉았다.
운진이 갑자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숙희는 그를 이리저리 봤다. "혹시..."
운진이 열쇠 서너개 매달린 꾸러미를 손에서 흔들어 보였다.
"주세요." 숙희는 손을 내밀었다.
"들어오시면요."
"좋게 말할 때 주시죠?"
운진은 계속 갔다.
숙희는 하마터면 웃음이 나올 뻔했다. "저 집에 빨리 가봐야 해요. 키 주세요."
운진은 돌아서서 출입구로 향했다.
숙희는 밉지 않은 그의 뒤를 따라 갔다. 이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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