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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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 04:13

   짱... 짬짜, 짬복밥... 되게 어렵네!
   "십일불 오십전이요."
   그녀가 계산기 너머로 손을 내밀고는 안에다가 소리질렀다. "짬볶밥, 우노!"
   "씨!" 사람은 보이지않고 대답하는 목소리만 들렸다.
운진은 지갑에서 십불짜리 하나와 일불짜리 하나를 꺼내어 그 여자에게 건넸다. 그리고 바지주머니를 계속 뒤져서 이십오전짜리 동전 두개를 꺼내어 마저 건넸다. 여기저기 죄 십일불씩은 하는가 보네...
운진은 그 음식점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어디서 쳐다보는 시선과 마주쳤다.
그 시선의 주인이 인사를 해왔다.
운진도 얼른 인사를 보냈다. 웬수는 늘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젠장...
   그러나 정애가 운진이 앉은 곳으로 오는 불상사는 없었다. 왜.
운진이 채 이, 삼초나 되었을까 하는 찰라에서도 그녀가 어떤 남자와 마주 앉아있다는 것을 파악했고, 그가 앉은 위치가 눈에 얼른 띄이는 곳이 아니었다.
운진은 그녀가 아직 그 자리에 앉아있거나 지나가는 것을 그가 못 봤거나 했다.
   "짬볶밥 시키신 부운!" 
세련되게 차린 그 여자가 음식 담긴 쟁반을 카운터에서 밀며 크게 소리쳤다.
운진은 마지 못한 척 의자에서 일어났다. 천상 또 봐야겠네?
정애가 바로 앞으로 지나갔다. "어머, 오 선생님!"
   아고! 
운진은 들키지 말아야 할 것을 들킨 때처럼 목이 움츠러드는 심정이었다. "안녕하세요."
   "이 집에서 뭐 시키시셨나부죠?"
   "아, 녜."
남자가 정애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갔다.
정애는 그 남자에게 간단히 손인사를 하고 마는 것이었다.
운진은 쟁반에 그릇 하나 그리고 작은 종지에 노란 무와 양파 몇개 담긴 것을 들고 좀 전까지 있었던 자리로 돌아왔다.
   "아아, 이거어! 맛 있을 거예요." 정애가 운진이 가져온 그릇을 들여다봤다.
운진은 쟁반을 식탁에 놓고 물을 어디서 얻어다 마시나 하고 두리번거렸다.
   "그린 티 하나 타다 드려요?" 정애가 마주 앉으려다가 일어섰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왜요오... 우리가 모르는 사이도 아니구."
   어, 이 여자가? 말을 막 하네?
운진은 왼손에 끼어진 민자 반지가 보이도록 애썼다. "그냥 아무 데꺼 마시죠, 뭐."
정애가 일어나서 어느 방향으로 부지런히 갔다.
운진은 먹음직한 짬뽕 반 볶음밥 반 그렇게 담긴 그릇을 내려다봤다. 
시~발... 또 그냥 버리고 가야 하나?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데... 
아! 캐리아웃 해 달라고 해야겠다!
그런데 정애가 금방 돌아오는 것이었다.
운진은 죄 지은 놈처럼 또 달아나고 말았다.

   숙희는 남편 운진과 어색한 통화를 마치고 나서 괜히 불쾌해졌다.
   '어제 밤 새고 이제 마지막 총정리 단계라는 걸 설명하려고 했는데...'
그래서 아침에 집에 갔다가 속옷만 급히 갈아입고 회사 건물로 다시 온 것이었다.
커피를 물처럼 얼마나 마셔댔던지...
이젠 화장실에 가도 소변은 안 나오고, 속만 쓰리다.
   '아! 혹시!'
숙희는 노트붘 키보드 위에서 날아다니던 손동작을 멈췄다. '봤나? 그날 밤 제레미가 집에까지 따라와서 일을 마저 끝내달라며 날 안으려 한 것을?'
그게 그런 '안음'이 아니었는데...
제프의 은근한 접근을 떨구려고 그만 하겠다고 했더니 따라온 건데...
그래서 생각을 바꾼 건데. 
이 회사를 접수하기로...
   그 장면을 그 이가 내다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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