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여사는 딸의 대학 공부를 위해서 서울행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지만 걱정되고 겁이 났다. 왜.
장군님을 만나게 될까 봐.
숙희가 만 열여덟살이니 서울을 떠난지 일년 모자라는 이십년이지만 세상은 넓고도 좁다고 했다. 서울 생활을 하다 보면 꼭 정 장군이 아니더라도 하다 못해 아는 이라도 만나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말은 단번에 퍼지는데...
엄마의 비밀 때문에 딸의 진학길이 막히는 것은 엄마가 불행한 삶을 살아온 것보다 더 불행한 일이다. 그렇다고 딸만 혼자 덩그라니 '그' 서울에 올려 보낼 수도 없다.
그렇다고 엄마의 친척이 살고 있는 조치원으로 가라 할 수도 없다.
엄밀히 따져서 딸이 기댈 수 있는 혈육이라면 정 장군 밖에 없다...
정 장군은 당시 기혼자였고, 십년 결혼에 자식이 없었다.
그가 송 마담과 술을 여러 차례 나누면서 늘 반복한 고백이 아내는 석녀라고.
그래서 어찌어찌하다가 둘은 동침을 시작했다.
정 장군이 요정 마담을 꼬시기 위해 거짓말을 꾸며댔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송 마담은 정 장군의 애국주의와 늠름함에 은근히 매료되어 있었던 참이었다.
그녀가 정 장군과 그러니까 당시에는 무궁화 세개짜리 여단장과 여러 차례 동침을 하다가 임신인 것을 알고 피신을 결심했을 때, 평소 시샘 많았던 기생 하나가 여기저기에다 발설한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송 마담이 요정을 한밤중에 탈출하듯 나간 얼마 뒤, 당시에는 말뚝 하사관이었던 한순갑이 혼자 왔다.
"송 마담 보내."
한순갑이 아주 거들먹거렸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정 장군의 부인이 남편에게 의심을 품기 시작하고 운전병인 한순갑에게 일과를 몰래 보고하라고 시켰는데, 한순갑은 정 장군에게 귀띔했다.
그래서 정 장군은 정시에 퇴근해야 했고, 한순갑이가 대신 요정을 온 것이었다.
다들 모른다고 발뺌을 했는데.
"왜. 장군만 사람이야? 보내, 빨리!" 한순갑이 호통쳤다.
누가 송 마담은 더 이상 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디 갔어!"
누설한 기생이 송언니의 말을 얼핏 들으니 고향이 장호원이라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왜 그만 뒀는데?"
"아마... 어떤 손님의 애를 뱄는지."
"어떤 손님!"
그 후 한순갑은 다른 쫄병 운전병을 데리고 시간만 나면 장호원을 이 잡듯이 뒤졌다.
물론 한순갑은 정 장군에게 송 마담의 증발을 말하지 않았다.
한순갑은 송 마담이 누구의 애를 임신했나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각설하고.
정 장군이 부인의 감시가 느슨해진 것 같아 아주 오랜만에 요정을 들렀는데.
그는 차를 운전병을 안 시키고 직접 몰고 왔다.
"송 마담 어디 갔는가?"
정 장군은 기생마다 붙잡고 물었다.
그런데 정작 한순갑에게 송 마담의 임신 사실을 흘린 기생이 정 장군에게는 거짓말을 했다. 어떤 부잣집 영감님의 후처로 들어가서 자손을 이어주기로 하고 떠났다고.
그 후 정 장군은 일년을 두고 그 요정을 불심검문처럼 들렀다.
그러면서 해가 바뀌었고.
새로 온 매담이 아마 영감님이 마지막 정력을 쏟았던지 소문에 의하면 송 마담이 임신에 성공하고 딸을 낳았단다고 그렇게 둘러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 장군의 송 마담 찾는 일이 멈추지 않을 것 같아서였고 만일의 경우 발각되었을 경우에 딸의 출생은 사실이었음을 무마하기 위함이었다.
정 장군은 심히 낙심하여 후방에서 편안하게 보내던 군대 생활을 최전방으로 자원해서 들어갔다. 덕분에 그는 별 짜리 사단장으로 승진했고. 한순갑은 정 장군이 그가 입을 다무는 조건으로 빽을 써줘서 육본으로 들어갔던 것.
한순갑은 정 장군에게 송 마담의 임신 사실을 끝끝내 숨겼다. 또 정강호 장군은 송애경이 임신을 했되 나이 든 영감의 아이라서 한순갑에게 재론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송 마담은 정 장군과 완전히 헤어졌던 것이다.
송 마담은 한순갑이가 흑심을 품고 장호원 바닥을 헤집고 다닌 것을 상상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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