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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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5. 05:02

   운진은 주몰이 일러준 약도대로 찾아가 봤다.
주몰이 네모로 표기한 집은 정말로 네모 반듯한 이층집이었다.
   여기, 펜실배니아 포도밭 가는 길이잖아!
운진은 그 이층집 앞을 지나쳤다. 내가 이 길을 두번 지나가 봤나...
매년 7월경이면 많은 교포들이 그 동네의 포도밭을 가득 채우곤 한다.
거기서 직접 따고 담고 실어오면 밬스 크기로 돈을 받는.
   그 여자가 왕년에 아까 그 집에서 살았었다 이거지.
운진은 아무 길에서나 차를 돌려 나왔다.
그리고 그는 잠시 헷갈리다가 고속도로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집동네로 가는 남행길에서 물이 도로 따라 흐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런 데다, 십할, 사람 버려도 모르겠다!

   영아는 오빠가 또 찾아와서 뭉기적거리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영호는 여동생도 제부도 거들떠 보지 않는데 그냥 죽치는 것이었다.
그는 처음 들어와서부터 뭘 가지고 까불고 있었다.
영아는 형록을 보고 저 오빠는 아니라고 고개를 저어 보였다.
형록도 영호를 아래 위로 보고는 아니라고 고개를 끄떡여 보였다.
   그 형님이 겉으로는 어수룩한 척 보이게 해도 칼이신데.
그러다가 영아의 눈에 띄인 게 있었다.
오빠의 손에서 까불리는 물건인데 영아의 눈에 새삼 몹시 익어 보였다.
   저거 만년필 같은데?
   오빠가 저런 만년필을 왜 갖고 있지?
   가만! 저거 형부 만년필 아냐? 언니가 형부 생일날 선물로 사 드린 파카 만년필? 
영아는 뒷걸음질로 해서 형록을 오라고 했다.
   "왜?"
   "저기, 오빠 손에 있는 거 만년필 맞지?"
영아의 그 말에 형록은 영호를 가만히 쳐다봤다. "저거, 곤색?"
   "응! 저거, 파카 만년필 같지?"
   "그런 거 같은데?"
   "자기가 가서 좀 뺏을래?"
   "왜?"
   "저거, 형부꺼야."
   "그럼, 저 치가 형님네 턴!..."
   "그 때 쵀리 차 타고 달아난 거, 오빠네!"
   "그럼, 그 키(key)로 형님네 집을!..."
형록이 영호에게 곧장 갔다.
영호는 손에서 곤색의 물건을 연신 까불며 형록이 다가오는 것을 쳐다봤다.
형록은 영호의 한 팔을 움켜쥠과 동시에 그 곤색 물건을 빼앗았다.
   "뭐야! 이리 줘!" 영호가 손을 내뻗었다.
형록은 그 곤색 물건이 만년필임을 확인하고 바지주머니에 넣었다. "잘 걸렸다!"
   "이리 내 놔!"
영호가 형록의 바지주머니를 쥐려는데 영아가 다가왔다. "오빠 형부네 집 도둑질 했지!"
   "뭐?" 영호가 뒤로 물러섰다.
   "저거 형부 만년필이잖아! 언니가 형부 생일선물로 선물한!"
   "뭐, 뭐?"
   "그 전부터 그렇게 갖고 싶어하더니 형부네 집 도둑질 하러 들어가서 훔쳤어?"
   "뭐?" 영호가 형록의 눈치를 봤다.
   "누구랑! 조가 하고?" 형록이 소리쳤다.
   "아냐!" 영호도 맞고함쳤다.
   "쵀리아빠?" 영아가 소리쳤다.
   "아냐! 아냐!" 영호는 나가는 문으로 향했다.
형록이 쫓아나가려는 영아를 팔로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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