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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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8. 06:56

   운진이 이튿날 장사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집 앞에 낯선 차 한대가 세워져 있었다.
영호의 찌그러진 애큐라 차 옆에 나란히...
그리고 챌리의 차가 안 보였다.
   '지금이 몇신데 얘가...'
게다가 웬일로 바깥 현관문이 잠겼다. 
안의 것은 잠그는 걸 아는데 밖의 스톰도어는 영란이 번거롭다고 절대 못 잠그게 했는데...
   아! 키미가 언니 없이 혼자 있으니까 잠궜나?
   그나저나 저 차는 누구지? 어디서 본 것도 같고...
운진은 바깥 현관문을 두드렸다.
조가가 잠옷바람으로 나와 문을 열었다. "뭐요?"
   "당신!"
   운진은 조가에게 삿대질을 했다. "여기서 뭐 해!"
   "나? 나 시방 이 집 처남이랑 술 한잔 한당게? 내한테도 처남 아니여?"
   "뭐야!"
운진은 그 자가 왕년에 뒷골목에서 주먹으로 놀았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나지만, 멋 모르고 문을 열어잡은 그 자의 면상을 주먹으로 있는 힘을 다해 후려갈겼다. 
얼결에 맞은 그 자가 중심을 잃고 흔들리며, 이 새끼가, 이 쌔끼가, 하는 걸 또 한차례 갈겼다. 
그 자의 코에서 피가 터졌다. 
운진은 겁도 나고 그 자에게 숨돌릴 기회를 주었다간 반격을 받을 것 같아 그 자가 정신 못차리는 틈을 타 계속 치고 차고 짓밟았다. 
그 자가 일어서려면 걷어차고 일어서려면 밀어서 쓰러뜨렸다. 
그 자에게 팔이나 옷이 잡히면 발로 차서 떼어놓았다. 
그 자가 피하며 밀리며 밖으로 나갔다. 
운진은 문을 쾅 닫아 걸었다. 
그리고 그는 신을 신은 채 리빙룸으로 달려가 전화기를 찾았다.
무선 전화기는 싱글싱글 웃고 섰는 영호의 손에 들려져 있었다.
   "너 이 새끼!" 
   운진은 저도 모를 소름이 끼쳤다. "뭐 하는 짓이야!"
그 때 집 앞을 향한 유리창이 쨍그랑 하고 깨지며 물체 하나가 날아 들어왔다.
그 물체가 현관 타일 바닥에서 한번 튀고는 떼구르르 굴러갔다.
영호는 역시 겁장이라 피했다.
   "어떤! 이 새끼가 돌을!"
   운진은 구석으로 굴러가 박힌 벽돌을 향해 뛰어갔다. "끝끝내 해보자 이거야?"
영호가 윗층으로 달아났다.
조가가 깨진 유리창을 통해 안으로 들어오려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이 새끼!"
   운진은 조가의 머리를 향해 손에 든 벽돌을 던졌다. "이게 뒈지려고 환장을 했나!"
벽돌은 정확히 날아가서 조가의 머리에 맞았다.
   "악!" 
   조가가 뒤로 물리며 깨진 유리에 어깨를 갈았다. "악!"
벽돌은 집 안으로 도로 떨어졌다.
그 때 집 앞이 갑자기 총천연색의 불빛으로 물들었다.
   '영호새끼가 나 보자 이미 경찰을 불렀구나!'
운진은 두 팔을 힘 없이 떨구었다. 쥐새끼 같은 놈, 두고보자!

   그 다음일을 운진은 기억 못한다.
기억하느니 덩치가 산만한 이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와서 그를 쓰러뜨리고 결박한 것 외에는...
그는 마구 다뤄지며 백차 뒤에 쑤셔박혀졌다.
조가가 들것에 실려가며 나 죽는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영호가 고소하다는 듯이 나와 봤다.
운진은 차가 움직여서 영호가 안 보일 때까지 노려봤다.
   너희 둘 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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