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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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9. 01:24

   “어, 형님, 처제는 오늘, 결근이예요?”
형록의 그 말에 운진은 모른다고, 알고 싶지않다고, 고개만 저어보였다. 
그는 말을 꼭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 봤다. 그래도 집안 일인데. 
   ‘혹시 이 자식은 아니겠지. 처제가, 시발, 언니 가게에서 돈 훔치는데, 쌩판 남인 이놈이야 부담있나?’ 
운진이 복권 찍는 아줌마한테 어디 캐쉬어 일할 사람 좀 소개하라고 말한 뒤 뒷방 사무실로 가려는데 형록이가 운진을 불러 세웠다. 
   “사람은 왜요, 형님?”
   “그냥 필요해서. 너 짜르는 거 아니니깐 걱정 마.”
   “처제 대신이예요?”
   “그래!”
   “내 그럴 줄 알았지.”
   “뭘 니가 그럴 줄 알어, 임마. 너 뭐 아는 거 있어?”
   “처제 진짜 안 나오죠?”
   “그래! 안 나온다, 됐냐? 왜, 보고 싶냐?”
   “에이, 형님두. 그런 농담마세요, 예? 누가 그런...”
   “만일 생각있었다면, 일찌감치 속차려, 임마!”
   “형님! 그런 애는 열트럭으로 와도 상대 안 해요, 예?”
   “그나저나 너 여잔 있냐? 장가 안 가?”
   “아이, 형님! 아침부터 쫑코 주지 마시고. 형님 처제, 그 동안 돈 장난 하다 발각나서 짤린 거죠? 예?”
   “니가 어떻게 아냐? 이놈 수상하네. 너두 했냐?”
   “형님! 그러시면 섭섭해요, 예? 진짜 섭섭합니다!”
   “처제란 게 돈 장난 한 걸 알고 나니까, 십할, 세상에 믿을 인간 하나도 없더라.”
   “내, 그 동안 형님한테 말은 못 하고 저거 저러다가 언제고 걸리지 했죠. 결국 드디어 걸렸네! 오아, 승질머리는 좋나? 생긴 건 그런대로 봐 줄 만...”
   “이놈 생각있는 모양이네.”
   “형님!”
   “뭐, 임마. 우리 처제 몸 하난 잘 빠졌잖아. 젖가슴도 글래머러스하고. 방댕이도... 너 우리 처제 수영복 입은 거 본 적 있냐? 뿅 간다, 가. 몸 하나는 짜악 빠졌지. 진심을 말해 봐, 임마.”
   “장난하지 마요, 예?”
   “야, 너, 솔직히 말하자. 너 뭐 볼 거 있냐? 같이 사는 노모에, 돈도 없어, 널 누가 뭘 믿고 딸을 주겠냐? 요즘 애들이 얼마나 돈 밝히는 줄 알어? 사랑? 사랑 좋지! 근데 우선은 경제력이 있느냐, 그것부터 보는데. 너 한가지 봐 줄 건, 진득하다는 거. 하루도 안 빠지고 일 나오고, 늘 착실하고, 다아 좋은데, 너 장가가면 어머니는 어떡할 거냐?”
   “형네로 가시라 해야죠.” 
형록이 대답은 하는데 어째 자신없는 대답이다.
운진은 '너의 형은 영주권이 있느냐'고, 물으려다가 얼른 다른 말을 던졌다. “니 형도 그렇다. 혼자 사는 동생한테 부모님을 맡겨놓고, 뭐라구? 마누라가 싫어해서? 금, 너두 니 마누라가 노모 못 모신댄다 해. 그래서 아직 장가를 못 가니깐, 모셔 가라구래. 너 장가 좀 가게.”
   “씨팔놈이 콧방귀도 안 뀌어요!”
   “야, 그럼, 처갓집으로 들어간다구래.”
   “예에? 그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말씀예요? 나, 참! 그만하세요!”
   “결혼하되 여자네 집에서 들어와 살기 원한댄다 해.”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해요? 누가 처갓집에 들어가 산단 말예요! 남자 자식이 미쳤다고 처갓집 살이를 해요? 형님 같은 사람이면 몰라도.”
   "어,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예? 사실이잖아요." 형록이 안 할 말을 했다고 약간 무안해 했다.
   "어, 자식은, 증말..."
   운진은 형록과 처제를 정말 붙여줘 봐야겠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사무실로 들어가서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둘이 오래 일해 왔는데, 우리가 모르는 뭐가 있지 않겠어?"
   "미친 년! 그래서 살림 나려고 돈을 훔쳤나?"
   "뭐 하는데, 처제는?"
   "지 방에 처박혀 있겠지!"
   "좀 달래 봐. 가게 나오려는 지."
   "둘이 얘기 붙여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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