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23

pt.23//2-9x019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10. 3. 10:47

   숙희와 창원이 다니는 국립대학 내에도 술렁임이 왔다.
등교길 정문이 닫히고 쪽문만 열어 놓은 채 수위와 김 중위와 조교가 학생들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숙희는 버스를 내려서 창원이 안 보이면 기다린다.
창원도 숙희가 안 보이면 기다린다.
그렇게 둘은 등교 때부터 붙어 다닌다.
둘이 나란히 쪽문을 들어서는데.
검은안경 쓴 이가 신문 접은 것으로 창원을 가리켰다.
조교가 숙희더러 떨어지라는 손짓을 했다.
창원은 그 안경에게로 가고, 숙희는 수위실 건물 옆에 가서 섰다.
김 중위는 의식적으로 숙희를 외면하는 것 같았다.
창원은 이내 숙희에게로 왔다.
   "왜 그래, 선배?"
   "무슨, 수상한 사람 보면 곧 신고하라나."
둘은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걸 왜 선배만 불러서?"
   "시빈데?"
   "왜?"
   "모르지."

창원과 숙희는 도시락을 교정 나무 그늘 밑에서 열었다. 
창원이 보온병에다 커피 타 왔다고 내밀었다.
   "나 커피 안 좋아하는 거 알잖아, 선배."
   "마셔 봐. 이거 미제 커피야."
   "미제 커피는 달라, 선배?"
   "꽁초 커피하고 같냐?"
창원은 저 멀리 정애로 보이는 여자가 남학생들 틈에서 일부러 큰 모숀을 취하는 것을 봤다. 암만 해도 쟤가 무슨 수작을 떠는 것 같은데? 숙희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되는데...
숙희가 보온병 뚜껑에다 커피를 조금 딸아서 맛보고는 끄떡였다. 
   "맛은 다르네. 하지만 난 역시 커피와는..."
   "아직도 장호원티를 못 벗었냐?"
   "장호원이라고 다른 줄 알아, 선배?"
   "하긴 버스 타고 지나갈 때 보니까, 좀 번화하더라."
   "언젠데?"
   "대천 해수욕장 갈 때."
   "오오. 해수욕장씩이나."
   "이모네가 거기 사셔."
   창원의 시선은 줄곧 정애의 노는 것에 가 있다. "쟤가... 꼭 내 친구들한테 엥기네?"
   "그래, 선배?"
   "쟤... 안 좋은 소문 퍼뜨리는 거 아냐?"
   "그래 봤자 저만 피곤하지. 쟤 저러다 그만 둬."
   "진짜 재수없는 애네."
   "소문 안 좋게 퍼뜨릴 게 있어야지."
   "뭐 저런 애를 친구로 뒀냐."
   "원래는 착해. 잘 까불구. 저러다 그만 둘 거야."
숙희는 도시락을 다 먹었고, 창원은 뒤늦게 서둘러서 먹기 시작했다.
창원이 숙희의 김치 남은 것을 아예 제 도식락에다 부었다. "충청도식이냐. 김치가 맛있다."
   "선배는 졸업하고 군대 갈 거야? 아니면..."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니, 니 생각엔?"
   "남들처럼 3학년 때 가기는 이미 늦었으니, 늦은 김에 졸업하고 가지?"
   "연기가 될래나... 그래도 늦었으니 천상 그래야지?"
   "군대... 아, 아냐!" 숙희는 고개를 저었다.
창원이 숙희를 살펴봤다. "군대... 하면, 꼭 웬수진 사람 같다, 너?"

'[소설] 두개의 세상 pt. 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23//3-1x021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  (3) 2024.10.03
pt.23//2-10x020  (2) 2024.10.03
pt.23//2-8x018  (1) 2024.10.03
pt.23//2-7x017  (3) 2024.10.03
pt.23//2-6x016  (1) 2024.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