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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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3. 04:47

   델라웨어 주의 루이스(Lewes)란 곳에서 페리호에 차를 싣고 뉴 저지로 건너는 겨울철 행락객들이 제법 되었다.
그들의 특징은 대부분이 노년층에 몹시 있어 보이는 부부들이란 점.
그들은 눈만 마주치면 미소를 건네왔다.
숙희는 오랜 습관처럼 역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자기 조금만이라도 웃어."
   숙희가 운진의 귀에다 속삭였다. "자긴 미친 듯이 웃어야 정상으로 보여."
   "엇, 치이!" 운진은 미친 듯이 웃으라는 말에 그렇게 웃었다.
페리호가 그리 빠른 속도로 물을 건너는 것은 아닌데, 숙희는 목덜미에 찬 기운을 느꼈다.
전에는 한 겨울에도 내복이란 것을 모르고 살았는데. 
   '이젠 나도 늙었나 봐.'
숙희는 난간과 함께 둘 전체를 붙잡고 있는 운진을 돌아다봤다. "자기 추워?"
   "오, 당신 춥나 부지? 안으로 들어갈까?"
   "안에서는..." 숙희는 물 구경을 못할까 봐 주저했다.
   "유리로 내다보면 돼."
운진이 더 묻지않고 숙희를 난간으로부터 물러서게 했다.
   사람은 벽에 던지는 공의 반동과 같다. 의심하면 그렇게 반응을 보이고, 세게 대하면 더 세게 나오는 그런 반응의 공.
숙희는 남편 운진의 팔에 매달리듯 잡고 기댔다.
   "나 전에는 추운 걸 몰랐는데, 이젠 늙나 봐. 춥네?"
   "나이가 있잖아."
   "떽! 여자한테 나이 그러는 거 아니지!"
   "엇, 치이!"
둘은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실내로 들어섰다.
근 삼십분 정도 항해를 한다면서 실내에는 제법 스탠드 바도 있고 어쩌다가 라이브 뮤직을 연주하는지 한쪽에 작은 무대도 설치되어 있다.
어디서 일어났는지 작은 파도가 뱃전으로 올라오려고 그 끝을 보이고 사라졌다.
뱃전에 기대어 있는 사람들이 피하는 자세들을 하고는 서로 보고 웃었다.
   "우리 들어오기 잘 했네, 자기?"
   숙희가 좀 전에 물이 올라올 뻔했던 방향을 가리켰다. "아니었음 우리 물 맞을 뻔..."
운진이 다른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해는 이제 중천에 떠 올라 환한 빛을 비추는데, 물 건너의 도시가 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저기가 애틀랜팈 씨티야, 자기?"
   "아니."
   "어쩐지 작아 보이더라. 그럼, 애틀랜팈 씨티는 어디야?"
주위에서 밖을 내다보는 다른 일행들 중에서 아마도 숙희의 말 속에 '애틀랜팈 씨티'라는 단어만 들리는 모양이다. 
어떤 사람이 눈만 마주치면 설명을 해 줄듯한 제스처를 연신 나타냈다. 
아마도 숙희쪽 커플이 눈에 인상적이었던지...
   "배에서 내리면 한... 한시간 정도 더 올라가야 할 거야."
   "아아."
   숙희는 남편의 팔을 다시 잡았다. "자기가 내 눈엔 큰 산 같이 보여."
   "엇, 치이!"
   "정말이라니까? 나 자기랑 결혼 잘 한 거 같애."
   "어... 고맙네요."
   순간 운진의 머릿속으로 다른 생각을 잠깐 했었던 죄의식이 스쳤다. "이하동문입니다."
   "자기 이런 데서 키쓰 못 하지."
   "헛헛헛! 아줌마, 참으세요."
   "둘러 봐. 다들 키쓰하지."
   숙희가 조금 더 밀착했다. "하고 싶으면 해."
그런데 운진이 몸을 빼려고 작게 버둥거렸다. 
이 아줌마가 다 풀린 줄 아나!
숙희는 용기 내어 키쓰를 감행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붙잡아 보려는 남편의 팔과 몸이 경직되어 있었다. 
   마치 거부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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