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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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10. 3. 10:49

   숙희는 아버지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고.
송 여사는 첫남자에게서 아들을 낳은 것을 말하지 않았다. 걔가 숙희 보다 네살 위인가.
   "인제 한 중령님이 또 우리 집 기웃거리면 신고할 거야, 엄마."
   "그럴래? 그래서 그 분이 물러서면 다행이다만..."
   "아버지 부관이었으면 부관이었지, 왜 여태 우리 사는 거에 간섭해? 간섭도 아니지."
   "..."
   "좀 이상한 기분이 들어. 한 중령님 만나면."
   "..."

송 여사는 딸이 학교 가고 없는 틈을 타 아주 모처럼 만에 외출을 했다.
그녀는 왕년의 그 요정을 찾아갔다. 귀빈관?
예전의 이름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는 간판이 버젓히 내걸린 것에 숨이 막혔다. 잘못 왔나.
그런데 어느 연세 드신 여자분이 송 여사를 대번에 알아봤다. "아이고오! 이게 누구셔어!"
   "아줌마!" 혜경은 그 아주머니를 얼싸안았다.
   "아이고오! 인물은 여전하시네에?"
   "아줌마 여태 여기 일하세요?"
   "나야 어디 가는감? 먹고 사는 일인디?"
   "그렇군요. 아줌마는 워낙에 음식 솜씨가 좋으셔서."
그 부엌 아주머니가 혜경을 주차실로 데려 갔다. 
   "시울엔 워쩐 일로?"
   "딸애가 대학에 들어갔어요."
   "그려어! 딸 낳았단 말은 들었는디. 벌써 대학생이네. 그래서 올라왔는감."
   "여기... 한 중령님이 아직 드나드나요?"
   "한 중령 말고..."
   아주머니가 빈 방인데도 목소리를 낮췄다. "마담이 메이꼬 명자로 예명 가졌을 때, 지는 명월이라고 까불던 갸가 시방 마담인디. 시방 장 보러 나가고 없구만."
   "현재는 누구 누구 드나드나요?"
   "요즘은 청와대에서 수시로 나와 보는 통에 육본 냥반들은 잘 못 오고..."
   "아아, 네에..."
   "요즘엔 무신 첩보댄강... 계급장 없는 군인들이 드나드는디. 돈도 엄청 짜게 굴고."
   "대상은 누구구요?"
   "별장군들은 잘 안 보이고. 주로... 중령 대령들이여."
   "아..." 혜경은 진급 못 하도록 시비 거는구나 하고 고개를 끄떡였다. 
   "저기... 같이 일했던 애들 중에 하나가..."
   아주머니가 치마 허리춤을 뒤져서 종이 하나를 꺼냈다. "저기, 부대 어디로 술집 내서 가면서..."
   "..."
   "마담 떠나고 나서 정씨 장군이 찾으러 왔었는디. 정직히 안 가르쳐 줬다고."
   "..." 혜경은 가슴이 철렁했으나 쪽지에 적힌 어떤 주소를 들여다 보기만 했다.
   "근디. 좀 전에 물어본 한 중령인가는 워떤 사이여?"
   "왜요?"
   "그 한 중령인가가 정씨 장군을 한번 차에 모시고 왔었는디."
   "어머!"
혜경은 그 종이쪽지를 떨어뜨리면서 일어섰다.
   "마담이 정씨 장군과 그런 건 몇몇 만이 아는디. 지금은 다 그만 두고... 다들 모를틴디."
   "아줌마. 그 한 중령님이나 정 장군님이 와서 물어도 저 오늘 왔었단 말 하지 마세요."
   "그 대학 들어갔다는 딸이, 누구 애여?"
   "나중에 알려 드릴께요. 일단은 저 왔었단 말, 하지마세요?"
   "다들 마담이 어느 부자 노인의 후처자리로 들어갔다고 아는디."
   "네. 거기서 딸 낳았다고 해 주세요."
   "그렇잖아도 다들 그렇게 알던디."
   "저 오늘 왔었다는 말도 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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