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의 프로포즈를 받고 집에 돌아온 숙희는 밤새 잠 못 이루고 뒤척거린다.
알트의 허락보다는 펜실배니아에 놔두고 떠나온 딸 때문에 괴로워서.
다음날 새벽, 숙희는 펜실배니아로 떠난다.
그리고 에밀리를 데리고 운진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부지런히 달려온다.
학창 시절 실수로 임신해서 낳은 내 딸이예요 하고 고백하기로 결심해서.
'운진씨가 깜짝 놀라서 달아나면 어쩌지?'
'제발 통 큰 사람이라서 우리 둘을 다 받아주었으면 좋겠다...'
운진은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
그가 숙희부터 알아보고 손을 높이 든다. "어, 여기예요!"
"어딜 좀 갔다 오느라고 늦었어요."
"아, 예, 예!"
운진이 숙희 옆에 있는 여아를 본다. "얜... 누굽니까?"
"내 딸이예요."
숙희는 바로 말하며 가슴이 쿵쾅 뛴다. "여기서 낳은..."
숙희는 운진이 홱 돌아서서 가는 것을 상상한다.
그런데 운진이 여아와 눈 높이를 맞춘다. "하이?"
"하이..." 에밀리가 수줍게 손을 마주 든다.
[나는... 운진. 너의 이름은?]
[에밀리.]
[에밀리. 슬픈 이름이네. 엄마가 그렇게 지어주었구나?]
"I don't know. (몰라요.)"
운진이 숙희를 본다. "슬픈 이름을 붙어주었네요. 에밀레 종처럼. 왜요?"
"내 마음이 그랬어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애 이름을..."
"나... 딸이 있는데도, 운진씨의 프로포즈, 아직 유효해요?"
"약간 놀랬는데요. 어쩌겠어요. 나는 숙희씨를 찍었는데."
"나... 처녀 아니거든요. 오히려 애 엄마예요."
"흥흥! 애 엄마가 어떻게 처녀일 수 있겠어요!"
운진이 에밀리를 안아올린다. "Are you going to like me? (너는 나를 좋아할 거니?)"
에밀리가 운진에게 안긴 자세로 그의 목을 안는다.
그래서 숙희가 뭐라고 하려는데...
[쑤 오! 비지터!]
굵직한 흑인 여자의 음성이 꽥 소리지르며 곤봉으로 철창을 긁었다.
허걱!
쑤는 환상에서 깜짝 깨어나며 주위를 둘러봤다.
운진도 사라지고 에밀리도 사라졌다.
"Wake up! (잠 깨!)" 여자가 또 소리치며 열쇠 소리를 절거럭하고 냈다.
쑤는 얼른 몸을 일으켰다. 자칫 머뭇거렸다가는 남자 같은 몸의 여자 간수가 열쇠로 철창문을 따고 들어와서는 사정없이 끌어낸다. "오케이! Who... is it?
"Your old lover! (네 늙은 연인!)"
그 여자가 철창문을 활짝 열었다. [네 팦이라면 안다더라!]
허걱!
쑤는 뒷걸음질 쳤다. "No! I don't want to see him! (아니! 그를 보기 원치 않아요!)"
"왓!"
쑤는 좁은 방에서 최대한으로 도망쳤다.
그녀는 침대와 변기 사이에 가서 끼어앉았다.
"He wanted to bail you out! (그가 너를 빼내주려고 원했다!)"
[노! 노! 노!] 쑤는 변기 뒤에다 얼굴을 숨겼다.
여 간수가 '빗치 어쩌고' 하며 철창문을 도로 닫아걸었다.
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곧 그녀는 아주 격심한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린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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