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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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3. 04:56

   숙희와 운진은 딸들 앞을 지나치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챌리가 셀폰을 귀에서 잠시 떼었다. "낼 아침에 온대, 아빠."
   "엉, 그래애!" 숙희가 대신 얼른 대답했다.
   "누가? 뭐?"
   "됐어어!" 
숙희는 어깨로 남편을 밀었다.
한겨울인데도 그리고 밤인데도 물에서 먹을 게 찾아지는지 멀리서 바닷새들이 부지런히 난다. 보드워크의 조명에 하얀 새들이 사람들의 머리 위로 날아 다닌다.
주위에 사람이 별로 없는 방파제를 만나져서 숙희가 운진을 그리로 밀었다.
   "나... 정말은, 자기... 겁이 많어. 알어?"
   "나도 그렇게 봤소."
   "그래서... 자기한테 고백하자면..."
결정적인 말이 나올 순간인데, 챌리와 킴벌리가 다가와서 왁! 하고 놀래키는 장난을 하는 바람에 숙희의 심각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긴 안목으로 봤을 때, 숙희는 남편에게 고백을 해야 하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딸들 때문에 그 순간을 놓쳤다.
숙희는 정말로 고백을 하고 싶었는데... 
나에 대해서 무슨 말을 듣든지 간에 일단 지금의 나를 믿어주는 마음으로 화부터 내지말고 먼저 상의를 하자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그녀는 하지 못 했다.
그러나 운진에게 전해진 것은 있었다.
   이 여자도 치대는 매력은 가지고 있네?
지금도 아내가 머리를 기대고 있는 것이 운진의 마음에 흐뭇하다. 그냥... 무조건 다 덮어준다고 말해? 어떤 새끼가 날 무슨 원한으로 죽이려 했는 지도 묻지 말고?
그렇게 한다면, 영호도 살고. 챌리 생부도 살고. 
그리고 어쩌면 깊숙히 관계되어 있을지도 모를 아내의 마음도 편할래나.
   설마 이 여자가 직접 연관되었겠나... 아냐...
   누군가가 이 여자를 움직이려 하는데, 잘 안 되니까 나를 쳤나? 이 여자를 겁주려고?
   이 여자는 아마도 시킨 자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거다. 틀림없이...

   숙희가 그러니까 쑤가 오라이언 뱅크의 회장 알트 월래스의 오랜동안 애첩이었던 것을 운진이 알게 된다면. 
그리고 알트가 쑤의 남편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을 알게 된다면.
그러나 숙희가 이번에 운진과 다시 합칠 때는 옛날처럼 어리석은 짓 즉 그녀에 대해서 아주 잘 아는 자들과 동침을 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결혼을 한 후 그들이 과거를 들먹이며 위협하면 남편에게 거짓말로 둘러대고 그들을 만나러 나갔던 것을 알게 된다면. 그리고 최근에 다시 만나지게 된 제레미란 자가 이십년도 더 묵은 섹스 비데오 테이프를 들먹이며 위협을 시작하는 것을 그가 알게 된다면. 그리고 팦에게는 정말 마지막이라며 그의 부탁을 들어줘서 어떤 남자에게 셐스 서비스 한 것이 알려지면. 숙희는 그런 점들이 좁혀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남편인 운진에게 더욱 밀착해서 신뢰감을 불러 일으켜야 하건만 자꾸 피치못할 사정으로 미뤄지는 것이 안타깝다. 지금도 막말로 끝장을 각오하고 남편에게 고백하고 도와달라 요청할 직전이었다가 딸들이 오는 바람에 그 기회를 또 놓친 것이다.
   언제 또 그런 기회를 만들게 될런지.
숙희는 챌리와 킴벌리가 야속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의 팔을 꼭 잡고 머리를 기댄 자세를 흐트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팔을 더욱 힘주어서 잡고 아예 머리를 부벼댔다.
챌리가 아빠의 남은 팔을 잡았다.
킴벌리는 이쪽 저쪽 보다가 새엄마에게 가서 붙었다.
숙희는 킴벌리 때문에 남편에게 부벼대던 머리를 바로 해야 했다.
그런데 챌리가 아빠의 팔을 잡은 느낌이 좀 색달랐다. 아빠라서 그냥 잡은 것 같지 않았다.
다 큰 딸이 아빠와 팔짱 끼는 모습은 종종 목격되는데 챌리는 그냥이 아니었다.
챌리가 아빠의 팔을 잡은 각도나 힘 줌이 몹시 달랐다.
아비는 그 느낌을 전달받았다.
큰딸은 아빠 같은 남자를 좋아하고 그래서 아빠의 팔에 사랑을 실은 것이다.
작은딸은 키와 덩치에서 차이가 조금 나지만 새엄마를 좋아하는 것이다.
그 바람에 부부는 아주 정다운 부부가 되어 딸들을 양 옆에 거느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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