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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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10. 2. 05:38

   그 이후 숙희와 창원은 학교 내에서 공식적인 짝으로 알려졌다.
숙희를 만나는 3학년 학생들은 창원이 저기 있는데 또는 창원이 어디 있는지 봤느냐고 했다. 
심지어 선생들도 창원의 도움이 필요하면 숙희에게 전달했다. 왜.
창원이가 학교측의 어떤 부탁을 일차 거부했거나 사양했어도 숙희가 그를 보고 전하면 하기 때문이다.
창원이가 있는 데에 숙희는 없어도 숙희가 있는 데에는 반드시 창원이가 있었다. 
숙희가 창원을 찾아 다니지 않아도 창원이 숙희를 찾아 다녔고. 
벗들은 숙희가 어디서건 보이면 기다렸다. 창원이가 오기를.
그리고 정애는 무슨 일이 있어도 숙희 곁에 꼭 붙어 다녔다.

   운동 클럽에서 여름 야유회를 가기로 했는데. 
숙희는 엄마의 허락을 염려하고 당연히 참석 못한다고 했다.
창원은 숙희를 안 놓아주었다.
   내가 모든 비용 댄다
   절대 이상한 거 못 시키게 한다
   해 지기 전에 귀가하도록 한다 등등.
   "엄마가 허락 안 할 거예요, 선배."
   "그렇다고 내가 어머니를 직접 만나기는 그렇잖아."
   "그건 절대 아니죠!" 숙희는 문자적으로 펄쩍 뛰었다.
   "니가 거짓말 못 하는 거 내가 알잖아."
창원은 한 가지 방법을 써먹을 수는 있지만 그 대상 기집애가 맘에 안든다. 클럽 멤버가 아닐 뿐더러 두 사람 사이를 자꾸 훼방하려는 기집애를...
결국 창원이는 숙희가 못 간다는 것 때문에 덩달아 안 간다고 했다.
운동 클럽이 발칵 뒤집혔다.
   배신자
   내시
   공처가 등등.
수 명의 남녀 학생들이 버스 정류장에서 숙희를 에워쌌다.
선후배 할 것 없이 숙희를 꼬시고 야단치고 졸랐다.
   "죄송해요. 전 어머니 허락 받을 자신이 없어서..."
숙희의 말에 다른 여학생이 나섰다. 내가 어머니께 말씀 드려준다고. 
정애였다. "내가 말씀드려 봐 줘?"
   "아니야. 엄마는 내가 어디 가는 걸 싫어하셔."
   "내가 말씀 드려두?"
   "하지 마."
창원이 정애를 몸으로 밀어냈다. 가라고.
그런데.
숙희는 모친에게 클럽 야유회의 야 자도 뻥끗 안 했는데. 
정애가 와서는 까발렸다.
그것도 숙희가 남학생들과 야유회에 놀러 가려는 걸 말렸다고 그런 거짓말로.
그 때 비로소 숙희는 화가 나서 정애를 쫓아 보냈다.
   "너 아무리 대학생이라도 함부로 어울리지 마라."
   "아냐, 엄마. 난 애초에 안 간다고 했고. 정애는 샘이 나서 그랬어."
   "정애가 왜 너한테 샘을 내니?"
   "..."
숙희는 모친에게 말할 수 없다. 정애가 선배 사이에 자꾸 끼어들려 한다고.
   "하여튼 엄마, 난 야유회 같은 거에 취미없고. 엄마 허락 없이는 아무 데도 안 나가니까 걱정 마."
   "나는 니가 자주 늦는 것도 맘이 안 놓인다."
   "알았어, 엄마. 걱정하시게 해서 미안해."
   "지금은 엄마가 간섭하는 게 싫겠지만, 다 지나면 이해할 거야. 내가 왜 이러는 지를."
   "알았어, 엄마. 엄마한테는 나 하나 밖에 없고, 나한테도 엄마 하나니까." 
   "그런 것도 있고..."
혜경은 땅이 꺼지게 한숨을 토했다. 서울로 오는 게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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