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 그녀가 운진이라는 남자로부터 기대한 대우라 함은 한국 남자가 아내에게 자상하게 베푸는 그런 대우를 말한다.
그녀가 아는 한 미국인들은 특히 백인 남자들은 잘 할 때는 간 쓸개라도 내어줄 것처럼 하다가도 변심하면 전혀 남처럼 되어 버린다.
그녀가 바라는 한국 남자들은 여자를 위하고 감싸주며 장난도 치고 하는 남자들이다.
그리고 숙희는 특히 그런 남자에게 기대고 싶다.
어려서부터 집에서 남자애처럼 키워졌고 그녀 또한 일곱살 됐을 때까지는 사내인 줄 알았다가...
초등학교 시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같이 가던 남학생놈들이 개천가에 일렬로 서서는 꼬추를 내놓고 누가 오줌을 더 멀리 쏘나 시합을 했는데, 거기서 숙희는 깨달았다던가...
학창 시절 숙희는 인물 좋은 여학생 깡패였다.
소위 칠공주파니 어쩌니 만들어서 남을 괴롭혔다거나 그런 호칭이 아니라 불의를 보면 상대가 남학생이든 어른이든 쫓아가서 혼내주었던 그런...
교복에 하얀 칼라를 단정히 붙인 여학생이 가방을 집어 던지고 달려와서 발을 걸어 넘어뜨리면 넘어진 남자들이 놀라고 창피해서 도망을 쳤다고.
부친을 닮아 건장한 체격의 여학생을 면접보고 ROTC 교관이 두말 없이 통과!
그리고 숙희는 대학 때 태권도 선수로 전국 대회를 참여했다.
이제 숙희는 운진이라는 사내의 아내로서 사랑받고 대우받기를 원한다.
"내 보쓰가... 집 앞까지 따라왔어. 내가 그만 할 것처럼 하니까 자기 회사 좀 살려주고 그만 둬달라고."
숙희가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고맙다며 허그를 했는데... 내가 잘못한 거야, 자기?"
"미국식이라서?"
"얘네들은 남의 와이프도 만나면 반갑다고 허그 하잖아."
"..."
운진은 답변을 회피했다. '그날 내가 본 허그는 그런 허그가 아니었는데요?'
그런데 그날 밤의 허그를 운진이 더 밝은 불빛에 보았다면 이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남자는 숙희를 가볍게 안았을지언정 숙희의 두 팔은 그녀의 가슴을 가리고 있었던 것을.
"그래서 자기가 화났다면, 미안해. 하지만 날 믿어줘. 난 그런 뜻의 허그를 받은 것은 아니니까. 저 혼자서 고맙다고. 추운데 밖에 세워서 미안하다고..."
"그런 뜻의 허그가 아니라... 그리고." 운진은 향수 말은 하지말자고 자신을 달랬다.
"..."
숙희는 옆 창으로 눈길을 돌렸다. '내가 이러기 시작하면 안 되는데...'
뉴 저지의 바닷가로 가려면 95번 도로의 북행을 탈 줄 알았는데 긴 다리를 건너는 것을 보고 숙희는 운진을 돌아다봤다.
"우리 맞게 가고 있는 거야, 자기?"
"저기... 델라웨어로 가서, 거기서 배로 건너가려구."
"배? 이 추운데 배를 타?"
"차까지 실어 날라주는 배."
"오오! 영화에서처럼?"
"영화? 영화라... 어떤 영화를 말하는데?"
"아니, 그냥. 꼭 어떤 영화라는 말이 아니라, 영화에서, 처럼, 그렇게 배 타고 건너냐고."
숙희는 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남편이 시도하려는 것을 이미 해 봤다. 어떤 남자와 여행하면서.
"아, 나도 잊었다. 하여튼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배에 싣고 건너가. 우린 내려 있어도 되고, 관망대에 올라가 있어도 되고."
"추울 텐데, 그치. 차에 타고 있으면 안 돼?"
"안전 때문에 안 되나봐."
"자기 그렇게 가 봤어?"
"..."
운진은 천만에! 소리가 대뜸 나올 뻔했다. "맨날 생각만 하고 살았지, 뭐."
"나한테 고맙다구래. 나 때문에 그런 아이디어도 낸 거니까."
"아, 녜, 예!"
남편의 조금 달라진 태도에서 숙희는 조금 안심을 얻었다.
남편은 광란의 셐스를 맛보고 달라진 것은 아니고 그녀가 조금 솔직해지니 받아준 것 같았다.
그나저나 제레미가 실패할 회사를 인수하려면 돈을 움직여야 하는데.
그리고 돈을 움직이려면 아담을 만나야 하는데...
그리고 아담을 만나면 예전처럼 셐스부터 하자고 바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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