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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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6. 00:42

   숙희가 밀실에 들어가서 매모그램 촬영하는 동안 기다리고 있는 운진.
그는 새삼 영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기억하기로 영란이 주기적으로 그런 점검을 했었는지 어쨌는지 모른다. 
여자들은 적어도 일년에 한번씩 유방암 검사를 하고 펲스미어 검사를 해야한다는데...
   "결과는 우리 닥터한테로 보낸대." 
   숙희가 당당히 걸어나와서 운진의 팔짱을 꼈다. "일차적인 검사는 남편이 해줘야 한대. 애무할 때나 수시로 아내의 유방을 만져서 뭐가 만져지는지 잘 왓치하래. 질 검사도 여자는 모르니까 남편이 봐서 안 나던 냄새가 난다던가 그 안에 뭐가 만져진다던가 그런 걸 잘 봐야 좋은 남편이라네?" 
   "..."
운진은 딱히 대답할 말이 없다. 
   먼저 아내 영란은 남편이 손가락을 넣고 자극하는 걸 좋아했고 유방도 맘대로 주무르게 했는 반면 새아내 숙희는 절대 손가락을 못 쓰게 한다. 유방도 겉으로 살살 만져서 약 올려야 좋다나...
   영아도 안 해주면 운진의 손을 끌어다가 안을 만지라고 했는데. 그래야 좋다고...
운진은 숙희와의 수준 높고 고귀한 섹스가 아니꼽다.
숙희는 침실에 촛불을 여러 개 켜 놓는다. 향을 바꿔가며...
그런데 운진이 내색을 안 해서 그렇지 그는 냄새에 민감하고 특히 장미꽃 향이 풍기는 때이면 머리에 통증이 와서 발기가 전혀 안된다. 그런 날은 아무리 애무를 하고 해보려고 애를 써도 조금 발기했던 그놈이 금새 줄어들고 그러면 숙희가 자기 피곤해서 그런 모양이라고 그만 자라고 달래준다.
그리고는 털끝도 못건드리게 한다. 쉬라고...
그리고 운진은 숙희가 즐겨 뿌리는 장미꽃 내음 계통의 향수가 코 앞에 지나가면 강한 두통을 느낀다. 그가 알기로 숙희가 쓰는 향수가 불란서제이고 값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안다.
딸들도 가끔 훔쳐서 뿌리고 나간다.
남들이 다 좋다고, 대번에 비싼 향수임을 아는데 운진 혼자서만 거부할 수도 없고...
   그는 영란이 주로 사용했던 랑꼼 계통의 달콤한 향수를 좋아한다. 그녀가 야한 잠옷에다가 그 향수를 뿌리고 들어오면 운진은 대번에 흥분해서 날뛰곤 했었다.
그리고 영란은 훤히 보여주며 뒤로 하는 체위도 좋아했다.
반면 숙희는 그런 후향위 체위를 천박하다고 싫어한다. 밋밋한 정상위로만 하자고...
   "왜 암말도 안 해, 자기?"
   숙희가 운진의 팔을 흔들었다. "내 말 들었어?"
   "응." 운진은 짧게 대꾸했다.
   '뭘 만지게 하고 보게 해야 뭐가 어떤지 알 거 아닌가, 이 사람아! 유방 속에 혹이 생기는지 질 안에 뭐가 나오는지 뭘 어떻게 알라고!' 
그 말은 운진의 머릿속에서만 메아리쳤다.
그 날 밤도 그 부부는 얌전히 잠자리에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숙희가 이불의 반을 가르며 손으로 탁탁 쳤다. "여기 넘어오지 마, 자기."
운진은 머릿속으로 외쳤다. '우리 부부 맞어?' 하고.
   '킴벌리는 5월이면 졸업하고 약혼한다. 챌리는 겨울이면 약혼한다. 그러면 나는 자유를 달라고 해도 된다. 이 집을 걸어서 나가면 그만이다.'
   그럴려면 다섯 여섯달을 이 지랄로 살아야 한다... 
   다섯 여섯달만 참자. 그 때 가서 헤어지자.

   운진은 이 날 모 스트리트의 술 가게에 주문 받으러 갔다가 주인 여자와 제법 진한 농을 주고받았다. 
막말로 생각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라는. 
추파가 아닌 유혹도 아닌 대놓고 몸 좀 풀자는. 
가게아주머니의 요청... 
운진은 구태여 새장가 간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돌아다닐 때 반지를 빼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 아주머니와 주말에 문 일찍 닫고 노래방을 같이 가기로 약속이 되어있다. 
그 여자는 보아하니 오십대 초반인 것 같은데 눈매가 푸르스름하고 촉촉하니 색 좀 쓰겠다...
그 여자는 아닌 말로 그 가게를 드나드는 세일즈맨들과 그렇고 그런 사이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하반신이 짧으며 탕탕하니 옛영란과 같을 것 같았다.
운진은 혹 그 여자가 죽은 이와 아는 사이는 아닌지 갑자기 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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