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pt.2 17-1x161 쉰둥이의 임신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3. 04:43

쉰둥이의 임신

   간단한 짐을 꾸려서 싣고, 운진이 운전하고, 부부는 뉴 저지의 해변가를 향해 떠났다.
숙희는 옆좌석에 앉아서 몹시 들뜬 분위기였다. 
   "자기 나 일하는 동안 화났었나 봐?"
   "아... 꼭 그렇지도 않은데."
   "나는 나대로 답답해서 미치겠다라구. 한 회사의 감원 계획을 두 사람이 추진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었거든. 게다가 마지막 발표하는 날까지 기밀이 절대 새어나가면 안 되고, 심지어 가족들과도 거론하면 안 되거든."
   "그런 걸... 왜 요구한단 말요."
   "기밀이니까. 만일 실수로 새어나가면 큰 파문이 일잖아. 안 그렇겠어?"
   "어차피 다른 기업들 보니까 신문이 먼저 때리든데?"
   "그건 매스콤에다가 슬쩍 흘리듯 발표하니까 그런 거구. 그 전에 작업은 미리 하는 거지."
   "작업이라는 그런 걸, 숙희씨가 했단 말이잖소."
   "그래애! 몰랐어?"
   "어떻게 하는 건데?"
   "그걸 여기서 어떻게 설명하냐? 몇주를 두고 회사에 대해 면밀히 조사한 다음 결정하는 건데. 그냥 유 유 유, 고! 하는 게 아니거든." 
   "누구 같이 하는 사람이 있었나 부지?"
   "응! 어떻게 알았어?"
   "그런 작업을 밤새워 가며 같이 하다 보면... 더러 가까워지기도 하나 부지?"
   "응?"
   "..."
운진은 운전하는 앞에다가만 눈을 주었다. '포옹을 할 정도로 말이요.' 
물론 위읫말은 그의 속으로 한 말이다. 그리고 상대를 오해하고 하는 말이다.
운진은 지금 당장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지든말든 말했어야 했다는 마음 속의 외침을 비겁하도록 눌러 껐다. 
아내와 섹스를 가지며 잊자고 했던 것인데 다시 생각났다. 아내가 한밤중에 집 앞에서 외간 남자와 포옹하고 있었는데 잠자코 넘어가는 남편의 속에는 무슨 생각과 마음이 들어있는 걸까?
   'I wonder? (나도 의문인 걸?)' 
운진은 자신에게 비웃었다.
숙희가 혼동된 얼굴 표정을 하고 앞을 봤다.
   '혹 그날 밤 제레미가 집 앞까지 따라와서 허그 한번 하고 간 것을 정말 보고 그러나? 수고많다고 치하하면서 보인 제스처라 그냥 봐주고 넘어가긴 했는데...'
숙희는 자신에게 정말 그 뿐이냐고 반문해 본다. 
절대 흔들린 적 없이 두고 볼 일로 미룰 정도의 실례를 무마하려는 것인지.
   숙희는 솔직히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다. 
여태까지 건장하고 돈 많고 인물 좋은 백인 사내들의 프로포즈를 처음 받아본 것은 아니다. 이십년을 한 직장에서 근무했는데 그 동안 아무도 접근을 안 했다고 하면 그게 더 거짓말이다. 
단지 결혼선까지 간 적은 없어도 몇몇 남자와는 아주 깊은 관계까지 갔었다.
다른 남자들 중에는 입술을 허락하는 선까지만 간 남자도 있었다.
단지 그녀가 데이트의 발전인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고 비관적이었기 때문에 만일 데이트가 좀 더 익을 것 같으면 거기서 끝냈다.
제프도 그 중에 하나. 
이혼한 경력이 있는 것만 빼면 최상의 신랑감이다. 동부 지사의 사장이었고, 가진 자산이 아직 빼앗기기 전인 현재 쓰리 헌드레드 밀리언이고, 키도 크고 그리고 영화배우 못지않는 인물의 소유자이다.
그러나 숙희가 이십년 후에 재회한 운진과 결혼한 것은 대우를 받기 위함이었다.
그녀가 깊은 관계까지 맺으며 사귄 남자들은 하나 같이 짐승으로 변했다.
그들이 그런 이유는 그녀가 맛있는 여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그녀를 맛보고는 질투의 마귀들로 변했다. 그렇게 좋은 것을 그 동안 언 놈에게 주었었느냐고.
하지만 제레미는 다른 각도로 접근했었다. 동창 대나를 배신하는 게 두려운 쑤를 달래 가며.
그러나 제레미도 막판에는 쑤의 비데오 테이프를 들먹이며 위협했다.
그 테이프에는 전문 포르노 배우들 못지 않은 과격한 씬들도 꽤 들어있다.
   숙희는 운진에게서만은 여자로의 대우를 원했던 것이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2 17-3x163  (1) 2024.09.03
pt.2 17-2x162  (4) 2024.09.03
pt.2 16-10x160  (4) 2024.09.02
pt.2 16-9x159  (1) 2024.09.02
pt.2 16-8x158  (1) 2024.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