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pt.3 3-1x021 어떤 소용돌이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7. 01:34

어떤 소용돌이

   "경찰 아냐."
   운진의 눈이 사방 거울을 연신 돌아본다. "쌔까맣게 가린 차들은... 백프로 경찰이 아니거든. 약장사들이나 아니면..."
   "아니면?"
   "그런 사람들이지."
   "어떤... 그런 사람들?"
   "그야..."
   운진의 입에서 '그야 당신이 잘 알겠지' 라는 말이 또 나갈 뻔했다. "특수요원들 아니면 조직폭력배들."
허걱!
숙희는 제 목을 어루만졌다.
특수요원에 대해서는 모르겠고 조직폭력배라면 겁나도록 짐작이 간다. 팦!...
옳거니!
거울을 통해 뒤를 본 운진이 식 웃었다.
끼가가가!
운진이 차 브레이크를 대번에 밟았다. 그리고는 브레이크를 얼른 놓고 동시에 개스 페달을 바닥까지 힘껏 밟았다.
숙희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가 뒤로 튕겨졌다. "엇! 자, 기!"
부그그극! 
쾅! 
우지직!
쾅! 쾅!
그런 소음들이 뒷전에서 들려왔다.
   "Oops! 흐흐흐. 스투핏 머더뻐꺼들!"
운진의 그런 반응에 숙희는 하마터면 울뻔 했다. "자기 정말 왜 이래!" 
운진은 숙희의 그런 것에 아랑곳 없다는 듯 뒷거울을 흘끔흘끔 보며 입술로만 웃었다.
그 까만색 차가 뒤에 바짝 붙었다가 운진의 브레이크 밟는 장난에 놀라서 방향을 꺾으며 중앙 분리대를 받고 몇바퀴 회전하는 자체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그 이후로 운진은 경찰이 잡으러 쫓아오나 거울을 연신 살폈다. 그러나 그들이 캐피탈 벨트웨이를 버리고, 95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상해서 집으로 다 돌아오도록 잡으러 따라오는 경찰차는 보이지않았다.
   '글쎄... 내 차 번호판을 목격한 운전자가 경찰에 신고해서 집으로 찾아오면 모를까? 그 차는 어딜 보나 숙희만 노린 게 절대 아니었어. 우리 둘을 다 원한 거지.'
운진은 이제부터 아내에게 어찌해야 하나 하고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이 여인을 혼자 내버려두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와서 채갈 텐데. 그래도 이혼은 해야지? 이렇게 비양심적이고 남편도 기만하고 비굴을 밥 먹듯 하는 여자와 어찌 더 살겠나.'

   운진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윗층으로 쏜살같이 달려올라가는 숙희를 보고 어금니를 꾹 깨물었다. 
   '남편에게 비굴덩어리로 노는 여자가 밖에서는 제대로 할까... 아니면... 더한 손가락질을 받을까... 밖에서는 아예 똥바가지 취급을 받나? 이놈 저놈 마구 대하는?'
   '나는 그런 취급 받는 여자와 살고 있고?'
그는 지하실로 곧장 내려가서 술부터 찾았다. 
지금 이대로 끝내자고 해?
   그가 술에 완전히 곯아 떨어지도록 숙희는 내려오지 않았다.
운진은 마지막이라고 입 안에 털어넣고는 그 유리잔을 벽을 향해 날렸다.
팍!
글래스는 그 소리를 내고 산산조각이 났다.
이어 뒤늦게 쨍그랑! 하고 유리 내려앉는 소리가 났다. 
미니바 뒷벽에 붙여놓은 대형 거울이 좀 전에 날아가서 맞은 유리잔에 금이 갔다가 서서히 무너져 내린 소리였다.
그리고 그 대형 거울이 있었던 자리에 어떤 열림 장치가 붙어 있는 것이 노출되었다. 
소위 벽금고라고 해야 하나.
저거 먼젓 주인이 만든 걸 여태 몰랐나. 
아니면, 저 여자가 비밀리에 쓰는 건가.
운진은 그것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구석 자리에 놓인 소파로 가서 벌러덩 누웠다.
   설마 저 안에 돈 같은 게 들었고 그래서 이놈저놈 뺏으려고 이 난리를 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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