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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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7. 01:26

   운진은 집으로 돌아와서 이 집 안주인 숙희가 가택구금으로라도 풀려난다는 것에 일단 안심을 했는데.
그에게 도매상 사무실에서 집 전화로 보이스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며칠째 구역에 나가지 않아서 거래처로부터 회사로 직접 전화 주문이 들어와 있다며 이런 식의 태도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구두 경고였다.
   이튿날 운진은 그만 둔다는 말을 하러 회사로 들어갔다.
일종의 상사인 자가 우디를 반갑게 맞았다. "Woody, my friend! (우디, 나의 친구!)"
   "I heard the voicemail you left. So I'm getting fired. Am I right? (보이스메일을 들었소. 그래서 나는 파면을 당하는 거다, 맞소?)"
   "Calm down, my friend? (진정해, 나의 친구?)"
   "I quit! (내가 그만 둔다!)"
   "Ho, ho, hold it! In the conference room! (진정해! 회의실로!)" 평소 농 잘 하고 우디에게 잘 해주는 편인 상사가 머릿짓으로 회의실 방향을 가리켰다.
우디는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Come on. Let's talk! (이리와. 얘기 좀 하자고!)"
   그가 우디를 반 강제로 밀고 갔다. "I don't want anyone to hear what you just said. (나는 아무도 네가 방금 말한 것을 들었기를 원치 않아.)"
그러나 우디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Sorry... I cannot tell you what's going on. (미안하오. 그러나 나는 당신에게 무슨 일인지 말 못 하오.)"
   "Oh..." 
   그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악수를 청했다. "We're gonna miss you. (우리는 당신을 아쉬워 할 거요.)"
   "땡쓰!"
우디는 그 회사 건물을 부지런히 빠져 나왔다. 
   그는 어쩐지 감시 당한다는 느낌을 배제하지 못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문을 받는답시고 길에 계속 나다니다가 또 공격을 당하거나 하면 그 때는 재미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그는 겸사겸사 그리고 핑게 김에 그만 둔 것이었다.
   자! 그나마 세일즈 일을 그만 두었으니 뭘 해서 먹고 산다?
운진은 아까부터 베이지색의 승용차가 따라 붙은 것을 알았다.
   '수키가 입건 되어 있는데도 날 미행하는 이유가 대체 뭐야!'
운진은 신호등 같은 데에 서야 하면 뒷거울을 안 봤다. 미행 당함을 안다는 것을 알려주기 싫어서. '흑인놈인데, 여기저기다가 나에 대해 물어보는 그 흑인 새낀가?'
운진은 차를 일부러 아무 세븐-일레븐으로 들이댔다.
그런데 그 베이지색 차도 같이 주차를 하는 것이었다.
   '우와아! 아예 대놓고 따라 붙는구만!'
운진은 차에서 내리며 우정 그 차를 쳐다봤다. '경찰 맞네! 딱...'
그 차의 흑인 남자는 셀폰 통화를 하는 모습이었다.
운진은 세븐 일레븐 가게 문을 활짝 열고 들어섰다. 
씨발! 이런 데는 화장실을 못 쓰지! 어디 주유소로 갈 걸! 
   그가 세븐 일레븐 가게에서 먹지도 않을 거면서 쓸데없는 군것질 거리를 사 가지고 집으로 오니, 그 새 돌아와 있는 챌리가 종이를 건넸다. "맘 릴리스 페이퍼야, 아빠."
   "오오, 그래?" 운진은 일단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아빠, 그거 뭐야?"
   "으응... 너 먹을래?" 운진은 세븐 일레븐 마크가 인쇄된 비닐 백을 내밀었다.
챌리가 받아서는 그 안을 들여다봤다. "비프 절키? 아빠가?"
그는 그냥 웃어주고 이층으로 향했다.
   운진은 이층 창에서 밖을 내다봤다.
방을 깜깜하게 하고 내다보니 밖이 환했다. 
낮의 것과 비슷한 차가 보였다.
   '아예 남의 프라퍼티에 들어와 있네! 결과야 뻔하겠지만 저거한테 경찰을 불러?'
운진은 커튼을 세겹 네겹 가렸다. '한편으로는 이 집을 지켜주는 구실도 되는군.'
   그나저나 무슨 이율까...
   그 사람과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길래 이러는 걸까...
그 날 운진은 술 생각이 났지만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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