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리와 킴벌리가 숙희에게 어색한 인사를 하고 둘이 나란히 이층으로 올라갔다.
숙희는 식사를 다 끝내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잘 먹었어요, 언니.”
운서가 숙희와 딸을 번갈아 봤다. “가까이 살면 내가 종종 밥을 해서 차려줄 텐데. 그나저나 캘리포니안가는 살기 좋아? 여기 메릴랜드 보다?”
설이가 나섰다. “일년 내내 써니야, 엄마.”
“Not that ugly Sunny, though! (그 못 생긴 써니는 말고!)” 마잌이 놀렸다.
“Shut up! (닥쳐!)” 설이가 마잌의 머리를 때렸다.
운서가 남매를 점잖게 나무랐다. “밥 먹는데 애를 왜 때리니?”
설이가 마잌을 또 한번 쥐어박았다. “He is stupid, mom! (얜 바보야, 엄마!)”
"하이고. 그 동안 떨어져 있으면서 서로 보고 싶다고 할 땐 언제고, 만나자마자 오누이가 싸우니?"
운서는 말은 그랬어도 그러나 싫지 않다는 표정이다.
숙희는 자리에서 움직여 리빙룸으로 갔다.
그녀는 가구들을 둘러보며 집주인의 취향을 점검했다.
‘조금... 유치하군! 색상도 전혀 안 어울리고.’
운진은 밥을 다 먹고도 식탁에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
그래서 운서가 가 보라고 눈짓을 했다.
운진은 양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가 갑자기 웃어제꼈다. "오! 무슨 말인지 이제 알았다! 하하하!"
"???"
나머지 사람들이 영문을 몰라 운진을 쳐다봤다.
"낫 댓 어글리 써니... 하하... 하... 으음."
"!!!"
다른 사람들이 영문을 몰라 서로를 봤다.
설이가 일어섰다. “엄마, 설거진 내가 할께, 엄만 차나 만들지?”
마잌이 리빙룸으로 나가서 TV를 켰다.
숙희는 그제서야 소파에 앉아 TV를 보기 시작했다.
‘저 나이 되도록 저렇게 숙기가 없어서야, 원...’
숙희는 어느 새 침침해지는 시력을 느끼며 눈을 손으로 가볍게 비볐다.
운서가 차를 내왔다. “녹차야. 요즘에 갑자기들 녹차가 좋다고 난리대?”
“녹차 좋죠. 고마와요, 언니.” 숙희는 찻잔 하나를 집어들었다.
입술이 닿을 가장자리에 뭐가 묻은 게 그녀의 눈에 보였다.
‘잘 안 딲는가 보네... 더럽다.’
숙희는 아무도 눈치를 못채게 그 자국을 손가락으로 가만히 지웠다.
마잌이 그걸 봤다. 녀석이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마잌은 학교 잘 다니니?” 숙희가 녀석에게 말했다.
“네. 넥스트이어에 트랜스퍼 할 거예요.”
“누나 보고 싶니?”
“Sometimes. Specially, when I need some money. (가끔. 특히, 돈이 필요할 때.)”
남매가 조그맣게 소리내어 웃었다.
숙희는 운진이 아직도 부엌에서 나오지 않는 것을 알고 그만 일어서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운진이 운서에게 떠밀리듯 부엌에서 나와 리빙룸으로 왔다.
숙희는 운진을 똑바로 올려다 봤다.
운진 그는 숙희와 눈길을 피하며 건너편 소파에 그녀를 마주하고 앉았다.
그는 여러가지 생각을 한꺼번에 정리해 보려고 속으로 애쓰고 있었다. 우선 새로 꾸민 캐리아웃을 예정대로 영호에게 입막음으로 주고 싶은데 영아와 형록이 걸렸다. 만일 그가 그렇게 하겠다면 영란의 친정집 그들이 과연 그의 제의를 순순히 받아들일지 의문인 상태이다.
그가 조가로부터 빼앗은 술가게를 영아와 형록에게 준 것 갖고 그 집안식구들이 여태 농성인데 이번에 새로 꾸민 캐리아웃을 영아에게 주고 영호더러 그 술가게를 하라면 들을래는지...
아니면, 아내가 이혼도 하고 죽었다고 그들과 발을 끊어야 하는 건가...
운서가 말을 꺼냈다. “설이한텐 말했구?”
그제서야 운진은 어떤 말의 연결인 줄 알아차리고 주의를 기울였다.
설이가 제 삼촌더러 주의를 기울이라는 듯이 손짓을 보내왔다.
숙희가 작게 기침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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