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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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10. 4. 10:12

   숙희는 모친과 술을 나눠 마시고 탈이 나서 학교를 결석했다.
송 여사는 딸에게 북어국을 끓여주고 같이 먹었다.
   "엄마가 이런 말 하면, 너, 또 화 낼지 몰라도."
   "무슨 얘기, 엄마?"
   "늬 아빠... 주량이 보통 남자들의 몇배는 되셨단다."
   "체!"
   "그냥... 그렇다."
   "아버지란 이가... 나의 존재를 알아?"
   "글쎄... 한 중령님이 어디까진지."
   "지금도 아버지란 이의 부관이야?"
   "그건 모르겠다."

숙희는 다음날 등교했다.
그런데 하필 그 지겨운 국방색 찝차가 그 날 따라 안 보이는 것이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이럴 때 인용하는 말이네!
   개똥만도 못한...
숙희는 교내의 술렁임을 점심시간에 알았다.
그리고 오후 교시가 시작될 무렵, 정문이 차단되었다. 학생들의 외출 금지는 물론 선생들도 점심 사 먹으러 못 나가고 하나 같이 중국집에 배달을 시켜야 했다.
아주 가끔씩 학생들이 사용하는 뒷문을 경찰 두명이 서서 지키기 시작했다.
그 날 오후의 교련은 모두 취소되었다. 아니. 
학생들끼리만 모이는 과목들이 모두 결강되었다. 
절대 회합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셋 이상 얘기하고 있어도 선생들이 흩었다.
숙희는 체육관도 닫힌 것을 알았다.
도서관은 서적 대출만 가능하고 좌석들은 모두 닫혔다.
누가 복도를 지나가며 밖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숙희는 술탈이 나서 결석한 날, 창원이 훈련소를 퇴소하고 경비사로 차출되어 오면서 학교에 들렀었다는 사실을 한 학년 아래 태권도 교생으로부터 듣고 알았다.
숙희는 윤 선배와 이미 끝난 사이인데, 부득이 왜 말하나 했더니.
   "그 선배님이 송 선배님을 찾았어요."
   "내 친구 정애를 안 찾고?"
   "정애 선배는... 안 찾으시던데요."
   별 일이네. 둘이 눈꼴 시게 놀 땐 언제고.
숙희는 행여 정애를 마주칠까 봐 열심히 보며 다녔다. 학창시절 연애가 결혼까지 골인하는 경우가 반도 안 된다는 선배 언니들 말도 안 듣니, 너는? 김정애.
정문에서 여학생들은 무조건 내보내고 남학생들은 행선지를 묻고 내보냈다.
버스 정류장에는 경찰들이 깔려 있었다.
숙희는 정애가 건널목을 건너오면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것을 보고 버스에 올랐다. 그녀가 탄 버스가 마악 출발하는데, 정애가 정류소에 와서도 두리번거리는 것을 봤다.
   그러나 정애는 숙희를 집으로 찾아오지 않았다.
안집에서 학생 학생 하고 불렀다.
숙희는 밥 먹는 중이라 네에 하고 대답만 크게 했다.
   "여기 학생네 학교 나왔네?"
   "네?" 숙희는 엄마를 봤다.
송 여사가 마루로 통하는 방문을 조금 열었다. "네?"
   "그 학굔가 본데, 난리네요?"
모녀는 수저를 문 채 마루로 나섰다.
안집 여인네가 방문을 활짝 열어서 텔레비젼이 보이게 했다.
경찰들이 최루탄을 발사해서 온통 뿌옇게 만든 대기 사이로 학교 정문이 보였다.
몽둥이를 든 학생들이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맨 마지막으로 국가 보조비를 받는 국립대학생도 데모에 가담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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