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pt.2 13-2x122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30. 00:31

   운진의 호흡이 차차 수월해지고, 그래도 숙희는 재미 들려서 매일 같이 나갔다. 
그녀가 같이 다닌다고 주문량이 늘어났다거나 구역이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자기랑 같이 다니니까 애정이 더 살아나는 거 같지?"
   숙희가 환하게 웃었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붙어 다닌 적 있어? 서로 일 다니느라고 바빠서 얼굴 볼 새도 없었는데. 그치?"
   "..." 
운진은 대답 대신 식 웃었다. 일단은 동감한다는 뜻이다.
   "자기, 참 사람들에게 포용력 있다? 그 말 같지도 않은 떼거지를 다 받아주고... 하긴, 뭐, 얻고자 하는 주문만 나오게 하면 서로 좋으니까... 이 사람한테 들은 거 저 사람한테 들은 거 서로 옮기지 않고, 들어만 주는 거... 좋은 거 같애."
   "귀따갑지."
   "그 사람들도 그렇게 해서 스트레스 해소하는 거겠지, 뭐."
   "들어주는 우리는 괴롭고."
   "핫핫핫!"
   숙희가 모처럼 만에 그녀답게 호탕하게 웃었다. "난 처음에, 자기, 진짜 미쳐서 돌아가시겠더라. 확 나가고 싶은데 자기는 주문이 안 나오니까 계속 에, 에 하며 들어주고. 와아! 근데, 차차 들어주다 보니까 그들이 어떻게 사나 보이기 시작하더라구?"
   "저절로 동네 소식들 다 듣는 거지."
   "재미있게들 사네에!"
그 날도 두 사람은 사이좋게 돌아다녔는데...

   숙희는 새 회사가 그녀의 근 20년을 소유한 스탘을 일대 일로 바꿔준다는 제안을 거절하고 매물로 내놓았다. 합병 당한 기업체의 스탘은 상장가에서 이미 33%나 곤두박질 했다.
그래도 숙희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새 스탘 옾숀을 받아 들인다는 것은 오라이언 뱅크의 주주로 남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알트가 회장으로 옮아 가있는 그 뱅크에.
손해보는 짓은 안 하겠지 하는 얄팍한 알트의 속셈을 숙희는 꿰뚫었다. 
   "월 스트리트에 있는 천재들의 장난이야. 누군가가 내 꺼 사서 새 스탘으로 바꾸겠지. 어쨌거나 난 이번 기회에 손 떼려구." 
숙희가 제딴에는 설명한다고 했다.
   "..." 
감이 안 잡히는 운진은 눈만 멀뚱멀뚱 하고 있었다.
   라잇-어프(write-off)라 해서 투자했다가 손해본 사람들이 취하는 편법이 있다. 즉 손해 본만큼 세입 공제를 받는 것이다.
숙희는 옛날에 구입했을 당시의 줏가보다는 몇 배 정도 오른 값에 매각했지만, 그 날의 매가에서 삼분의 일을 손해본 것으로 처리되었다. 
그래도 그 액수가 운진으로서는 억! 할 정도로 대단한 금액이었다.
   "이걸 재투자 잘못 했다가는 우리 알거지 되니까... 차라리 챌리와 킴벌리 앞으로 해서 뮤추얼 펀드 계약 할 거야. 나중에 걔네들 은퇴할 쯤이면 몇십배로 늘어나 있게."
숙희 그녀가 집 융자 대금의 나머지를 다 갚아 버렸다.
   그런데 그녀에게 다른 기업체에서 러브콜이 왔다. 
또 다시 인사 계통의 직책이고, 보수는 먼젓 회사와 대응하는 대우였다. 그리고 그 회사에서 숙희에게 오라면서 의뢰하고 싶은 안건이 있다고 했다.
숙희가 그 제의를 일단 보류했다.
일단 거절한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그 회사가 숙희의 작업에 만들어져서 더 큰 회사로 합병되기를 희망한다는 것.
또 하나는 자기네 회사로 오라고 제의하는 어떤 인물이 동시에 사랑 고백을 한 것.
앞의 제의는 숙희의 일종의 특기이므로 댓가를 흥정해서 서로 맞으면 얼마든지 수락할 용의가 있는데. 
그런데 정작 문제는 느닷없이 받은 청혼에 대해서.
숙희가 단번에 거절 내지는 반박을 하지않고 있다.
숙희는 새 회사의 그러한 제의를 첫번째 것만 남편 운진에게 상의는 아니고 지나가는 말처럼 비쳤다. 
두번째인 어떤 남자의 청혼 말은 빼고.  
이게 나로 하여금 다시 도약할 챈스일까? 팦 하고 연관 없는 전혀 다른 회사에서 보복을 꾸며?
   그녀에게 회유책을 보낸 자는 항간에 소문난 애날리스트이며 그의 고객은 주로 대형 컴퍼니들이다. 
그녀는 아주 오래 전 초대형 백화점 둘의 합병을 놓고 작업한 적이 있는데, 그의 작업에 완패한 적이 있다.
그런 자와 손 잡고 일한다면. 
   게다가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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