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한 중령에게 끝끝내 사는 데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한순갑은 하마터면 숙희에게 손찌검을 할 뻔 했다.
그런데 숙희가 한 중령을 표독스럽게 노려봤다. "내 몸에 손만 대요. 어떻게 되나."
"어떻게 되긴, 요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부관이셨다면서, 엄마나 저한테 이러시는 거, 부당한 거 아닌가요?"
"돌!... 돌아가... 시긴."
"그러면요? 안 돌아가셨어요?"
"몰라!"
한순갑은 갑자기 가슴 한 구석이 찔렸다. "내려!"
숙희는 찝차를 내려서는 천으로 된 문을 잠그는 게 아니라 탕 밀기만 했다.
차 문은 손잡이가 프레임에 부딪고는 도로 튕겼다.
"똑바로 잘 닫아!"
"학교로 또 찾아오지 마세요. 또 찾아오시면, 아마, 유쾌하지않은 일 벌어질지 몰라요."
"요게?"
숙희는 뒤도 안 돌아보고 버스 정류장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지금 학교로 돌아가면 윤 선배가 있을까.
그래도 숙희는 학교 앞으로 다시 갔다.
그리고 숙희는 윤 선배가 정애를 벽에 세워놓고 양팔로 가둔 자세로 얘기 중인 것을 발견했다.
정애는 아주 자신있는 태도로 말하고 있었다.
숙희는 거기서 바로 돌아섰다...
창원은 두번 정도 숙희를 불러 세우려다가 무시 당하고는 포기했다.
그래서 그는 숙희의 우편함에다가 쪽지를 써서 남겼다. '나 군대 간다 갔다 와서 마저 졸업하려고'
그리고 그는 가장 궁금한 것을 남겼다.
'왜 나와 대화를 단절했는지 모르겠지만 군대 가 있는 동안 곰곰히 반성하마'
'그 동안 즐거웠다'
숙희는 창원의 쪽지를 정애가 보는 앞에서 짝짝 찢었다. 아니.
그 쪼가리들을 정애의 얼굴을 향해 뿌렸다.
정애는 쪼가리에 하나도 안 맞았지만 숙희의 손이 와 닿는 줄 알고 물러섰다.
숙희는 창원 선배의 글 중에서 그 동안 즐거웠다라는 대목이 가장 불쾌했다.
남자라면 끝까지 붙들고 해명해야 하지않았을까
왜 대화를 단절했는지 몰라
그걸 모르는데 무슨 반성을 해
숙희는 집 앞 구멍가게에서 소주 이홉들이 한병을 달라 했다.
그랬다가 그녀는 아녜요 죄송합니다 하고 도망쳤다.
"요즘엔 우리 숙희가 일찍일찍 들어오네?"
송 여사는 밖을 보려다 딸의 자존심을 생각해서 그만 두었다.
"응. 시험도 다 끝나고. 특별히 들어야 할 강의가 없네, 엄마."
"겨울 방학이야?"
"응."
"요즘엔... 아무도 안 만나?"
"엄마."
숙희는 모친의 손을 잡았다. "엄마, 나랑 술 먹을래?"
"얼래?'
"내가 나가서 사올께. 응?"
"얼래?"
숙희는 아까의 구멍가게로 가서 소주를 사왔다. 엄마 심부름이라면서.
송여사는 야릇한 기대감에 전률이 왔다.
숙희가 소주를 밥공기에다 부었다.
"얘! 누가 술을 이렇게 마신대니?"
"빨리 먹고 자야지, 엄마."
"니네들은 밖에서 이렇게 마시니?"
"나 밖에선 술 안 마셔.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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