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면 추수감사절이 다가온다.
숙희의 임신 9개월째.
한창 신혼일 챌리가 칠면조 요리를 새엄마와 먹고 싶다고 전화 연락이 왔다.
"니네 시집은?" 숙희가 큰 딸에게 물었다.
"그 집은, 게스트가 너무 많아. 그래서 주니어도 원해. 엄마 집에서..."
"어떡하니..."
숙희는 난처한 표정을 남편에게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잔뜩 불거진 배를 눈으로 가리켰다. "으응. 내가 아빠랑 의논해서 연락해 줄께."
"엄마. 아빠랑 무슨 의논을?"
"아빠랑 당연히 의논해야지? 아빠가 다른 플랜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아빠야... 엄마가 한다면 하는 건데..."
챌리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아빠, 플랜 없을 거예요. 엄마가 하라면 그만인데. 엄마, 우리 가는 거 싫어?"
"얘는!"
숙희는 챌리가 더 오해하기 전에 그러라고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실은... 엄마 배가 많이 불러서 너희들한테 창피해. 그래서 엄마가 꺼리는 거야."
"엄마 배가 불러?... 왜?... 아아아! 그렇다면 더욱 가야지, 엄마!"
챌리가 저쪽에서 깍깍 숨 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나 먼저 가서 자고, 할래."
챌리가 킴벌리에게 소식을 전했고, 킴벌리가 제이콥과 동행해서 오겠다는 연락이 왔다.
숙희는 큰 덩치에 잔뜩 불러온 배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떡해, 자기?"
"원... 늙은 엄마 아빠 애 가진 게 뭘 그리..."
"할 수 없지. 자기가 가서 오다(order)해. 여러명이 먹을 수 있을 만한 사이즈로. 사이드로 나오는 것들도 충분히..."
"같이 가지?"
"내가 이렇게 하고 어딜 나다니니! 단풍 구경도 못 갔는 걸 알면서."
"내가 혼자 가서 오다 했다가 잘못 되면 어떡해..."
"에이그! 자기 혼자 할 줄 아는 게 뭐 있어? 가만 있어봐!"
해서 두 사람은 대형 수퍼 마켙에 갔다.
8인분 짜리 칠면조 세트는 이럭저럭 이것저것 부가해서 120불을 넘었다.
숙희가 주문을 마치고는 조금 덜 무안해졌는지 뱃속의 아기가 곰탕이 먹고 싶다 한다고...
그래서 그 길로 정애가 새로 일한다는 한식집을 찾아서 갔다.
아기가 원해서. 몸이 원해서.
그리고 이제는 정애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어머머! 어머머!"
정애는 숙희의 배를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 첫애야?"
숙희는 얼른 대답을 못했다. 나쁜 기집애!
정애가 그렇게 말하면서 운진을 슬쩍 훔쳐봤다.
운진은 속으로 웃었다. '이 여자가, 참, 보통 여우가 아니구만? 너 첫애야?'
숙희는 백인들하고 막 살았으며 백인 섞인 딸도 있을 거라고 떠든 어자가.
"그, 그러엄!"
숙희는 그 대답이 힘들게 나왔다. "처음 한 결혼인데."
"멋있다, 야. 너 그 큰 키에 배가 나오니 무슨 장군딸 같다아."
장군딸?
운진은 김정애와 아내를 빠르게 돌아봤다. 아는 세상이야?
숙희는 제 배를 얼른 내려다봤다. "듣기 나름이구나? 그 정도로 보기 흉하니?"
"아아니! 정말 아름답다. 아, 참, 축하해요!" 정애가 운진에게 인사했다.
운진은 얼굴이 빨개졌다. "아, 예, 예..."
순간 운진의 상상 속 눈에 김 여인을 위협할 때의 장면이 떠올랐다.
'이 여자가 약긴 약았구만! 내색하지 말라니까 진짜 내색 안 하네.'
숙희는 남편이 전혀 못 알아들었으려니 하고.
정애는 둘을 놀리는 재미를 즐기고.
운진은 조만간 정애라는 여인을 만나서 다시 언질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전혀 득이 될 여자가 아니지. 끽 해야 수키에게서 돈을 더 뜯어내려 들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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