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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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7. 01:28

   아주 오래 전에 운진이 추렄을 운전해서 숙희는 바다에 해 뜨는 것을 보러 갔었다.   
해뜨기를 다 보고 나서 둘은 여기저기 싸돌아다녔다.
해산물 전문집에도 들어가서 양념에 찐 게도 먹어보고. 
당시 한창 확장공사 중이었던 보드워크도 걸어보고.
   운진이 빨리 돌아가자고 성화를 부렸는데, 숙희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는 바람에 둘은 아주 깜깜해져서야 오션 시티에서 돌아왔다.
   "늦어서 혼나시면 어쩌죠?"
   운진이 더 걱정했다. "그러게 빨리 오자니깐..."
숙희가 되려 어이없어 했다. "이런 수법은 남자들이 하던데?"
   "뭘요?"
   "교외에 나가서 일부러 막차 놓치는 거."
   "에에? 아니, 여자가 무슨 그런 말을 해요?"
   "호호호! 순진한 척 하시긴. 많이 해보셨으면서?"
   "에에? 아니, 사람을 어디다 취직시키는 겁니까?"
   "아이, 알았어요."
숙희는 운진의 추렄을 내리기 전에 좀 주춤거렸다. 혹시 굿 나잇 키쓰라도...
그러는 그녀의 속은 모르고 운진이 숙희네 집 분위기를 살피는 것이었다. 
   "안 들키고 잘 들어가셔야 할텐데."
   "아예 외박해요?"
   "에에? 큰일 날 소릴!"
   "와아! 진짜... 남자 맞아요?"
   "빨리 들어가요!"
숙희는 그 때 운진의 순진함에 맘껏 웃었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쑤는 은행에 출근해서 은행장의 호출을 받았다.
   "Pop! You're looking for me? (팦! 나를 찾았어요?)" 쑤는 알트의 목에 가서 안겼다.
당시 오십을 막 꺾은 알트는 풍채가 아주 좋았다. [어제 어디 갔었지? 내가 애를 시켜서 네 집에 전화했는데, 없더군?]
   [어디 좀...]
   [어디?] 알트가 아주 좋게 물었다.
   [친구랑 바닷가에.]
   [어떤 친구?]
   알트가 입으로는 좋게 묻지만 눈에는 질투가 가득했다. [내가 모르는 친구가 네게 있으면 곤란하지?]
   [음...] 
쑤는 어떻게 둘러대나 생각하다가 뭘 보고 깜짝 놀랐다. 알트가 손가락질로 무언가를 신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그가 손가락으로 노 노 노를 표시하는 것을 봤다.
   "This is your last chance going somewhere without my permission. (이번이 내 허락 없이 어딜 가는 너의 마지막 기회이다.)"
   알트가 목 자르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이해되었지?]
   [오케이, 팦.]
쑤는 풀이 죽어서 은행장의 뒷방을 나왔다.
하마터면 또 집단 체벌이 내려지나 겁이 났었다.
   
   '당시 나는 건강 때문에 아빠의 집에서 출퇴근을 했지만 알트의 감시를 벗어나지는 못 했다.'
쑤는 철장에서 최대한 멀리 붙어앉아 회상에 잠겼다. '그 때 운진씨랑 도망쳤더라면, 우리의 삶은 지금쯤 어떨까...'
   '비록 가난했더라도...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아니면, 그 때 에밀리를 찾아서 독신 맘으로 살았을 수도 있었겠지.' 
지금의 현실은 비참하다고 봐야하는 건지...
오운진 그가 곤란한 처지에 놓인 것을 기화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결혼까지 밀어부쳤는데, 알트나 개리의 목조임은 더 하면 더 했지 달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이상한 것은 그들이 운 제이를 몹시 경계하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
개리도 그이가 드디어 변호사를 선임해서 나섰다 하면서 당장 풀어준다 하지 않았는가.
   나는 풀어나지면 팦한테 가서 또 무슨 일을 당해야 하나...
그 전에 그이 손에 갈 수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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