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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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3. 04:59

   다음날 즉 토요일 이른 저녁 때였다. 
딸들과 약혼자들은 다 큰 것들이 실제로 어려서 가지고 놀던 비데오 게임을 하며 모텔 방 안이 떠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결국 숙희가 참고 기다리다가 먼저 일어섰다. "나가, 우린, 자기."
그래서 운진이 파커를 걸치고 숙희를 따라 나서려는데, 다른 네명이 게임을 껐다.
   "Who's buying? (누가 사는 거지?)"
   그 중 제일 부잣집 아들인 개리 주니어가 주위 사람들을 둘러봤다. "Them? (그들?)"
넷의 눈이 운진과 숙희에게 향했다.
그런데 숙희가 '노!' 하며, 고개를 차게 저었다.
   "우와아! 엄마가 다 낸대더니?" 킴벌리가 놀랐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어쨌거나 여섯명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방을 나섰다.
제이콥이 잽싸게 엘레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Is seafood good in winter time? (해산물이 겨울에 좋을까?)"
   제이콥이 킴벌리의 동의를 구하듯 그녀를 쳐다봤다. "Mmm?"
킴벌리가 미처 반응을 보이기 전에 숙희가 마침 열리는 엘레베이터 문으로 들어섰다. 
   "니네들은 따로 가서 시푸드 먹어. 난 싫어."
   숙희가 남편 운진의 팔을 잡아 끌었다. "I'm gonna eat steak. (난 스테잌 먹을 거야.)"
갑자기 돌변한 숙희의 행동에 다른 이들이 말을 잃었다.
   모텔 일층에 나란히 위치한 버라이티 레스토랑은 한마디로 양로당이었다. 여기저기 죄다 하얀 머리에 등이 굽은 이들이 둘씩 혹은 넷씩 앉아서 조용히 식사들을 한다.
여섯명은 대강 바다 방향의 창 가로 안내되었다.
   "I buy! (내가 사요!)"
   제이콥이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플리즈?"
아무도 뭐라 하지않았다.
제이콥이 되려 무안해서 두리번거렸다.
킴벌리가 그의 볼에 가벼운 입맞춤을 해주었다. "I wanna talk to you later. (나중에 얘기 좀 해.)"
숙희가 메뉴를 들여다보며 킴벌리의 말에 눈웃음을 보였다.
운진은 그러는 아내를 보고 고개를 저어 보임으로써 맞장구를 쳤다. 쟤가 벌써 바가지를...
젊은이들은 해산물 특별 접시와 맥주들을 주문했다.
숙희는 처음 말한 대로 스테이크를 시켰다.
운진은 달콤한 소스에 버무린 조갯살 튀김을 청했다.
웬일로 숙희가 와인을 사양했다. "와인은... 이제 그만 할래."
   "???"
모두들 의아해 하는 눈으로 숙희를 봤다.
와인을 거의 매일 물 마시듯 즐기는 그녀가 갑자기 와인을 안 한다니...
운진은 백포도주를 시켰다.
그가 한모금만 하라고 권하니 숙희가 손사레를 쳤다. "안 한다니까?"
   진짜 별일이라고, 모두들 속으로 생각했다.
숙희가 스테이크를 한조각도 안 남기고 해치웠다. 곁들여 나온 야채 샐러드도. 감자도. 
심지어 평소 잘 안 먹던 당근 썰은 것까지도 말끔히 없앴다.
   "그 정도로 배가 고팠소? 진작에 말할 것이지."
   운진은 저도 모르게 아내의 배를 봤다. "결혼했으니 이젠 다이어트 안 해도 된다 이건가?"
숙희가 배를 쓰다듬으며 물잔을 들어서 말끔히 마셨다.
   "점점? 참 나아..."
   운진은 괜한 걱정이 들었다. "그러다 체하기라도 하면 어쩔려구."
   "괜찮아. 내가 입에서 당겨서 먹으면 괜찮아."
   숙희가 냎킨으로 입 언저리를 말끔히 딲았다. "I want me a dessert. (나 디저트 원해.)"
제이콥이 두 손으로 권하는 시늉을 했다. "오, 슈어, 슈어!"
그녀는 정말로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그리고 그녀는 그 아이스크림을 단 몇 숟갈로 끝냈다.
운진은 백포도주를 하며 아이들을 흘끔흠끔 눈치봤다.
먹기를 마친 숙희는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러나 그 화색은 얼마 가지 못했다.
여자가 식성이 갑자기 변하는 것은 알아봐야 할 수수께끼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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