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은 김흥섭에게 말은 그렇게 했어도 숙희를 찾아갔다.
그녀의 모친이 앞에서 막으려다가 딸에게 밀려났다.
숙희는 가슴께에 팔장을 낀채 운진을 꼬나봤다. “뭐예요?”
“황은 왜 만납니까?”
“왜요, 그게 미스터 오하고 상관있어요?”
“내가 그 자식은 만나지 말라고 했잖아요!” 운진은 언성을 높였다.
“내 맘예요!”
“그 자식은 질이 안 좋아요!”
“미스터 오보다 더 예의 발라요. 흥! 가세요! 그리고 다신 찾아오지 마세요.”
“아, 그 자식은 만나지 말아요! 딴 남자 만나요, 딴 남자, 예?”
“그만 가세요, 네?”
“내가 말하려는 건 말예요, 그 자식이 처음부터 우리 둘 사이를 갈라 놓으려고 날 얼마나 놀리고 빈정거렸는줄 알아요? 근데, 결국 그 자식이 숙희씨와 데이트한다는 건, 진심이 아닙니다. 찔러 보는 거라고요. 그러니까 딴 남자 만나요, 예?”
“딴 남자 만나면 나아요?”
“으으... 참을 수 있을 것 같애요. 무엇보다도 황은 질이 나빠요. 남자는 남자가 알아요. 내가 질투가 나서가 아니라, 숙희씨를 염려해서 하는 말이예요. 황하고 어울리다간 후회할 일이 생겨요. 아, 뭐, 운동을 잘 하시니까 그 자식 숙희씨를 섣불리 건드리다간 얻어맞겠죠. 참, 나아, 난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맞고.”
“새로 나가는 교회는 어때요?”
“쪼그매요. 왜 물어요?”
“어디라구요?”
“죠지아 애브뉴 선상에 있어요. 왜 물으세요? 허이구, 그냥 나 그 교회 나가니까 나 놔 두세요.”
“제가 미스터 황하고 데이트 한다고 누가 그래요?”
“다들 소문이 났던데요, 뭘.”
“김 선생님한테 들었어요?”
“어, 예, 김형두 그러구, 뭐.”
“또 누구요.”
“전, 김형한테 들었어요.”
“김 선생님은 어디서 들어서 운진씨한테 전했대요?”
“봤겠죠, 뭐. 거기까진 안 물어봤어요. 이미 쪽 팔렸는데 그런 것까지 묻습니까?”
숙희가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쪽팔렸대."
“웃으라구요. 진짜 이상한 여자시네.” 운진은 그녀네 문간에서 돌아섰다.
“잠깐만요!”
숙희가 뒤따라와 팔을 꼈다. “이래서 내가 운진씨를 절대 못 잊는 거예요.”
"뭐요?"
그녀가 걷자고 운진을 밀었다.
“아니, 진짜루 말하는 데요. 전 말예요, 명색이 남잔데, 여자한테 맞고 그러니까, 십할, 살고 싶지도 않더라구요. 그리고 숙희씨가 무서워요. 벽돌 깨던 손으로 남편을 팰 거 아녜요. 그건 말이 안 되죠.”
“운진씨가 제 남편될 거라고 누가 그래요?”
“제가 남편 될 거라는 얘기가 아니라 장래 남편이 누가 되든 때릴 거라 이 말이죠.”
"맞는 사람이 바보지."
숙희가 그를 자꾸 밀어부쳤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그녀의 모친이 이번에는 암말 않는 것이었다.
"맞을 짓을 안 하면 되겠네."
숙희가 동네 길을 잘 아는 양 이리저리 계속 인도했다. “제 동생 지난 겨울에 결혼했어요.”
“녜에? 기여코 했어요? 아니, 언니가 아직도 처년데 동생이 앞지르면 안 되죠!”
“그러니까 운진씨가 이제라도 절 구제해 주면 되겠네요.”
“엇!!!”
운진은 하마터면 발을 헛디딜 뻔했다. 일났다!
숙희가 그의 팔을 잡아당겨 세웠다. “에이, 남자분이 왜 이리 힘이 없으세요!”
"아니, 황, 그 자는 숙희씰 구제해 줄 생각이 없대요?"
"미스타 황은 자기가 운진씨 상대 못 될 걸 이미 알고 있던데요?"
"그런데도 만나나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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