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운진은 그 푸드 코트에 또 갔다.
그는 책방 여인이 손님에게서 주문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또 숨어서 밖으로 나왔다.
그가 전날의 그 시간대를 잘 맞춘 덕에 남자가 그녀를 데릴러 와서 마구 대하는 광경을 또 목격했다. 그녀는 운진과 마지막으로 만났던 분위기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남자의 거친 행동에 두려워하는 기색으로 따르기에 바빴다.
'내가 힘만 있었던들. 저 자식을 보기좋게 후려 갈길 텐데... 얼마나 멋질까...'
운진은 멋있는 장면을 눈 앞에 그렸다. 그런데 몸은 기력이 없다.
그 날도 그들이 탄 차는 거칠게 출발했고, 여인은 역시 시트벨트를 매느라 허둥거렸다.
'네시면 퇴근하는 모양이군...'
운진은 그제서야 차에서 내렸다.
이 날은 숙희에게서 일찍 끝났냐는 전화 연락이 오지않았다.
또 하루가 지난 후, 운진은 네시 넘어 푸드 코트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가 방금까지 일했을 음식점으로 갔다.
그 집은 주로 탕 종류를 팔았다.
'설마 그녀가 운영하는 데는 아닐 테고...'
운진은 새파란 여인이 주문 받으려고 눈치 보는 것을 알아차리고 식 웃었다. "여긴 뭐가 맛있어요?"
"우리 코너능... 탕? 탕을 잘 해요."
여기서 태어났거나 아니면 어려서 온 바탕을 느끼게 하는 약간 어린애 같은 말투.
운진은 그런 말투를 들으면 늘 웃음이 나오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지금도 저도 모르게 식 웃은 모양인데, 새파란 여인이 마주 웃었다.
"육개장 하나 줘봐요."
"유개장. 아니, 아니다, 육개장뇨..."
새파란 여인이 메뉴 버튼을 죽 찾아서 눌렀다. "십불... 오십구... 전!"
운진은 들고 있던 십불 짜리 지전을 넘기고, 바지 주머니에서 일불을 하나 더 꺼냈다.
그는 동전 나올 것을 캐쉬대 앞에 놓인 플래스틱 그릇에 넣으라고 손짓했다. 팁통.
운진은 그 새파란 여인을 찬찬히 훔쳐보며 두어 자리 떨어진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스물 여덟 아홉은 됐겠는데, 손가락에 반지가 없네.
씨발, 유방 하나는 끝내주게 좋다!
운진은 그 여인이 전혀 쳐다보지도 않는데, 그래서 되려 감사하며 그녀의 움직이는 몸을 안 보는 척 하면서 유심히 봤다.
흠... 방둥이도 탄탄하니... 잘 조이겠다.
이게 겉으로는 우유부단해 보이고 만사 귀찮아 하는 경향이 짙게 나타나는 운진의 속마음인 것이다.
이제 그는 아주 대놓고 다른 여자들을 훔쳐보고 아닌 말로 횡재하는 기회를 찾는다.
아내가 죽고 난 후 한 동안 침체되었다가 돈 빌려간 장부에 올라온 이름들을 찾아 이 여자 저 여자 건드리고 다녔을 때가 새삼 그립다. 그 때 그 여자들은 대부분 남편들이 있었는데도 왜 그리 쉽사리 팬티를 내렸는지 그는 지금도 의아스럽고 궁금하다. 아마 셐스리스 부부들이었나?
숙희 그 여자도 똑같을 거야!
사내새끼한테서 향수를 선물 받을 정도면 알아볼 징조지!
그 여인이 쳐다보지는 않지만 몸이 이쪽으로 돌아온 것을 보고, 운진은 얼른 안 보고 있는 척했다.
"맛있게 드세요오~"
그 새파란 여인이 혹시 운진에게 무슨 다른 마음이 생겼나.
보통 주문한 음식 나왔다는 외침을 들으면 먹을 이들이 가서 받아오는데, 쟁반을 직접 가져와서 앞에 놓는 것이었다.
자연 그녀가 쟁반을 내려놓느라 상반신을 앞으로 수그렸는데, 매끄럽게 만져질 것 같고 빛이 말갛게 느껴질 것 같은 젖가슴 골이 안으로 들여다 보였다.
"필요하신 거 있으면 말하세요?"
"녜, 예!" 운진은 얼른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의 자격지심일까. 그 여자가 얼른 가지않고, 운진을 살펴보는 것처럼 착각 들게...
운진 그가 수저를 집어서 뻘겋기만 한 육개장 국물 맛을 보니, 그제서야 그 여인이 몸을 돌려서 단단할 것 같은 엉덩이를 양 옆으로 씰룩거리며 가는 것이었다.
내가 여편네랑 이혼하면... 저런 나이의 여자하고 못 만날래나?
운진은 밥을 천천히 먹으며 아무래도 그 새파란 여인이 계속 보고있다는 착각을 떨치지 못 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손님도 없고 하니 그냥 보는 것이지 무슨 생각이 있어서는 아닐 거라고 자신을 꾸짖었다.
그는 새삼 영아가 그리워졌다. 그녀의 상아컵 같은 유방과 무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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