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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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0. 03:59

   챌리의 뺨은 전반적으로 발그스름해 보였다. 
단지 입술이 조금 부르텄다. 
그는 킴벌리의 눈치를 살피다가 의외로 작은놈이 화가 풀린 눈치라 저으기 안심하고 밥을 부지런히 펐다.
   "아빠. 아빠 아직 화났어요?" 챌리가 눈은 여전히 내리깐 채 조심히 물었다.
   "아니. 화 안 났어."
   "아까 아빠가 나 때리니까..."
   "응. 아팠지? 미안해."
   "아빠가 나 때릴 때, 난 알았거든?" 
   그제서야 챌리가 눈을 들어 아빠를 봤다. "아빠가 나 사랑하는 거..."
   "그럼, 임마! 너 그러는 거 아니었어."
킴벌리가 헤헤헤 하고 웃었다.
   "Daddy was crying, too! (아빠도 울고 있었어!)" 챌리가 킴벌리에게 말했다.
세 부녀는 금새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늦은 저녁을 마쳤다.
   앞으로 또 어떤 난관이 올 지... 
운진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운진은 노친네가 너무 힘들어 해서 도로 모셔다 드렸다. 
대신 그의 누나인 운서가 출퇴근을 시작했다. 
그녀는 조카들을 너무도 잘 다루고 비위도 잘 맞춰주고 해 달라는 대로 다 들어주었다. 
덕분에 킴벌리와 챌리가 다시 밝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고모가 옷 빨래를 색갈대로 추려서 빨아주고 내의들은 뜨거운 물에 따로 빨아 늘 희고 깨끗하게 해 주니 아이들이 너무도 고마워하고 고모한테 뭔가 꼭 선물을 했다.
운진도 아이들의 변화가 누이의 보실핌 덕분임이 너무도 고마워 돈을 충분히 지불했다. 
운서는 음식도 돌아가며 골고루 정성 들여 만들어 주고 조카들을 마치 친딸처럼 대해주고 그래서 운서고모가 어쩌다 야단치면 둘은 다소곳이 들었다. 
운서가 주로 지적하는 것이라고는 여자처럼 걸어라 여자처럼 말해라... 
그리고 여자는 늘 몸가짐이 단정해야 한다는 그런 꾸중이었다. 
   어느 날 운서는 챌리를 앉혀놓고 심각한 얘기를 해 줬다. 
   “설사 니가 아직 준비도 안 된 상태인데 사랑하는 사람과 불장난을 해서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면, 거기서 행여 하나님한테 죄 짓는 짓 하지 말고 애를 낳아라. 애는 내가 키워줄 테니 너는 하던 공부 계속하고 나중에 나중에 자리가 잡히면 그 때 찾으러 오너라. 젊은 사람들 사랑하다 보면 실수할 수 있다. 그런데, 너는 될 수 있으면 절대 여자로서 지킬 것은 지켜라. 네가 엄마 때문에 흘린 눈물을 생각해서라도 너는 네 자신을 철저히 지켜라. 차라리 몸을 요구하는 사람과 헤어질 망정 너는 너를 지켜라. 그랬다면 먼 훗날 너는 네가 옳은 판단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챌리가 고모의 무릎에 엎드려 대성통곡을 하고 고모와 굳게 맹세했다. 
그 때 실컷 운 챌리는 그때서야 비로소 가슴 속의 응어리가 다 풀리는 것을 알았다고 고백했다. 엄마의 과거에 대한 수치심이 말끔히 가셔지는 순간이었다고.
챌리의 얼굴에서 수심이 사라지고 밝은 웃음이 떠오르자 스물두살의 앳띈 대학생이 되고 거기서 힘을 얻어 모 회사의 인터뷰에서 아주 좋은 점수를 땄다. 
남은 학기의 비용을 그 회사에서 대주기로 하고 채리는 곧 인턴을 시작했다. 
킴벌리는 바로 풀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두 할머니를 증오한다고 말했다. 그랬다가 언니가 고모와 잘 지내기 시작하고 심부름 갈 때 꼭 같이 가자고 하니 그녀도 마음을 열었다,
   그렇게 챌리와 킴벌리는 고모의 시중을 받으며 나날이 밝아져갔다.
운서 또한 남편과의 이혼으로 설이와 마잌이 어려운 시절을 보내는 것을 익히 앎으로 이 집 조카들은 어미를 잃기까지 했으니 하고, 정말 몸을 안 아끼고 보살폈다.

   거의 모르는 사이들처럼 지냈던 마잌이 삼촌 집에 얼굴을 보였다.
엄마가 일이 많아서 미처 퇴근을 못 하면 마잌을 오라 해서 저녁을 먹이기 시작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챌리는 자격지심에선지 마잌을 꺼렸고, 킴벌리는 그 사촌과 금새 친해졌다.
마잌은 어거지로라도 웃기는 소리를 해서 두 사촌을 웃게 하려 들었다.
마잌은 마잌대로 누이를 서부로 보내고는 심심하고 쓸쓸해 하던 참이었다.
마잌은 특히 저보다 위인 챌리에게 더욱 까부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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