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pt.3 10-3x093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2. 05:31

   운진은 운진대로 김정애 여인 때문에 한 고민에 빠져있다.
그러다가 그는 노트장 생각이 났다. 죽은 아내가 물려준 장부.
   '아직 미수된 곳이 몇군데 있다!' 
   '그걸 뒤져서 받아내면 그건 저 여자 돈이 아니니까 내가 몰래 써도 상관없겠지?'
그러나 그런 짓은 정상이 아니다.
김정애 여인을 운진이 도와주고 싶어하는 마음의 근원이 어디에서이냐가 중요하다.
   아내의 동창이라서? 아니면, 전에 몸을 섞었던 여인이라서? 
   그리고 그녀가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는데?
설령 위의 이유 모두가 맞더라도 그런 선행을 한다면, 그것은 일종의 부정행위인 것이다.
적어도 운진의 철학으로는 그렇다.
아내는 동창을 만난 자리에서 위로만으로 끝을 맺었고, 집에 와서 일체 언급을 안 한다.
   그런데 남편이란 자가 몰래 나서서 뒤로 도와준다?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튿날, 운진은 그 노트장을 집 지하실에 숨겨놓은 데서 찾아내고는 전에 일처리 해주었던 같은 변호사를 찾아갔다.
   "다는 못 받더라도 최대한으로... 그리고 최대한 빨리 받아주십시요."
   "이건 당연히 다 받아야죠? 사인한 수표를 주고 받았는데?"
   "이자는 필요없다고 해주십시요. 원금만이라도."
   "변호사비가 삼십삼 프로인 건... 아시죠?"
   "압니다."
운진은 변호사새끼가 얄미웠지만 신신당부하고 나왔다.
그가 집으로 돌아오니 숙희는 나갈 차비였다. "어디 갔었어? 나한테 말도 없이?"
   "어? 엉... 누구 좀, 아니, 그냥 바람 좀..."
   "나 집에만 있으니까 답답해."
   "어? 엉... 그럼, 나가지." 
운진은 또 불안해지는 마음을 다스렸다.
여름의 미풍을 받으며, 숙희와 운진은 잘 안 하던 짓으로 사핑을 나갔다. 아무래도 배가 불러올텐데, 임신부들이 입는 옷을 미리 장만해 두자는 의도에서였다.
숙희는 절로 들뜬 기분이 되어 옷들을 고르면서 그래도 보기 나은 모양새를 찾느라 주위에는 신경을 쓰지않았다. 
운진 그가 주위를 슬쩍슬쩍 살피며 뭔가 한가지를 발견했다. 
   '누구야. 누구 끄나풀이 미행을 재개한 거야. 경찰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그러나 그는 아내에게 언질하거나 혹시 아느냐고 묻지않기로 했다.
   "대충 알았으니까 나중에 또 나오면 그 때 사야지."
   숙희가 운진의 팔을 잡았다. "자기 내 전화기 가지고 나왔어?"
   "음." 
운진은 바지 주머니에 든 그녀의 셀폰을 옷 겉으로 만졌다.
숙희는 달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그의 팔을 가볍게 흔들었다. '정애 그 기집애가 또 전화할까봐 그러지. 날 봤으니 가만히 있을 기집애가 아니지.'
   산 너머 산이라고... 하나를 해결하니 또 다른 골칫거리가 연결된다. 
제프의 돈을 동원하며까지 제레미의 회사를 건져서 알트에게 넘겼는데. 
그래서 한동안은 다들 조용할줄 알았는데. 
그런데 다른 주머니에 든 그의 셀폰이 가볍게 진동했다. 운진은 숙희보다 한발 정도 뒤쳐졌다.
그는 그녀가 잠시 한눈 파는 틈을 타 셀폰을 얼른 꺼내어 들여다봤다.
   '붘스토어!'
정애가 전화를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허! 이 여자 봐라?...'
운진은 그의 셀폰을 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동시에 숙희가 걸음을 멈추며 돌아다봤다. "자기?"
   "어험!" 운진은 저도 모르게 헛기침을 했다.
   "왜 그래?"
   숙희가 운진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뭐, 전화 왔어?"
   "아니?" 그는 일단 시치미를 뗐다.
   "아녀?"

'[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3 10-5x095  (0) 2024.09.12
pt.3 10-4x094  (4) 2024.09.12
pt.3 10-2x092  (0) 2024.09.12
pt.3 10-1x091 김정애에 대한 대답  (2) 2024.09.12
pt.3 9-10x090  (0) 2024.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