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애는 정애대로 어떤 계산을 하고 있는데, 이상스레 오운진이란 남자에게는 밀리는 심정이다.
웬만한 남자는 꼬시려고 접근하면서 이미 간 쓸개 다 내주었다.
유독 오운진만 전이나 지금이나 몸을 탐할 때는 사정없이 대하면서 밖에만 나오면 마치 귀찮은 존재를 보듯 한다.
'혹시 이 남자가 한 수 더 높은 거 아닐까?'
정애는 말로 일단 겁을 줘 봤는데, 오운진의 반응이 부드러운 것 같으면서 위압감이 오는 것을 느꼈다. '웬만한 남자는 그 정도 겁주면 벌써 돈지갑을 벌리는데...'
그러다가 정애는 속으로 흠칫 하고 놀랐다. '맞다! 그 거센 숙희와 살 정도의 남자라면, 보통 아닐걸?'
공항으로 갈 때 보다 정애의 아파트로 빨리 돌아왔다.
운진은 차를 문 앞에다 대주었다.
"안... 내리세요?"
정애가 우물쭈물거렸다. "그냥... 어디루 가실 건데요?"
"그걸... 말씀 드릴 필요성이 있을까?" 운진의 말이 완전히 북극이었다.
"그럼... 전화..."
"저는 셀폰도 없시다. 몸만 나와서."
"전화 주실래요, 그럼?"
"셀폰 찾으면."
"..."
정애의 딸이 먼저 내렸다.
정애는 마지 못해 내렸는데, 운진의 벤즈 차가 마치 경주하듯 달려갔다.
"와아! 저 아저씨 차, 작살이다아!" 딸이 탄성을 질렀다.
정애는 간신히 잡은 고기가 채그물 사이로 빠져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지난 밤, 오운진은 김정애가 빨가벗고 곁에서 알짱거리니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굶주린 짐승이 우선 먹이는 먹고 보자는 것처럼 사정없이 해대고 체위도 이리저리 마구 다루었다.
정애는 무시 당하는 것 같고 비참한 마음이었다가 자신도 모르게 달아올라 열심이었었다.
그런 남자가 날 밝으니 전혀 타인처럼 굴며 휙 가버렸다.
그러니까 돈은 오갔겠다 만삭인 아내에게 굶주린 남편이란 자가 찾아와서는 저 하고 싶은대로 배설이나 하고 가듯.
운진은 간단하나마 짐을 챙기러 일단 집으로 갔다.
그는 집 앞에 세워져 있는 차의 댓수를 세어보고 안으로 얼른 들어갔다.
집 안에는 그가 바라던 대로 숙희 혼자 있다가 운진을 쳐다봤다.
"왜 들어와?" 숙희가 소리를 질렀다.
운진은 싸울 의사가 없다는 표시로 두 손을 내저었다. "옷이라도 주고 내쫓으시요."
"오분 내에 챙겨 가."
"알았소!"
운진은 숙희의 말을 곧이 듣고 이층으로 달려 올라갔다.
그가 속내의 몇벌과 겉옷등을 마구 챙기는데, 적당한 사이즈의 빈 가방이 날아왔다.
"그래서! 정애랑, 가서 둘이, 또 잤니?" 숙희가 방문 밖에서 쏘아부쳤다.
운진은 그 가방을 집어서 들여다 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 그렇게 됐소."
"그래서... 지금, 그 기집애한테 가니?"
"그건 아니요."
운진은 가방 안에다가 옷가지들을 쑤셔 넣었다. "셀폰은... 줄 거요?"
"가져가든지 말든지!"
숙희가 돌아서 나갔다.
운진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간 줄 알았던 숙희가 방문 앞에 다시 나타났다. "왜 그 기집애한테 안 가는데?"
"그냥... 원 나이트 스탠드... 였지, 무슨, 어떤, 그런 사이는 아니요."
"체! 꼴에, 들, 원 나이트 스탠드씩이나!"
숙희가 도로 가버렸다.
운진은 가방을 꾹꾹 눌러서 잠그고 방 안을 새삼스럽게 둘러봤다. '이 방 이 집을 이렇게 떠나는구나... 다행이다. 그래도 애들이 다들 시집간 후에 이런 일이 벌어져서.'
운진이 가방을 울러메고 방을 나서는데, 복도에서 숙희가 도로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딸들과 사위들이 터키 디너를 마켓에서 찾아오며 들이닥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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