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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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31. 03:16

   최 장로는 아내의 핀찬에도 말을 계속했다. 
   “우리 영란이는 미국 오는 바람에 하던 성악을 중단하고, 여기 와서는 아빠 엄마가 장사를 바로 시작하니까 동생들 뒷바라지 하느라 그 좋은 전공을 못 살렸지.”
   “아니, 그런 얘기를 예서 뭣 허러 한대애, 글쎄? 저 청년이 들어서 뭐 좋다구?” 
영란의 모친이 성을 냈다. 혹간씩 숨겨놓은 비밀이 탄로날 때 나타내는 그런 민감한 반응이었다.
운진은 아아 어쩐지이 하고, 고개를 크게 끄떡여 주었다. 
   “그럼, 그 동안은요?”
   “그 동안은, 뭐?”
   “여기 안 있었나 보죠?” 운진은 제일 궁금해 하던 것을 물었다.
   “집일을 도우다가 잠시 어디 좀 가서 미술을 했지. 그러다가 끝내고 이번에 다시 왔지. 지난 가을에.”
   “녜에..." 
   운진은 영란의 생일 파티 직전에 그녀가 어디를 갔다가 다시 온 것으로 짐작하는데. 미술 공부?
사실 영란은 노래는 잘 했다. 먼젓 교회에서 지휘자가 몇번에 걸쳐 암만 꼬치꼬치 물었어도 영란은 끝까지 자신의 성악 전공을 말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이젠 미술도 한다고...
운진은 어른의 말이라 전혀 의심을 안 했다. 숫자 계산을 조금만 했더라도 최 장로란 이가 말한 학번과 나이가 걸맞지 않음을 알았을 것이고. 영란이 미술을 전공하느라 다른 데에 가서 있었다는 것도 잘 따져봤다면 그 기간이 겨우 반년 정도였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운진은 그의 특유의 무심함이 남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 들였고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그는 이미 영란의 몸에 빠진 터라 눈에 꺼풀이 덮힌 상태였다.
경험녀 영란의 타고난 몸매와 성기교에 총각은 폭 빠진 것이었다.

   그 찬양회가 있고 나서 얼마 후, 김흥섭으로부터 한숙희가 황성렬과 데이트 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운진은 열이 뻗쳤다. 
   ‘그렇게 말했는 데도 끝끝내! 엿 먹으라 이거지! 십할, 어디 한번 당해봐라! 황새끼도 보통은 아닌데. 뭐야! 그럼, 전부터 양다리를 걸쳤다는 거잖아!’
운진은 김과 술을 펐다.
김이 계속 운진을 타일렀다. “그냥 이렇게 물러서는게 아니지라. 다시 꼬신 댐에 멋지게 차버리는 거여!”
   “무슨 여자가 손이 먼저 올라가요? 진짜 무술한 사람들 보면 티도 안 내더라구요. 조용히 있거나 아니면 피하더라두요. 근데 이 여자는 툭 하면... 한번은 약속 시간에 좀 늦었다고 차 안에 있는 사람의 턱을 치더라니까요? 잘못 배워 처먹어 갖고!”
   운진은 술기운이 슬슬 도니 입이 걸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여잘 상대로 싸울 수도 없고."
   “안 봐도 눈에 서언하구만. 승질이 보통은 넘는단게. 한번은 사내 3단하고 대련이 붙었는디, 그 자가 상대방이 여자니까 좀 봐줬더라고. 미쓰 한도 슬슬 공격할 찬스를 찾는디, 그 사내가 이단차기를 해려다가 얼른 발을 거뒀지이. 워매, 미쓰 한이 붕 날르면서 이단으로 그 사내 턱을 가격했다? 일점을 뺐았지. 그랬더니 그 사내가 정권으로 미쓰 한의 가슴을 노린거여. 막기는 얼결에 막고, 와매, 미쓰 한, 승질을 팍 내는디, 계속 기합을 느면서 공격하는디, 그 사내도 어쩔수 없이 미쓰 한을 킥으로 차 버린 거여. 일대일 동점이지?"
김의 말에 운진은 속으로 갸우뚱했다. 그게 어떻게 일대일 동점이지?
   "미쓰 한이 배를 쥐고 엎드려서 끙끙거리니께, 심판이 기권하겠냐고 물었는디, 워매, 팔딱 서더니만, 아뇨! 합니다! 하는 거여. 아따, 그 때 미쓰 한의 눈에서 광채가 나는디, 웬만한 사내는 눈빛에만도 심장마비를 일으킬만 했단게.”
   “결국 이겼어요?”
   “으응, 사내를 이길 수 있나? 져부렸지. 그 잡놈도 여자가 바락바락 대드니께 승질이 나서 견딜 수가 있나? 돌려차기로 케이오를 시켰지이. 그 때 미쓰 한이 실려나가면서 어찌나 통곡을 해쌌는지, 지금도 등골이 오싹하단게? 승질이 보통은 아니여.”
   "그런 건... 성질이 아니라..."
   "잉?"
운진은 그 여자에게는 반항 내지는 남자에 대한 증오심이 가득하다고 말하려다 말았다. “아이고오. 이쯤에서 끝내길 잘 했네. 잘 알겠습니다.”
   “그냥 이대로 끝낼려고?”
   “황 만나고 한다면서요? 그건 저를 노골적으로 엿 먹으라는 신호예요. 둘이 잘 해 보라죠.”
   “내 보기엔 그런 것 같지 않든디. 오형이 사내답게 속을 한번 탁 털고 다시 연락하시요.”
   “어어. 나중엔 몰라도, 지금은 생각 좀 해 보구요. 저도 이러면 속알닥지 없다는 말을 듣겠지만, 김형은 모르세요. 십할, 여자한테 발차기를 당하고, 하이고오, 잔디에 쓰러졌는데, 챙피하더라구요.”
   "맞아줬겠지이! 숙희학생은 그런 걸 몰랐을 터이고."
김흥섭의 그 말에 운진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다 알고 있나 본데?
   뭐야, 그 여자. 나한테는 빼면서 뒤로는 아무 남자하고나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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