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재회
주말을 보내고 돌아온 월요일, 운진은 네시가 조금 넘어서 그 푸드 코트에 또 들어섰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책방여인 그녀가 충분히 퇴근했으려니 하고.
카운터에는 며칠 전에 본 젊은 여자가 서 있다가 아는 체를 했다. "오셨어요?"
"아, 녜..."
"뭐 드실래요?"
이 날은 그 젊은 여인의 우리말 발음이 괜찮다. "오늘 설렁탕, 좋아요."
"줘요, 하나, 그럼."
운진은 바지 주머니에서 돈부터 꺼냈다. "다대기 좀 주구요."
"네?"
"다대기를 내가 챙기나..." 운진은 음식도 내 주는 카운터 주위를 살폈다.
그 때 그의 귀에 많이 익은 여인의 음성이 들렸다. "다대기. 핫페퍼 말하잖아."
"아아! 네!" 젊은 여인이 활짝 웃었다.
운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곁에서 일러주는 음성의 소유주가 책방여인 같아서였다.
그녀가 충분히 퇴근했을 줄 알고 몰래 왔는데, 누가 커튼을 들추고 나왔다.
그녀가 운진을 쳐다봤고, 운진은 얼른 외면했다.
캐쉬어 여인이 잔돈을 내밀었다. "챈지요."
"아, 녜."
운진은 거스름 돈을 얼른 받았다. "저기 가서 기다릴께요."
"아, 금방 나오는데..."
결국 운진은 얼굴을 들어야했다. 그리고 그는 안심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가 우려했던 책방여인이 아니었는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어휴우! 난 또오...'
운진은 비로소 몸을 바로 했다. 그리고 제 삼의 여인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또 한 여인이 부엌의 커튼을 들추고 나왔던 것이다.
"설렁탕에는 깍두기를 넣든데 누가 다대기를 타령하나부지?"
그렇게 반갑다는 투로 말하는 여인은 바로 그 책방여인이었다. "어머?"
"웃!"
운진이 피하는 자세를 취했다.
귀국한다고 이별을 던졌던 여인. 네시가 넘었으니 퇴근했을 줄로 여긴 여인을 코 앞에서 만났으니.
"오 선생님..."
그녀가 카운터를 돌아 나왔다. "오랫만이네요?"
운진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인사를 했다. "안녕, 하세요."
"네에! 오 선생님 맞으시네에!"
여인이 운진의 앞에까지 다가왔다. 다대기타령 한다고 흉본 음성이었다.
운진은 순간적으로 주위를 살폈다. 그 남자가 어디서 오거나 보나 하고...
카운터의 젊은 여인이 음식 담긴 쟁반을 내왔다. "설렁탕, 뇨!"
운진은 카운터에서 보이지 않게 화초대 너머 자리로 갔다.
그 여인이 따라왔다.
저절로 둘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여인이 손을 뻗어서 운진으로 하여금 편히 먹을 수 있도록 쟁반 위의 그릇들을 가지런히 해 주었다.
"오늘 뺀 국물이예요. 식기 전에 드세요."
"어, 녜."
운진은 수저를 받아서 놓았다. "여긴, 어떻게..."
"아, 네에... 참, 그러네."
여인이 부끄러운 미소를 띄웠다. "저 사정이 있어서 귀국... 못했어요."
운진은 일부러 크게 고개를 끄떡였다. "아, 녜에..."
"참! 일은, 잘 해결되셨어요?"
"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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