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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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30. 00:33

   제레미가 아직도 잊지않고 쑤에 대해서 아주 잘 안다고. 
비단 일 때문만 아니라 둘이 꼭 좋은 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아주 간곡히 애원해서이다.
그리고 숙희가 얼른 거절하지 못하고 미련을 갖는 이유는 그 자의 엉뚱한 청혼 때문이 아니다.
그 쪽에서 제의하는 일자리가 영구직이 아니라서 그러는 것도 아니다.
혹 제레미를 이용해서 알트를 놀래킬 수 있을까 하고, 그것을 연구하는 것이다.
그녀가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그녀는 대학동창인 대나를 배신해야 하는 것도 염두에 두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일단 인터뷰를 빙자한 만남을 약속했다. 
   '일단 만나보고 최종 결정해도 늦지는 않으니까... 남편에게는 일단... 글쎄, 말을 하는 게 좋겠지?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돌아온 토요일 아침, 숙희와 운진 부부는 사이좋게 아침을 하고 있었다.
딸들은 지난 밤 아주 늦게 귀가해서 아직 늘어지게 자고 있다.
숙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부엌 식탁 위에 내려놓고 간 그녀의 셀폰이 울렸다.
운진은 신문을 보며 커피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녀의 셀폰은 벨톤이 끊어지고, 잠시 후 셀폰 스크린에 창이 뜰 때의 차임벨 소리가 났다.
   누구지?
운진은 숙희가 어디 가서 안 오나 하고, 대충 기웃거렸다. "쑤! 쑤? 전화!"
   "응. 왜애! 나 화장실에 있는데?" 
   그녀가 멀리서 소리쳤다. "누군데? 자기 좀 받지?"
운진은 셀폰 스크린에 'missed call 1' 하고, 글씨가 나타난 것을 보기만 했다.
   숙희가 돌아와서 셀폰을 집어 들었다. "누구지?"
아내 숙희가 셀폰을 귀에다 갖다 대는 것을 보며, 운진은 토스트 조각을 입에 가져갔다.
웬지 그는 느낌이 좋지않았다. 
그냥 기분에 좋지않은 전화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숙희가 보이스메일을 다 듣고 나서는 부엌을 나갔다.
   무슨 전환데? 그 말은 운진의 입속에서만 맴돌았다.
잠시 후, 현관문 여닫히는 소리가 났다.
운진은 그제서야 몸을 움직여서 입구 쪽을 쳐다봤다. 
현관문 쪽유리를 통해 밖에 섰는 숙희의 옷색깔이 보였다.
배우자 앞에서 하지않고 밖에 나가서 한다거나 몰래 숨어서 하는 셀폰 통화의 99.4%는 불륜이라고, 전에 형록이 농담반 진담반처럼 말했었다.
보이스메일을 듣고 나서 밖으로 나가서 회답 통화를 하는 아내...
운진은 커피를 마저 비우고 빈 컾은 싱크에 놓았다.
그가 양치질을 하러 윗층 욕실로 올라가려는데 현관문 여닫히는 소리가 다시 났다.
   "자기..."
   숙희의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자기, 나 좀 볼래?"
운진은 그녀가 먼저 최후의 통고를 선언하려나 하고, 되려 마음을 비웠다. 
그녀가 그만 헤어지자고 하면 대번에 그러자 하고 대답하려고...
하지만 딸 둘이 약혼들만 해놓은 상태라 이 보금자리 아닌 보금자리가 좀 더 필요한데...
새로운 일자리에서 자꾸 보잔다고, 숙희가 내심 고민인 양 말했다. 
   "어떡해, 자기?"
   "일 하려구?"
   "나 정말... 일... 하지 마?"
   "내가 쉬라고 했구, 당신도 동의했잖아."
   "조건이 너무 좋은데... 보수도 좋고."
   "그럼, 당신 맘대로 하시요. 난 우리끼리 말이 다 끝나서 재론하지 않을 줄 알았더니."
   "자꾸 전화가 와서..."
   "누가 소개하는 건데?"
   "소개는... 전부터 알던 어떤 회사... 높은 사람인데."
   "참 끈질기네, 누군지."
   "나로서는 좋지, 뭐. 고맙구..."
   "제프... 그 사람하고 관계있는 데야?"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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