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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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10. 2. 05:37

   학사 징계위원회에서 결과가 나왔다.
학생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선생을 폭행한 것은 퇴학깜이라고.
그런데 말이 서로 엇갈렸다.
흥섭은 한숙희란 여학생을 지목했고.
창원은 그가 사범에게 보복으로 그랬다고 나왔고.
그 자리에서 유일한 목격자인 정애가 숙희를 지목했다.
하루 후 한숙희 학생을 어떻게 할 것이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창원이 정애를 한구석으로 데려갔다.
   "너 숙희랑 친구잖아. 너 왜 가만 안 있어?"
   "저 선배 좋아해요!"
   "난 너 안 좋거든?"
   "전 좋아해요!"
   "내가 김 중위랑 싸웠다고 하면, 감정 싸움으로 처리하는데. 니가 목격자라고 입을 놀려서 숙희가 처벌 받으면 넌 좋아? 너 친구한테 그럴 수 있어?"
   "난 숙희 걔가 선배한테서 떨어져 나가기 바래요."
   "난 너 같이 쪼끄맣고 못 생긴 기집애 안 좋아하거든? 담부턴 내 눈 앞에 나타나지 마!"
창원은 그 길로 김 중위를 찾아갔다.
   "잘못했습니다. 승단은 포기할테니까, 지금의 말썽을 취하해 주십시요."
   "느그 둘이 사귀냐?"
   "???"
   창원은 알았다. "그러시군요. 취하하시는 걸 우선 하십시요."
그런데도 창원은 승단에 통과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창원은 체육실로 김 중위를 또 찾아가서 그가 보는 앞에서 승단합격증을 찢었다.
   "이번 승단 시험은 무횹니다."
   "뭐 하는 짓인가?"
   "사내가 창피를 모르고."
   "뭐여?"
   "여학생한테 얻어 터지고. 사내로서의 자존심도 없으신가. 그걸 학교에다 일러요?"
창원의 말에 체육실의 여선생들도 웃었다.
   "내가 사과 드렸는데도 끝끝내 여학생한테 품은 흑심을 안 버리시겠다아?"
3학년 전체가 교련을 거부하고 평복차림으로 운동장에 모였다.
창원이 앞에 나섰다.
   자질없는 교련 교관은 당장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학교측은 학사 징계를 당장 취소하라!
   취소하라!
   취소하라!
김흥섭은 체육실에서 내다보고 흥분했지만 아무도 그와 동조하지않았다.
교무실에 긴급 회의가 열리고. 
학교측은 학생들이 열기가 오르면서 자칫 길거리로 나갈 우려가 있다는 합의에 그 날의 모든 교련을 취소하고 김 중위와 조교를 불러 들였다.
김 중위와 조교인 하사는 둘이 짰는지 귀대하겠으며 몇몇 학생들을 가만 안 놔둔다고 나왔다.
국립대학의 위신문제라고.
학교측에서는 교관과 조교가 갑자기 비워지는 바람에 법적 교련시간이 모자라는 것은 둘째 문제이며.
학생들이 대문으로 돌진하기 전에 가라앉히라고.
숙희는 미술실에 있다가 갑자기 불려 나왔다.
   71학번 학생, 저 윤 학생과 잘 알지? 가서 가라앉히게.
그래서 숙희는 약 이백명 정도의 남학생들의 환호를 받으며 운동장으로 나가야 했다.
숙희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창원을 위시해서 남학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모습은 멀리서 보면 즉 교무실에서 내다보면 남학생들이 여학생의 명령에 따른 것으로 충분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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