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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 한마디만 더 하는데, 지금 그 말 취소해! 처제랑 섬씽이 있냐니!”
   “취소...” 영란이 웬일로 바로 수긍하고 나왔다.
평소의 그녀는 설사 틀린 말을 했어도 취소는 커녕 더 기승을 부렸다. 
밥상이 차려지고, 운진은 때 아니게 늦은 시간에 아내의 대접을 받았다.
   “처제!” 운진은 밖에다 대고 크게 불렀다.
   “쟨 왜 불러?”
   “밥 먹으라고.”
   “놔 둬! "
   영란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래? 야! 밥 먹어, 와서, 이년아!”
   “여보, 여보! 말 좀 그러지 말아요, 좀.” 
   운진은 그 다음으로 몰상식하게 라는 말이 따라 나올 뻔한 것을 얼른 삼켰다. "처제도 서른 넘..."
   “너 오늘 형부 덕에 그 정도로 끝난 줄 알어, 이년아!”
영아는 대꾸도 없고 오지도 않았다. 
   “야! 와, 안 와, 이년아! 이걸 그냥?” 
영란이 뛰쳐 나가려는 걸 운진이 얼른 잡아세웠다. “됐소, 됐소! 우리 밥이나 먹읍시다.”
   “개 같은 것들. 내 이것들을 그냥 놔 두나 봐라!"
   영란이 혼자 욕하고 하더니 갑자기 상냥하게 돌변했다. "여보, 간이 맞아요?”
운진은 동태국 국물을 한수저 떠서 맛보았다. “음, 그래. 아주 좋네. 당신도 먹지?”
   “잘 자리에 먹으면 살찌는데…”
   “조금만 먹지? 응?”
   “그래! 자기가 먹자니까 먹어야지. 자기 인제 맘 돌아온 거야?”
   “나? 내 맘?”
   “그래애. 자기 그 동안 몇년이야, 날 쳐다도 안 봤잖아.”
   이 여편네 옷이니 뭐니 아랫방으로 다 갖다 던질 때는 언제고... 
운진이 대답할 말을 찾는데 마침 영아가 미적거리고 부엌으로 들어섰다. 그래서 그는 시선을 그녀에게로 돌렸는데. 영아의 손에는 돈이 한웅쿰 쥐어져 있었다. 
거기에는 제법 백불짜리도 꽤 섞여있었다.
운진은 속으로 짜증이 났다. ‘밥 좀 먹으려는데 돈은 왜 또 가져오나!’
아니나 다를까. 
돈을 본 영란이 용수철처럼 자리에서 튀어올랐다. “이년 좀 봐!”
운진은 수저를 내려 놓고 눈을 감았다. 오늘 밤 잠은 다 잤구나... 십할!
그런데 영아가 형부 뒤로 쏜살같이 와서는 딱 붙었다.
운진은 이러다가 아내의 휘두르는 주먹에 맞나 싶어 상반신을 곧추세웠다. 그 바람에 머리 뒷통수가 처제의 젖가슴을 누른 꼴이 되었다. 감촉은 뭉클거림과 부드러움 그 자체였다.
   "너 이리 못 와?" 영란이 앙칼지게 소리쳤다.
영아가 마치 숨박꼭질 하듯 얼른 앉더니 형부 다리 위에 엎드렸다. 
그 동작은 영아가 틴에이저였을 때 언니나 오빠 혹은 엄마로부터 숨을 때 하던 것이었다. 때로는 형부가 걸어다니는 대로 달라붙기도 했다. 그러면 희한하게도 그 집 식구들이 더 이상 안 쫓고 돌아서곤 했다. 그럴 당시 그가 뭘 어떻게 한 것은 없었고 그 집 식구들이 마치 오서방 주위가 접근금지구역이라도 된 양 가까이 하기를 꺼려했다. 
영란이 지금도 상 위로 보고 아래로 보고 하면서 이년 어딨어 했다. 동생을 잡으려면 못 잡을 것도 없는데 마치 숨은 아이를 긴장시키듯 그렇게 엄포만 놓는 기색이었다.
돈 훔친 껀도 그냥 넘어가는 모양이었다.
영아는 서른 넘은 처녀가 형부의 다리 사이에 숨어 상 밑으로 언니의 동작을 살폈다.
운진은 잠자코 밥을 떴다. 그리고 그는 머릿속으로 아내의 말을 되살려 냈다.
   처제와 섬씽 있어서 두둔하는 거냐고. 소위 언니가 되어갖고 그런 말을 해도 되는 건지.
그런데 영아는 아까 그 말에 반발도 안 했다.
영란이 식탁 의자에 앉았다. "미친 년! 형부 밥 먹는데 달라붙어서 뭐 하는 거야!"
   운진은 불현듯 다른 세상에서 화원으로 찾아온 한씨부부가 숙희에게 가했던 폭행이 기억났다. 그 때 숙희는 공희모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매맞으며 울기만 했다. 숙희는 대항 한번 못했다.
그러다가 구경만 하던 운진이 화를 내니 그 부부가 떨어졌다. 
그 여자 지금도 그러고 사나... 
   운진은 손짓으로 처제더러 일어나라 신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