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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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7. 01:36

   며칠을 먹고 자고 씻고 또 먹고 자고 난 후, 숙희는 비로소 기운을 차렸다.
그녀는 남편과 지하실에서 대좌했다. "내가 그 동안 여러 번의 합병을 살아남은 이유가... 내가 모두 오케스트레이트 했기 때문이라면, 자기 믿어?" 
   "믿어줄께."
   "믿는? 아... 믿어준다... 고?"
   숙희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 동안... 많은 유혹을 받아왔어, 자기."
   "음, 그래."
   "그랬다가 그 유혹이 협박으로 바뀌더라?"
   "그랬겠지..."
   "휴우! 이번에 이차 조사 불려가서는 다 대라는 거야. 합병하면서 조작한 줏가. 합병 직전에 팔아서 부당 폭리 취한 경위." 
숙희는 거짓말이 왜 저절로 나오는지 그녀 자신도 모른다. 자수한답시고 잔머리 굴린 걸 모두가 다 아는데.
   "그자들이 그런 것 따위를 당신한테 묻는 이유가 뭐요... 합병 전 부당 폭린지 뭔지 한 제프란 자는 이미 구류되어있고, 합병 못 하고 밀려난 맼코이라는 자는..."
   "뱅크럽트."
   "결국... 그렇게 처리하겠지만. 그래서 당신에게 남은 게 뭐 또 있소?"
   "나한테 칸탴트(contact)하는 사람들을 왓치하겠지."
   "누가 누굴? 그리고, 왜?"
   "근데, 자기..."
   숙희가 갑자기 마른 침을 삼켰다. "이젠 정말 말을 해야할 때인가 봐."
   "무슨 말?"
   "자기... 공격 당한 거."
   "또 그 얘기. 그게 뭐!"
   "어쩌면... 먼젓번 줏가 조작에 참여하지 않은 나 때문인가 봐?"
   "흠. 당신을 협박하다가 안 들으니까 날 어찌 해보려고 했다, 그 말을 또 하려고?"
   "아마... 자기를... 미안해, 자기."
   "뭐. 날 죽여서 당신을 꺾으려 했다?"
   "그냥 협박은 아니지. 나의 입을 막아야 하니까."
   "그래도 여전히 당신이 지분을 판 것을... 밑졌는데도. 건드리고 싶어서?"
   "나는 합병이 끝난 후에 팔았으니까, 괜찮아. 손실로 처리할 거야."
   "그 얘기가 아니고. 아직도 위협이 남아있다면, 당신한테서 뭘 더 나오기를 바라는데?"
   "곧... 많은 씨이오들이 불려 들어갈 거야. 저번에 뉴스에 나온 오라이언 뱅크의 합병도 그렇고. 갑자기들 합병하는 이유가 줏가 조작." 숙희는 말을 돌려댔다.
   '줏가 조작? 이 여인이 같은 말을 왜 자꾸 뱅뱅 돌리지?' 
운진은 기분이 나빠졌다. '이 여자 아직도 세상 사람들이 저만 못한 바보들로 보이나?'
   "두 가지지. 합병을 슬쩍 발표해서 줏가가 떨어질 것 같으면 합병을 얼른 취소하고. 줏가가 올라갈 것 같으면 그 전날 다 팔아 차액을 챙기는... 이젠 세상이 막판이니까."
   "그거야 누구나 뻔히 다 아는 거! 이 사람이 왜 이러나아!"
운진은 아내가 끝끝내 사람을 기만한다고 철저하게 못박았다. '됐다! 그만 끝내자!'
   숙희는 운진과 있으면서 리빙룸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입은 꾹 다물고 TV만 본다.
드디어 숙희가 고대하던 뉴스가 터졌다. 클로버 코포레이숀을 파산 신청하고 잠적했던 회장이 헬기의 잔해와 함께 뉴 욬 근교 야산에서 수색대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조종사와 다른 두 명이 더 있었다고.
실로 사망실종으로 추측된 지 얼마 만인가.
뉴스 화면에는 '사보타지'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문자가 흘러갔다.
   엿가락처럼 휜 프로펠러. 담배 재떨이를 쏟은 듯한 재의 흔적.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은 구조대원들이 움직이는 장면 등등 현장은 말끔한 사고였다.
숙희가 고대하던 클로버 소식이었지만, 기다리던 뉴스가 아니었다. 그녀가 기다리던 뉴스는 클로버가 회생해서 파트너를 찾는다는 뉴스였다. 그러면 갖고 있는 돈을 그리로 투자해서 살리려고.
그런데 클로버 파이넨셜 코포레이숀의 회장이 완전히 죽은 것으로 밝혀졌으니 그 동생이 실세에 오를 테고, 동생은 전부터 형이 쑤와 회동하는 것을 아주 싫어했던 자이다.
이제 그녀는 클로버를 이용해서 회생하려던 계획을 포기해야 한다.
   돈을 아담에게서 빼앗아 빨리 굴려야 세금폭탄을 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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