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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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3. 05:00

   그들 일행은 저녁을 먹고 난 후, 바닷가를 더 거닐면서 짝끼리 또는 바꿔서 다녀봤다.
두 딸의 약혼자들은 일요일에 각각 중요한 약속들이 있다고, 그날 밤으로 떠났다. 
챌리와 킴벌리는 따로 얻은 방에서 잠만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아빠 엄마를 못 보고 떠나야 한다고 했다. 
게임기는 아빠 엄마가 나중에 올 때 챙겨서 가져오라 하고...
숙희는 배가 꺼져야 자겠다고 침대에 기대어 앉아 집에서도 늘 그러듯 밤 뉴스 프로를 틀었다. 
   "나 너무 먹었나 봐, 자기. 그치..."
그녀가 배를 슬슬 쓰다듬었다.
운진은 침대 옆에 놓인 접는 소파에 길게 앉아서 TV를 보다가 아내를 봤다. 
   "글쎄. 걱정될 정도로 너무 먹더라구. 그것도 급히. 그러면 안 되는데..."
그의 말을 숙희가 손을 내저음으로써 제지했다.
   "잠깐! 저게 뭐야?"
   숙희가 리못 콘추롤을 집어서 TV 볼륨을 올렸다. "저거 내가 일한 빌딩인데?"
운진은 상반신만 움직여서 TV 화면을 더 들여다봤다.
   "저거... 그 빌딩 맞잖아!"
   숙희가 화면 하단으로 흘러가는 자막을 읽었다. "샷 다운... 했다구?"
밤 열시 모 방송 마감 뉴스에 볼티모어 다운타운에서 벌어진 어떤 뉴스를 내보낸 것이다.
감원과 예산축소로 파산을 막아보겠다는 어떤 기업체에 대해 거래은행에서 라인 어브 크레딧 혜택을 금요일 자정을 기해 끊었다고.
그래서 그 기업은 토요일부터 샷 다운을 당했다고. 제레미가 특별팀과 작업한 회사가.
뉴스는 곧 다른 소식으로 넘어갔다. 
TV에서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린 숙희는 어떤 불길한 예감을 어쩌지 못 했다. 
   알트다! 이제 큰일났다!
숙희는 행여 그 외침이 밖으로 새어나갈까 봐 저도 모르게 입 언저리를 막았다. 이제 막 발표했는데. 
   알트가 미리 선수쳐서 자금줄을 끊은 거면,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게 아니라 한입에 먹겠단 말 아닌가? 
아예 망하게 해서 거저 먹으려고.
   그녀더러 안전하게 물러서라고 귀띔해 준 또 한 사내가 있었다. 
랠프도 제프도 아담도 아닌 그녀의 제 4의 사내가 그녀에게 구체적으로 말했다.
   '이번 작업만 해 주고, 손 떼시요. 아니면 알트로부터 정말 목숨이 위험하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숙희의 숨통을 은근히 조른다.
숙희는 작업하면서 제레미에게 합병을 권유했고. 
제레미는 예산삭감과 감원으로 청신호를 보여주면 회사자체를 합병이 아니라 다른 기업에게 현찰 받고 팔아버릴 예정이라더니 아마 시도도 못 하고 남의 회사를 말아먹었...
   혹... 알트가 낌새를 눈치채고 끊었나 보다. 
만일 합병을 당할 거면 당연히 내가 알트에게 말했을 거고, 알트는 내가 한 작업만 믿고 합병에 나섰을 텐데. 
제레미가 내 말 안 듣고 팔려고 덤볐나... 
아니면, 어떻게 일주일도 안 되어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숙희가 TV를 끄고도 잠자코 앉아 있다.
운진은 침대로 올라가지도 못 하고 푹 꺼진 소파에 계속 있기도 뭐하고 그런 상황에서 아내의 안색을 살폈다. 
   "당신 괜찮소?"
   "응?"
   숙희가 놀라는 시늉을 했다. "응. 나 화장실 좀."
그런데 그녀가 옆 탁자에 놓은 백으로 손을 넣고는 무얼 뒤졌다.
그녀가 찾아 꺼낸 것은 당연히 셀폰. 
그리고 그녀가 화장실로 부지런히 들어갔다.
   "!!!"
운진은 아내가 셀폰을 가지고 따로 어딜 가면 은근히 불쾌하다. '또 어디다 전화를... 그것도 이 시간에.'
운진이 눈만 돌려서 쳐다본 탁상 알람시계는 거의 열한시였다.
운진은 TV를 도로 켰다. 채널을 다른 곳으로 바꾸면 열한시 밤 뉴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운진이 사는 집 동네는 늦게 뉴스하는 채널이 2, 11 그리고 13 이지만 여기 델라웨어의 이 곳 해변가 지방 도시는 7에서 뉴스가 나왔다. 그리고 그 채널에서 그 날의 뉴스를 마감하며 어떤 회사의 샷다운을 하이라이트로 또 보여주었다.
   제레미...
   운진은 회사정리 작업을 실패로 이끌었다는 자의 이름을 외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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