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 운진은 죄의식 같은 것을 느끼기 시작하며 바닥에 앉은 딸에게 소리쳤다.
“다시 말해 봐! 다시 말해 봐!”
영아가 넘어진 챌리를 부축하고, 형록이 운진을 붙잡았다.
“내가 니 아빠 아니라구? 다시 말해 봐, 이 새꺄! 내가, 그럼, 누구야!”
챌리의 입술이 터져 피가 맺혔다.
“왜, 내가 안 낳았으니까 아빠가 아니다 이거야? 너 이 새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운진이 형록의 팔을 풀려고 몸부림을 쳤다. “놔 봐! 나 오늘 저 새끼 죽여버릴 거야! 배은망덕한 놈의 새끼! 유 낱 마이 파더? 아빠가 아니잖아? 그걸 말이라고 해? 나한테 그 따위로 말해?”
영아가 챌리를 끌고 가겟방으로 들어갔다.
“이리 못 나와? 좋게 말할 때 나와라? 내 들어가면 너 진짜 죽는다!”
운진이 형록의 팔을 뿌리쳤다. “영아씨! 걔 내보내세요! 나 방에 못 들어가니까, 걔 좀 내보내세요!”
"형님! 그만 하라니까?"
운진은 형록을 보고 돌아섰다. “헝, 그래, 이모는 친이모다 이거지? 나야 친아빠건 아니건, 이모는 이모다 이거지? 저런 괘씸한 것 봤냐? 내가 지 보고 친딸 아니다고 내 댄 적 있냐?”
“형두 잘 한 거 없지.”
“뭐라구?”
“아, 이혼할 때 이유가 뭐였어! 쟬 걸구 넘어졌잖아. 사실은 사실대로 말해야지, 안 그래? 나중에야 합쳤든 어쨌든 애한테 상처준 건 인정을 해야지. 그리고 애가 속에 쌓인 말을 했다고 때리는 건 지나치다구! 어떻게 감당할 거야, 이제.”
형록의 그 말에 운진은 말문이 막혔다.
“형님이 내가 폴 이름을 형님한테서 받은 것 땜에 감동해서 형수 돌아가실 때까지 도로 합친 거, 잘 했지. 아이들도 좋아했고. 문제는 그 이 후라구. 외할머니 와서 하루가 멀다 싸우고, 친할머니 와서는 내대구, 애가 어디에 서? 설 데가 어디야? 그나마 친구처럼 언니처럼 지냈던 형 조카도 가버리고, 누가 있어? 끽 해서 나와 봐야 이모네.”
안에서 챌리의 서러워 터져나오는 통곡이 들려왔다.
형록이 안에 대고 소리쳤다. “너두 잘한 거 없어, 임마! 맞아 싸! 뭘 잘 했다고 울어! 왜 말도 없이 집을 나왐마! 싫으면 싫다, 가고 싶으면 나 가겠다, 말을 했어야지, 이렇게 집을 나와서, 화난 아빠한테 대들어? 빨리 나와 잘못했다 하고 아빠 따라가!”
운진은 형록을 아래위로 훑어봤다. “니 혼자 다 해먹어람마!”
"상황이 그러네, 뭘." 형록이 겸연쩍게 웃음을 보였다.
운진은 가게를 나와 차에 탔다.
그러고 보니 깜깜한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열시까지 오픈 하는 술가게로 늦은 술 사러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차에 꺼내놓은 셀폰에 못 받은 전화가 세 통 있다고 알렸다.
운진은 버튼을 눌러 그게 집에서 온 것임을 보고 리턴을 눌렀다.
킴벌리가 받았다.
“What’s going on! Where are you, dad? (어떻게 된 거야! 아빤 어디 있어?)”
“Oh, I’m at aunt’s store with Challie. (오, 챌리랑 이모의 가게에 있어.)”
“She’s there? (언니 거기 있어?)”
“그래.”
“I call the store. Bye! (가게로 전화할께. 바이!)”
킴벌리는 전화를 그렇게 일방적으로 끊었다.
잠시 후 영아가 손에 차 열쇠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운진은 혹시나 해서 차 유리창을 내렸다.
영아가 운진의 차로 다가왔다. “키미가 저를 데릴러 오래요. 언니랑 얘기한다고.”
“챌리는 안 나온댑니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애요. 얘가 어려서부터 말은 잘 안 해도 고집이 있잖아요. 한번 입을 다물면 좀체 안 열었는데...”
운진은 거기서 또 아이들과 이모와의 밀접한 사이를 느꼈다.
아이들은 이모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틀림없다. 킴벌리도 서슴없이 이모의 가게로 전화하겠다고 아빠와의 통화를 끊었지 않는가.
애비라는 사람이 되려 제3자였다. 아이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 지 애비라는 사람이 파악도 못 하고 본능적으로만 대했고 결국 아이에게 손찌검까지 했다.
애를 때릴 때는 정말 서운했다. 다 키워 놓으니까 친부모 찾아 가겠다는 양자식을 대하는 양부모의 마음이랄까.
그래서 그들은 그들이 먼저 친부모를 찾아 보자고 선수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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