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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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9. 00:51

   그 날로 운진은 저녁 때부터 만일 장모가 아이들한테 뭐라 하기만 하면 꽥꽥 소리를 질렀다.    
당연히 그의 장모도 지지 않고 맞고함을 질러댔다. 
그러나 운진이 전혀 다른 사람처럼 워낙에 거칠게 나가니 그 거센 장모가 주춤했다.
   “에잇, 씨팔! 이거 어디 먹겠나! 얘들아, 먹지 마라! 내 차이니스 푸드 시킬께.” 
그게 운진의 시작이었다. 
아이들은 갑자기 달라진 아빠의 언행에 눈들이 휘둥그레졌다.

   “오늘 배큠을 한 거요?” 라든지, 아니면, “빨래는 겉옷 속옷 구분해서 빠슈!” 
그리고, “장은 일주일에 한번 볼 거니까, 미리미리 적어놨다가 주말에 시장볼 때 나한테 주고, 행여 챌리가 운전한다고 툭 하면 시키거나 학교에서 오는 길에 뭐 사오게 하지 마슈. 걘 졸업반이라 학교일이 많아요. 알았죠!” 
그렇게 딱딱거렸다.
큰딸과 결혼한 날부터 눈에 쌍심지를 돋구고 사위를 구박해 오던 장모란 이가 그리 쉽사리 주눅이 들리도 없지만, 해 내 놓는 저녁상은 계속 엉망이었다. 
김치도 전날 먹다 남은 그대로 나오고 찌게는 뭐든 짜거나 싱겁고 국은 그냥 멀갰다.
   일주일이나 됐나, 킴벌리가 배고프다며 수저를 들고 식탁을 내려다 보고는 도로 내팽겨쳤다. “What do we eat! What are these! (우리 뭘 먹어! 이게 다 뭐야!)”
식탁에는 밥 콩나물국 그리고 김치 하나가 다 였다.
그것도 밤늦게 사위가 퇴근했다고 차린 저녁상.
샤워하고 내려 온 운진은 킴벌리의 안색을 보고 식탁을 봤다.
챌리는 수저를 반쯤 쥔 채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딸들이야 하루 종일 굶은 터라 신경질이 머리 끝까지 올라 있는데...
외할머니란 이가 부엌에서 나오며 대갈일성했다. “이년들아! 주는 대로 쳐먹지 웬 놈의 앙탈들이야!”
   “욕은 왜 하슈?”
   “왜 못 해! 내 손주년들인데 왜 못 해!”
   “나도 애들한테 욕을 안 하는데, 당신이 욕해? 죽은 사람이 딱 지에미 닮았구만! 자식이라고 막 욕해도 돼? 그 놈의 집안 개판이구만!”
   “그래! 개판이다! 어쩔래! 어쩔래, 이놈아!”
   “얼씨구, 이젠 사위한테도 욕을 해? 진짜 쌍놈의 집안이구만! 그러니 딸년이란게 어려서부터 아무 데나 가랭이를 쩍쩍 벌리고 다녔지!”
   “뭐가 어째, 이놈아!”
   “당신 딸말요, 최영란! 이놈 저놈한테 가랭이를 벌리고 다녔단 말야! 그게 다 어디서 배워 먹었겠어!”
   “내가 그러라고 시켰냐!”
   “에미란 사람이 자식 단속을 안 했으니까 딸년이 개지, 개! 온동네 숫놈한테 엉덩이 갖다 대 주는 개! 그런 딸을 마누라라고 데리고 살아줬는데 내가 에미 같으면 황송해서라도 사위하고 손주들한테 잘 하겠구만, 이게 무슨 시중이라고!” 
운진에게서 스무해 묵은 분노가 그렇게 엉뚱하게 터졌다. 
영란모가 조금 주춤했다. “내가 니놈 시중 들게 생겼냐?”
   “가, 그럼! 애들 시중 못 들겠으면 가란 말야!”
   “이게 니 집이냐?”
   “그럼, 당신 집이야?”
   “다, 당시인! 이 놈이 얻다 대고 당시인?”
   “그럼, 니 집이냐고 할까? 이게 니 집이야? 응? 당신이 나를 한번이라도 사위로 대해 본 적 있어? 당신 눈에 내가 사위로 보였냐구! 근데, 내 눈엔 장모로 봐야 해? 놀구 있네, 정말!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는 거야! 날 함부로 대해는데 난 속도 없어서 당신을 장모로 대할 것 같애?”
   “날 장모로 안 대해서 처제도 따 먹냐, 이놈아?"
   "뭐요? 따, 먹, 어?"
   "그래, 이놈아! 니가 처제를 따먹었지!"
운진은 장모란 이가 아무리 무식하다 한들 딸을 거들먹이며 소위 '따먹냐' 라는 언사를 쓰니 기도 안 찼다.
   “내가 따먹었나? 지가 내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왔지! 주는데 안 먹어?”
   운진은 일단 애들 눈치를 봤다. "내 새끼까지 낳았는데."
장모란 이가 딱 입이 벌어지더니 안색이 싹 변했다. “저주받을 놈!”
   “저주해! 저주해! 해! 해!” 
   운진이 식탁을 밀어붙였다. "이젠 손녀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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