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얽힌 통화
“건배!”
형록이 술잔을 들었다.
한동안 적막했었을 집에 소음이 퍼진다.
운진은 술잔을 들면서 곁눈질로 챌리가 어떻게 나오나 훔쳐봤다.
챌리는 제 앞에 놓인 술잔을 들여다만 봤다.
“마시자, 챌리야!”
“와아! 웬일이세요?” 영아가 탄성을 질렀다.
“나도 몰라. 난 뭐 잘 한 게 있다구.”
챌리가 예쁜 눈으로 아빠를 바라봤다. “아빠, 저 마셔도 돼요?”
“먹어, 먹어!”
"잘 돌아가는 집안이다!"
형록이 운진과 술잔을 부딪쳤다. "인제 뭘 좀 아시네."
"어차피 나 없는 동안 또 술 먹였을 거 아냐?"
"오! 아냐, 아빠! 나 술 안 먹었어!" 챌리가 두 손을 내저였다.
킴벌리가 헤헤헤 하고 웃었다.
"또 이모 내가 다 뒤집어 쓰네."
영아가 그렇게 말하면서 와인에 물을 타서 킴벌리에게 한 글래스 주고, 그녀도 똑같이 한잔 가졌다.
운진은 술잔을 한번에 털었다.
"그나저나 그 미국 변호사는 누가 쓴 거야?"
운진은 누구에게라고 할 것 없이 물었다. "퍼블맄도 아니던데."
일동이 말없이 서로 보기만 했다.
“어떤 여자가... 하나... 가게로 찾아 왔었다든대?” 형록이 영아의 눈치를 살폈다.
“여자가?”
“형님의 입건에 대해 꼬치꼬치 묻고 갔답디다. 그래서 영아씬 형님이 어디 새 여자를 만났나 하던데?”
“무슨 말인 지 난 전혀 감이 안 잡히는데? 코리안인대?”
“한 사십대 오십대로 보이는, 아주, 잘 차린 한국 여자라고...”
변호사와 같이 구치소로 왔었던 사무장이란 여자는 백인 여자였다.
“으으응, 모르는데? 날 찾더래?”
“아니, 아예 형님의 입건에 대해서 물었다던대?”
“그래? 누구지?”
운진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제 자신도 모르게 움찔 놀랐다. “이름이 뭐래?”
“이름은 안 가르쳐주고, 사실은, 찾아 왔었다는 것도 말하지 말라 했답디다?”
운진은 가슴이 저려왔다. 누구지? 내가 아는 여자가 어딨어... “사실 나도 한가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하나 있어.”
“뭐가?”
“그 날 내 변호를 맡은 변호사 말야. 난 의뢰한 적도 없는데, 하루 전날 날 찾아와서 장시간 여러가지를 묻고 갔어. 그리고 재판받는 날 와서...”
“난 형님 재판에 안 갔어서 모르겠지만, 내 생각인데, 혹시 그 여자와 변호사와 연관있는 거 아니유?”
“그럴까? 난 퍼블맄 변호산가 했는데. 그런가? 누구지?”
“혹시, 형님, 숨겨논 옛애인 아냐?”
형록의 농섞인 그 말에 운진은 대답이나 반박을 못 했다.
“참! 형님 조카한테 물어보슈. 친조카.”
“설이?”
“걔도 왔다갔다던대.”
운진은 쾅! 하고 머리를 맞은듯 정신이 어찔했다.
‘맞다! 설이가 아직 숙희씨 회사에 일한다! 엉? 그래?’
운진은 정작 그 여자를 만났다는 영아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영아를 여러 차례 쳐다봤지만 그녀가 일부러 눈길을 피하는 게 역력했다.
그럼, 변호사를 보내줬다는 제프는 누구지?
설마...
운진은 수키와 제프란 자를 연관된 사이로 점쳐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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