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은 차가 빨간불에서 서는 김에 운전대에서 손을 떼었다.
"만일 그게 내가 몰래 숨겨 놓은 사진인데, 당신 말마따나 들켰으면, 당신 생각에 내가 어떻게 반응했을 것 같은데? 나를 잘 안다니까 말해줄 수 있겠네.”
“찔렸으니까 지랄하고 난리 폈겠지, 뭐. 그 승질머리에.”
“그랬을 거 같애?”
“뻔하지. 오히려 더 잘 했다고 지랄난리 치겠지. 왜 남의 물건을 내 허락없이 뒤지느냐. 안 그랬겠어?”
“노(No). 이래서 당신은 날 안다고 해도 결국은 모르는 거야.”
“흥!”
“만일 당신 말처럼 내가 사진을 숨겨 왔다치자구. 그럼, 내가 들키게 숨겨 놨을거 같어?”
“그래서 뭐야. 어디다가 잘 감춰놓은 건 안 들킨단 말이지?”
“이 사람아, 그게 그런 뜻인가? 그나저나 그 사진 갖고 있어?”
“사진, 당신 책상 위에 그냥 놔 뒀어.”
“다 보이게?”
“그랬다니까?”
“당신 엄마 왔다 가셨나?”
“응? 엄마?” 영란은 말을 더듬거렸다.
“이 사람이. 참 신기해. 차라리 신문에 내지.”
“엄만 내가 책임질 거야!”
“Too late!”
“가만있어!” 영란은 셀폰을 꺼냈다.
“당신 엄마한테 전화하는 거야? 뭘 어쩔려구.”
“쉬이! 쩟!” 영란이 혀를 찼다.
"하지 말지?"
영란은 정말로 친정에 전화했다. “엄마! 이번 오서방일에 대해서 입 다물어, 알았지! 만일 누구한테건 사진 얘기 했다간 엄마 나 송장 치울줄 알어, 알았어? 이모한테두 입 다물라구래! 어느 누구든 어제 일 입 밖에 내면 내가 진짜 가만 안들 놔둘 거야! 엄마, 알았지? 오서방한테두 암말 말어! 건드리지 말라구. 끊어!”
“대단하시구만!”
“그리구 당신, 이번은 그냥 넘어가는데, 다음에 또 이런 일 있으면 그냥 다 죽여버릴 거야. 알았지! 응! 진짜야. 난 한다면 하는 여자야. 알지!”
“알았오!” 운진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빠가 당신 보재.”
“뭐어? 장인어른두 아시나?”
“응. 엄마가, 아이, 이 놈의 여편네! 화아! 또 열나네. 에이씨!” 영란이 셀폰을 꺼냈다.
“왜 자꾸 전화하나, 이사람아!”
“알았어. 안 할 거야!” 영란은 셀폰을 백 속에 던져 넣었다.
“당신 승질이 그러니까 정내미가 떨어지는 거야. 당신 엄만데, 이놈의 여편네가 뭐야?”
“그러니까 내 승질을 안 근드리면 되겠네!”
“내가 당신 승질을 근드렸나?”
“당연한 말을 하고 있어!”
“이번에도 난 영문도 모르고 또 당하는 줄 알았더니, 뭐가 있었구만.”
“뭐 잘 한 게 있다구. 옛날 애인 사진이나 보는 주제에.”
“집에 가서 보문 알겠지.”
그게 그들의 화해의 빌미가 되었다.
그래서 부부는 화해했다.
운진이 집에 와서 문제의 사진을 보니 숙희의 것이 맞았다.
어떤 세상에서 그녀가 미국으로 유학가기 위해 여권사진을 찍어서 제출하고 남은 한장을 그가 뺏다시피 소유했던 옛날 사진이었다. 정말 그의 기억에서 없는 줄 알았던 숙희의 20여년 전의 사진이다.
운진은 아내가 보는 데서 그 사진을 휴지통에 버렸다. 그리고 그는 비로소 그 사진과 함께 역시 그녀에게서 빼앗듯 했던 책 하나가 기억났다.
사진은 그 책갈피에 끼워져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편지도 같이 끼워져 있었을텐데... 그건 안 들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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