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pt.2 15-7x147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 04:14

   그들은 어떤 규모로 감원할 것인가 의논이 끝났기 때문에 실제로 적용시킬 블루프린트를 도표로 작성해야 한다. 
그래서 그녀는 모든 공정을 파악한 또 한명의 전문가와 같이 초읽기에 들어가서 연일 밤샘을 해야한다.
그 청사진을 보여줘야 부사장이란 이가 공식 발표를 하는 것이다.
지금 일반인의 접근이나 출입을 완전 통제한 컨퍼런스실(室)에서 다른 파트의 남자와 숙희는 커피를 여전히 물처럼 마셔대며 컴퓨터가 부서져라 하고 두들겨 대고 있다.
부사장이란 이가 직접 마실 것 먹을 것들을 날라다 준다.
행여 뭇사원들이 눈치채고 미리 동요가 일까봐 우려해서.
부사장이란 이가 숙희에게 아직도 좋은 의미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단 숙희가 이번 프라젴트만 끝나면 손 볼 작정인 것을 전혀 모른 채.
나한테 감히...
널 손 볼 방법은 있다. 널... 내 밑에서 일하게 만들어주마!
제레미 너 보아하니 아직도 애송이 같은데, 겨우 리즈 향수 하나로 날...
   그러나 숙희는 자신에 대해서도 한가지 이해 못하는 것이 있다.
즉 그녀는 누구든지 그녀의 지난 날을 들먹이기만 하면 그대로 무너진다는 것. 
특히 그녀가 지난 날에 어떤 부류의 여자였었고, 어떤 짓들을 하고 다녔다는 것을 지금의 남자에게 밝히겠다고만 하면 아주 쉽게 무너진다.
그녀의 첫남자였던 랠프가 그랬고.
그녀의 둘쨋남자였던 제프가 그랬고.
그리고 그녀의 돈을 세탁해 줘오던 천재적인 공인회계사 애담이 그랬고.
이제 제레미가 아주 대놓고, 그러니까 청혼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고, 아예 원한다로 나오는 것이다.
특히 알트가 그녀의 젊은 시절을 농락한 장본인인데, 지금까지도 알트가 입만 열려하면 숙희는 그에게 달려가서...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하고 만다. 
셐스 서비스를.
그녀는 최근에도 그런 짓을 하고 말았다.
엄연히 결혼해서 남편 둔 여자가 옛상관의 명령에 셐스 서비스를 나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어디로부터 알트에게 돈이 들어갔고 그녀도 돈이 생겼고 당분간은 잠잠할 것인데.
그래서 숙희는 시간만 나고 기회만 되면 남편과 섹스하자고 덤빈다.
우선은 그로 하여금 아무 의심도 갖게하지 않기 위해서.
또 남편의 품을 수시로 확인함으로써 그녀의 생각과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녀는 이제 곧 모든 축대들이 한번에 붕괴되는 마지막 단계 작업에 몰두해 있다.
   '자기. 조금만 참고 기다려 줘. 거의 다 됐어. 길어야 일년... 그 후면 우리는 천문학적인 돈을 거머쥐고 남부럽지않게, 아니, 천하를 휘두르며 살 수 있어.'
숙희는 노트붘 키보드로 손을 옮겼다. "자아! 또 가자!"
노트붘 모니터에는 깨알같은 명단들이 가득 메워져 있다가, 그녀가 어느 부분을 마우스로 하이라이트해서 '딜리트'를 누르니 정확히 13% 의 명단이 사라졌다.

   운진이 다음날도 무슨 연유에선지 구역에 나가지 않고 회사의 빈 사무실에 들어 앉아서 전화로만 주문을 받았는데, 그의 거래처 중 여러 가게에 낯선 흑인 남자가 나타나서 혹 ㅇㅇ회사의 세일즈맨이 다녀갔느냐 물었다고...
대부분 한인이 주인인 술가게에서의 반응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결같이 못 알아듣겠다는 엄살로 대답을 물리쳤다고.
미국 술 도매 회사에 일하는 한인 세일즈맨을 어떤 흑인이 찾는 것은 이유야 어떻든 경종을 울릴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또 와서 물어보면, 어디서 나왔느냐고, 좀 물어봐 주슈."
운진은 그렇게 부탁했다. 
   뭐야... 누가 날 미행하나? 설마 그 사람이 내 뒤를 미행시키는 건 아니겠지. 
   내가 너한테 그러고 싶다! 제기랄...
그 날 그녀의 팬티에서 만져진 정액 같은 것은 그 양이 많았을 것 같다.
소위 남편 둔 여자가 외간남자와 외박하고 버린 팬티를 버리지는 못할 망정 아무렇게나 던져 놔.
   그나저나 이런 식으로 계속 살아야 하나?
   처음 결혼하자마자 전처와의 잔정을 모두 떼라며 살던 집을 위시해서 가게 등을 몽땅 처분하게 하고는 말짱 빈털털이로 만들었는데...
일단 숙희더러 결혼한 이유가 뭐냐고 묻기는 물었는데, 결혼에 목적이나 이유가 있나?
그 여자는 명색이 결혼이지 앞가림식으로 명분만 내세울 뿐 부정직한 짓거리를 여전히 하는데.
   애들 결혼을 서둘러야겠는데?

'[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2 15-9x149  (2) 2024.09.01
pt.2 15-8x148  (2) 2024.09.01
pt.2 15-6x146  (0) 2024.09.01
pt.2 15-5x145  (1) 2024.09.01
pt.2 15-4x144  (0) 2024.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