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은 팬티 바람으로 짐승 털을 들추고 들어갔다,
숙희는 미리 알몸으로 있었다. 그녀가 긴 팔을 뻗어서 운진을 안았다. "남자 앞에서 내 손으로 옷 벗어본 적이 없어서, 운진씨일 망정, 아니, 이제는 남편이지만 내 옷을 벗기도록 못 견딜 것 같아요.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간지러울 것 같아요. 호호."
"아, 녜."
"나는 따라갈 테니까 운진씨가 잘 리드해 줘요?"
"아, 녜."
운진은 손을 차차 움직여서 숙희의 얼굴을 만졌다.
그녀가 눈에 미소를 한가득 담고 그를 그윽히 건네다 본다.
"우린 어쩌면 22년 전에 이런 밤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그쵸."
"포토맼 강변 모텔에서 말인가요?"
"네."
그녀가 고개를 끄떡거렸다. "그 때 운진씨가 피했죠."
"오션 씨티 호텔에서는 숙희씨가 피했구..."
"이젠 꼼짝 못 하고 운진씨한테 걸렸네요?"
운진은 얼굴을 가까이 해서 숙희의 입술을 찾았다.
그녀가 눈을 감으며 다가와서 입술을 살짝 열였다.
두 사람은 곧 서로의 몸을 밀착시키며 약간씩의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짐승 털이 스르르 미끄러지며 벽난로 불빛에 두 남녀의 알몸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이 나이까지 혼자 살면서 남자를 모른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실 테고."
"그, 그렇죠."
"어쩌다 하룻밤 정사 같은 것은 용서할 수 있죠?"
"그, 그렇죠."
"운진씨야 결혼하셨었으니까, 거의 매일? 노?"
헤!
운진은 속으로 비웃었다. 글쎄요...
"애 둘 낳을 정도면 횟수가 많았을 거 아녜요."
그녀는 그를 받아들이면서도 말이 많았다. 왜.
그녀는 본능적인 욕정을 죽이려고 대신 입을 놀리는 것이었다. 양놈들과 하면 거의가 광난적이었었던 것을 참느라고.
운진은 입 딱 다물고 그녀를 느끼려고 집중했다.
숙희가 눈을 뜬 것은 나무 타는 냄새가 코 속으로 들어와서였다.
짐승 털이 그녀의 목까지 끌어올려져 있고, 그녀는 느낌에 자신이 팬티와 브래지어는 입고 있음을 알았다.
지난 밤 섹스가 끝나고 남자가 잠들기 전 찾아서 입혀준 것들...
그녀는 두 긴 팔을 위로 뻗어서 기지개를 폈다.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닥거리고 불꽃을 튕겼다.
그녀는 짐승 털로 앞을 가리고 상반신을 일으켰다.
"굿 모닝."
운진의 음성이 그녀의 등 뒤로 날아왔다.
숙희는 고개만 돌려서 소리가 날아온 방향을 봤다.
그가 이인용 식탁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커피 이즈 레디, 매담." 그가 웃었다.
숙희는 자던 차림에다가 발끝까지 내려오는 털코트만 걸치고 식탁으로 와서 앉았다.
운진이 커핏잔을 밀어보냈다. "블랰이요. 취향을 아직 몰라서."
숙희는 커핏잔을 들어서 코 밑에다 가져다 댔다. "으음... 아로마."
"슈가?" 운진이 스푼을 들었다.
"아니."
"안 타길 잘 했네."
"원래는 타는데. 아니, 됐어."
그녀는 어느 새 반말일색이었다. 하룻밤 사이 만리장성을 쌓은 탓일까.
그는 그런 것을 느꼈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왜.
이제는 엄연히 부부가 되었고, 여자는 그러면 더 친근함을 느끼니까 변하나 해서.
그는 그러나 때가 무르익을 때까지는 존대하기로 마음 먹었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2 8-8x078 (2) | 2024.08.25 |
---|---|
pt.2 8-7x077 (0) | 2024.08.25 |
pt.2 8-5x075 (0) | 2024.08.25 |
pt.2 8-4x074 (0) | 2024.08.25 |
pt.2 8-3x073 (0) | 2024.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