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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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10. 3. 10:49

   숙희는 학교 정문을 나서다가 길로 나가는 모퉁이에 군대 찝차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돌아섰다.
그녀는 그 차에서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양 언덕길을 마구 뛰었다.
그녀는 운동장 옆문으로 갔다.
그 문은 쇠사슬로 묶여 있었다.
숙희는 주위를 슥 둘러보고는 가방을 철사 펜스 너머로 던졌다. 
그녀는 주위를 한번 더 둘러보고는 그 가슴 높이의 펜스를 영차 한번에 넘어갔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잡초 사이로 덤벙덤벙 걸어서 인도로 나오니 학교 후문께의 버스 정류장의 학생들이 죄다 쳐다봤다.
숙희는 인도 끝까지 나가서 학교 정문 방향을 쳐다봤다.
국방색의 네모난 범퍼가 비록 멀지만 또렷히 보였다.
숙희는 다음 건널목까지 가서 길을 건넜다.
그녀는 거기서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아! 정애...
   정애 고게 앙심 먹고 나한테 반기 들텐데.
   정애 고게 나 사는 데를 가르쳐 주면 안 되는데.
숙희는 지나치는 거리를 살펴보다가 버스를 내렸다.
마장동 방향으로 가려면 다른 버스로 갈아 타야 한다. 
정애를 만나러.

   정애는 의기양양해서 숙희를 아래위로 보거나 픽픽 웃거나 했다.
숙희는 화가 끌어 올랐지만 '그깟 일' 놓고 왈가왈가 할 계제가 아니었다. "너 니가 원하는 대로 윤 선배 차지했으니까, 내 부탁 하나 들어줘."
   "몬데? 말해 봐."
   "너 장호원에서부터 우리 집 찾아오고 하던 중령님 알지."
   "근데?"
   "그 중령님이 어떻게 나 지금 학교 다니는 거 알아내서 오셨어."
   "그, 그래서?" 정애의 도도해 하던 말이 떨렸다.
   "학교로 찾아오는 건 따돌릴 수 있는데."
숙희는 말하고 뜸을 들였다.
정애가 기다리다가 숙희를 꼬나봤다. "그런데?"
   "너, 만일, 나 울 엄마랑 사는 데 가르쳐 주면 가만 안 놔둔다?"
   "가만 안 놔두면 어떻게 할 건데?"
   "너 윤 선배랑 헤어지게 할 거야."
   "흥!"
   "지금이라도 윤 선배 여기 불러다 놓고, 너 나 둘 중에 하나만 택하라 하면..."
   "야아! 너 윤 선배 포기했댔잖아!"
   "그러니까 입 조심해. 알았지!"
정애가 숙희를 가슴께로 흘겼다. "알았어."
   "믿는다?"
   "알았다잖아."
   "그리고 윤 선배 만나면 전해."
   "뭐를."
   "나 어쩌면... 아냐."
숙희는 윤 선배를 자극주려고 쓸데없는 말을 만들었다가 그대로 될까 봐 겁이 났다.
   "말해애!"
   "너한테 달렸어."
   "..."
   "윤 선배랑 잘 하고 싶으면, 내가 말한 부탁 꼭 지켜."
   "알았다잖아!"
정애가 먼저 토라져서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숙희는 몇발짝 뛰어가다가 울음이 나왔다. 
   치사한 것들! 남자들! 내 평생 남자 사귀나 봐라!
   아니면, 남자들을 내 무릎 앞에 꿇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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