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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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1. 03:48

   ‘그 여자한테 새삼스럽게 팔을 벌릴 수는 없지. 너도 양심이 있다면 그렇게는 못하짐마! 설사 그녀가 기회를 준다 해도 난 못 해. 그니저나 히야! 파이넨셜 센터의 부사장이야? 대단하네…’
운진이 가게에 도착해서 보니 옆 가게 확장공사 인부들이 우루루 몰려들었다. 
그 중 인솔자인 남자가 꾸깃꾸깃한 종이하나를 내밀었다. 
   “We’re all just finished, Mr. Oh. (미스터 오, 방금 우리 다 끝냈오.)”
운진은 새로 꾸미고 있는 캐리아웃 자리를 돌아봤다. 
   영호에게 주어서 밥 벌이 해 먹으라 할 자리.
그 안은 내일 당장 이라도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처럼 바닥이건 기물이건 깨끗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운진은 인솔자가 내민 종이를 받아 들여다 봤다. 
카운티 헬쓰 디파트먼트에서 나온 인스펰터가 이미 서명을 한 합격증이었다. 
   “Thank you!” 운진은 감독자와 악수를 나눴다.
인솔자가 열쇠꾸러미를 내밀었다. “Good luck, Mr. Oh!”
   “Thank you!” 운진은 그 자에게서 열쇠꾸러미를 받았다.

   숙희가 그날 저녁 운진의 집으로 들렀다. 
설이가 제일 먼저 반기며 그녀를 집안으로 안내했다. 
마침 집에 있던 챌리와 킴벌리가 이층 계단에 서서 숙희를 쳐다봤다.
킴벌리가 홱 돌아서서 제 방으로 사라졌다.
챌리도 동생의 뒤를 따라 그러나 제 방으로 사라졌다.
   “집이 훌륭하네요?” 숙희가 집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운서가 숙희를 리빙룸으로 안내했다. “애들 아버지 금방 도착한댔어. 이리 와 앉어.”
설이가 숙희의 곁에 찰싹 달라붙어 움직였다.
숙희가 가죽소파에 앉으며 설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운서가 숙희와 설이를 마주보고 건너편 소파에 앉았다. 
   “맘이 편치 않을 텐데…”
   “아, 언니. 제가 뵙겠다고 한 이유는, 설이 때문인데요.”
설이가 숙희에게 더 찰싹 달라붙었다.
   “지금 회사에 설이를 좋다 하는 남자 사원이 있어요. 매니저급인데...”
   “우리 설이를 시집 보낼려구?”
   “언니도 좋다 하시면, 정식으로 추진해 보려구요.”
   “에이, 얘가 몇살인데 벌써 시집을 보내. 너무 이르지.” 운서가 고개를 꼬았다.
그 때 운진이 집안으로 들어섰다.
그 바람에 대화가 더 진전되지 않고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층에서 챌리와 킴벌리가 내려왔다.
운진은 숙희를 보는 순간 가슴이 저려왔다. 아니. 
온몸에 전기가 찌르르 하고 왔다. 
   “어, 어디 나가려는 참인가?” 하는 그의 말소리가 조금 떨렸다.
운서가 부엌 쪽으로 움직였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저녁을 해야지, 깜빡 했네! 저녁 먹고 가, 응?” 
그녀가 숙희에게 앉으라는 손신호를 하고 부엌으로 사라졌다.   
   “Go-mo! What’s for dinner? (고모! 저녁 뭐예요?)” 킴벌리가 큰 소리로 운서를 불렀다. 
운서가 부엌에서 도로 나왔다. “그래, 너 뭐 먹을래?” 
   “I don’t care. I’m hungry! (상관 안 해. 나 배고파!)”
   “쵀리 너는?”
챌리가 숙희를 쳐다봤다. 그런 다음 말했다. “손님 계시는데 냄새나는 건 안 되죠?”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께. 뭐, 뭐, 뭐 먹을래?”
   “음, 어제 먹은 찌게 또 있어요?” 챌리가 말하면서 숙희의 눈치를 봤다.
   “이서?” 킴벌리가 서투른 발음으로 물었다.
운서가 아이들을 손짓으로 가라 하고는 부엌으로 다시 사라졌다.
그 때까지 서 있던 세 사람은 그제서야 서로를 마주보고 미소를 지었다.
   “잠깐 앉아계시죠. 저 좀 씻어야겠읍니다.” 
운진은 숙희가 설이와 같이 소파에 도로 앉는 것을 보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딸들과 숙희의 분위기가 어색하지않게 보인 건 언감생심 자격지심일까,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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