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pt.2 3-7x027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0. 03:59

   운진은 챌리가 영아의 뒤를 따라 나오려는 것을 야단쳐서 도로 들어가게 했다.
킴벌리가 아빠의 눈치를 보면서 제 언니를 집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운진은 형록과 영아에게 치하를 한 후, 그들의 밴이 떠난 뒤에 안으로 들어섰다.
챌리가 문간에 서서 바닥을 내려다 봤다.
   “니 방으로 가! 어서!” 운진이 고함을 쳤다.
킴벌리가 제 아빠를 흘겨보고는 챌리를 안으로 끌어들였다. “Come on!”
운진이 챌리의 손을 잡아 끌어세웠다. “얼굴 좀 보자. 괜찮냐? 미안햄마!”
챌리가 고개를 숙였다.
운진은 챌리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용서해라. 미안하다, 챌리야.”
챌리가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운진은 머뭇머뭇하다가 챌리를 안아주었다. 
   “짜식아! 아빠 가슴에 못을 박어?”
챌리가 제 아빠에게 안긴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넌 임마, 누가 뭐래든, 내 딸이야. 알어? 누가 뭐래든, 내가 아버지야. 너를 낳고 키운 아버지야. 니가 남이래도 내가 키웠으니까, 넌 내 딸이고, 난 니 아버지야. 너 나오는 걸 내가 봤단 말이다. 내가 널 내 손으로 받았단 말이다! 그러면 아빠지?” 
운진은 울고 있었다.
챌리가 몹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운진은 챌리를 꼬옥 안아주었다. 
   ‘불쌍한 새끼... 피기도 전에 시드는 꽃이어서야 되겠니? 엄마의 정도 모르고 자란 놈이 얼굴도 제대로 기억 못 하는 제 친아버지도 없고, 그나마 여기서는 할머니라는 사람이 나가라 하고.’ 
   “잘못했어요, 아빠. 용서해주세요.” 챌리가 울면서 말했다.
   “그래, 아빠가 더 미안하다. 이제 그만 울고, 응? 들어가 씻고 밥 달래서 먹자.”
킴벌리가 저도 삐죽거리며 제 언니를 이끌었다.

   운진은 딸 둘이 이층으로 올라간 뒤에 모친에게 사정 반 짜증 반으로 아이들을 그냥 놔 둬 달라고 애원했다. 
   “엄만 그냥 뒷바라지나 해 줘. 애들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께. 엄마가 내색하면 애들은 진짜 몸 둘 바를 모르잖어. 내가 불쌍하지두 않우? 누군 혼자 살고 싶어서 혼자 사나?”
   “애들 무서워서 장가를 못 든다는 게 말이 안 되잖어!”
   “애들 좀 더 큰 다음에 할 거야. 나두 미치겠다구! 나두 남잔데.”
   “여잔 있구?”
   “응.”
   “어디 여잔데?”
   “있어, 하여튼! 때가 되면 엄마한테 소개할께.”
   “지금은 같이 자구 그러는 거야?”
   “응? 응, 가끔. 생각나면.”
   “표정보니까 데리고 잘 만한 여자인가배?”
   “에이, 엄마는! 노인네가 못 하는 말이 없어!”
   “어때, 이놈아! 엄마가 그런 소리도 못 해?” 
그의 모친이 잔뜩 못 마땅한 기색으로 늦은 저녁상을 보았다.
운진은 일부러 상을 잔뜩 찌푸리고 모친을 대했다.
아이들이 식탁으로 오지 못 하고 한구석에 같이 붙어 서 있다가 돌아서려 했다.
   “이리 와라. 밥 먹자.” 
운진은 아이들을 손짓해 불렀다.
챌리는 그 새 샤워를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킴벌리도 예쁜 잠옷 차림이다.
킴벌리가 제 언니를 이끌고 식탁으로 왔다.
노친네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제서야 아이들이 고개를 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친모가 차려주는 밥상은 푸짐하고 간이 입에 맞았다.
운진은 챌리의 얼굴을 자꾸 살펴봤다. 아이, 씨이. 홧김에 힘 줘서 때렸는데...
자매가 늦은 저녁을 먹으며 계속 둘만 들리게 속닥거렸다.
   혹간 아줌마란 단어가 들려왔는데...

'[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2 3-9x029  (0) 2024.08.20
pt.2 3-8x028  (0) 2024.08.20
pt.2 3-6x026  (0) 2024.08.20
pt.2 3-5x025  (0) 2024.08.20
pt.2 3-4x024  (0) 2024.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