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팈 씨티라고 해서 잔뜩 기대하고 찾아온 둘은 실망했다.
길은 엉망에다가 더럽고 보이느니 어디서 맨 카지노 선전의 휘황찬란한 간판 조명이 뻘건 대낮에도 눈을 어지럽혔다. 게다가 해가 오후로 기울어지면서 정면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어렵사리 찾아진 해변가는 열발짝 걸으면 끝나는 모래사장이 전부였다.
애틀랜팈 씨티 하면 숙희에게 떠오르는 아픈 추억 하나.
첫순결을 성폭행으로 빼앗은 랠프가 만나자 해서 왔다가 또 봉변을 당한.
그녀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애들한테 미리 전화해야겠다, 자기."
숙희가 차문 잠긴 것을 눈으로 연신 확인하며 셀폰을 챙겼다. "우리 다른 데 가자, 자기."
"여기까지 왔으면 한번은 땡기고 가야지?"
"아니! 하지 말자, 자기! 우리 딴 데 가자, 응?"
숙희가 펄쩍 뛰며, 전화로 챌리부터 찾았다. "응, 챌리야. 아빠 엄마 다른 데로 갈 거야. 애틀랜팈 씨티는 노 굿이네?"
그래서 그들이 찾은 곳은 케이프 메이라는 물가인데, 산너머 서쪽 하늘로 기울어지는 해가 제법 볼 만했다.
문제는 머물 곳이 없는 것이다.
숙희는 스웨터 자락을 여미며 석양을 즐겼다.
운진이 몇발 떨어져서는 셀폰으로 어디를 찾아 확인하는 기색이었다.
숙희가 손에 지성으로 쥐고 있는 셀폰이 울었다. 챌리에게서였다.
"자기. 챌리가 레호바쓰 비치에다 방 얻었대!"
"엉, 그래? 배가... 겨울철이라 일곱시면 끊어진다네?"
"어머! 지금 몇시야?"
"여섯시."
"가자, 그럼!"
이 때만은 숙희가 여늬 여자처럼 살갑게 굴었다.
그녀의 눈에 비치는 남편이 자꾸 예뻐 보여서.
그녀는 생전 느껴보지 못했던 어떤 가슴 저림을 경험하고있다. 생전 못 느껴 보았던 이상한 설레임.
특히 남편과 눈만 마주치면 저 아래 쾌감을 주는 그 부분이 저리다.
두 사람이 페리호를 타고 델라웨어 주로 도로 건너왔을 때는 주위가 깜깜했다.
"자기, 나 무서워!"
숙희가 운진의 팔에 매달렸다. "빨리 가자!"
"숙희씨가 겁을 낸다..."
"장난하지 말구, 얼른! 우리 차 어디다 태웠지?" 배 위에서도 숙희가 무서운 척 했다.
"엇, 치이!"
그래서 두 사람은 북상하는 길을 따라 레호바쓰 비치로 올라가서 딸들과 만났다.
킴벌리가 밥부터 먹자고 성화를 부렸다.
그래서 가족이 아빠의 벤즈 차에 모두 타고 레호바쓰 비치의 중앙로를 지나다가 킴벌리의 손짓에 차이니스 부페 레스토랑으로 갔다.
"음, 투머로? 나 보이 프렌드, 여기로 와."
줄에 서 있으면서 킴벌리가 계모의 귀에다 말했다. "괜찮지, 엄마?"
숙희가 늠름한 자세로 고개를 끄떡였다. "괜찮지, 그럼!"
"아빠한텐, 엄마가 말해."
"그래."
챌리도 동생처럼 계모에게 속삭였다. "주니어두 오는데, 엄마."
"잘 됐다아!"
"올 때 뭐 사오라 할까?"
"뭘?"
"노! 게임!"
킴벌리가 언니의 팔을 건드렸다. "닌텐도!"
"아니, 늬들이 몇살인데 게임은?"
숙희는 남편의 동의를 구하려고 돌아봤다가 그가 없음을 발견했다.
남편은 여자들이 수다 떠니 혼자 가버린 모양이었다.
여자들은 그 남자가 어디 갔나 하고 두리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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