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pt.2 19-10x190 (끝)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5. 05:05

   숙희가 자수하러 간 지 만 이틀째.
운진은 이 날도 술을 하고 있다.
그가 앉은 자리에서 휘휘 둘러보면 리빙룸이란 데가 쓸데없이 넓기만 한 것 같다. 게다가 만일 자리에서 일어나 창으로 가면 내다보이는 땅도 쓸데없이 넓은 것 같다.
   그는 작고 아담한 장소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그가 바깥 세일즈 일에서 돌아오면 아내가 적당한 넓이의 응접실을 치우다가 맞이하는.
그는 늘 그런 상상을 눈 앞에 그려보곤 했다.

   그는 그의 아내로 영란을 놓고 마치 촬영하듯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서니 머리에 수건을 두른 여인이 소파 나무장식을 딲고 있는 중이다.
그는 열쇠꾸러미를 신장 위에 놓았다. "허니, 암 호옴!"
   "어머!"
여인이 놀라며 얼굴을 드는데.
   "어?" 
   운진은 화면을 다시 봤다. 그 여인은 영란이 아니었다. "수, 숙희씨?"
배가 제법 나온 숙희가 허리에 손을 얹으며 몸을 세웠다. "일찍 오네."
   "어, 녜... 숙희씨가 웬일루..."
   "웬일이라니?"
   숙희가 생전 안 그러더니 눈을 살짝 흘겼다. "농담도 너무 엉뚱하면 실롄데?"
운진은 숙희에게 다가가서 나온 배를 살짝 안았다. "참! 내 정신 좀 봐."
   "오늘 오다 괜찮았어?"
   "당연할 걸 물어 보네에! 내가 이래 뵈도 베스트 세일즈맨인데."
   "씻어. 나 하던 거 마저 하게."
숙희는 가구 딲던 일로 돌아갔다.
그는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를 슬쩍 주무르고 계단으로 향했다.
그녀가 조그맣게 아이 소리를 내며 손에 쥔 천을 들었다.
운진은 피하는 척 해보이고 휘파람을 불며 계단의 카펱을 힘차게 밝고 올라갔...
하하하! 상상은 자유니까!
   그는 이 날 취하고 싶었다. 그런데 혼자 드는 술은 들어가는 게 한정이 있는 모양인지 4홉들이 위스키를 반쯤 마시니 취기는 좀 오르는데 싫증이 나는 것이다.
   이럴 때 형록이라도 있음 죽이 맞을 텐데.
그가 그렇게 중얼거리고 혼자 훗훗훗 웃는데, 그가 유리 테이블에 놓은 셀폰이 노키아 벨톤을 냈다.
그는 딸들이 오늘도 또 늦나 하며 제 셀폰을 끌어당겼다. "여보세요."
   "내유. 뭐 하슈?" 형록의 변함없는 말투였다.
   "술 마신다. 형록이 너도, 참, 양반은 못 되는구나."
   "술 하다 보니 내 생각이 제일 절로 나는가베."
   "야아... 옛날이 그립다."
   "팔자 좋은 소리 하고 있네에..."
   "와라? 한잔 하게."
   "됐고... 거, 말유."
   "엉."
   운진은 형록의 음성을 듣는 김에 위스키를 새로 딸았다. "말해."
   "거, 형님네 집 뒤진거."
형록이 말하다 말고 뜸들이는 것을 운진은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기다렸다.
   "애들 삼촌이던데..."
형록의 그 말에 운진은 술 넘기던 걸 멈췄다. "지가 말하대?"
   "영아씨가 마침 형님이 선물 받은 만년필을 그, 오빠한테서 발견했..."
   "바보 같은 자식! 걔 죽을 때 됐다."
   "거, 쵀리아빠도..."
   "그 둘 다 곧... 누구 손엔가 의해서 뒈질 거다. 병신 같은 자식들! 내가 잠자코 넘어가는데. 난 지금 그 사람 들어가 있는 거에 정신이 나가서 관심 쓸 시간 없다. 나중에..." 
운진은 통화를 마치고 나서 툭하면 상상하는 어떤 여인과의 신혼생활 장면에 들어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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